도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도시를 작동시키는 요소 중 가장 강력한 것은 건축, 토목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고대도시들에서도 건축과 토목이 존재하지 않은 도시는 없었다.
그리고 그 강력함은 도시민으로 하여금 계층을 나누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건물(자가)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이는 현대사회로 진입할수록 계층을 나누는 큰 역할을 하였고,
도시는 새로운 계층으로의 이동을 철저하게 방어한다.
도시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사회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법과 제도.
그중 21세기에서 적용되는 제도의 불평등도 도시의 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청년과 노년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제도 앞에 노동생산력의 여부에 따라 사회로의 진입과 퇴출을 지시받는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시스템. 특히 인터넷의 등장으로 세대 간의 적응력 차이로 인해
제도의 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도시는 노년층을 더 이상 필요 존재로 보지 않는다.
가열차게 노동력을 갈아 넣을 수 있는 청년층만을 선호한다.
노년이 된 A는 최근 실직을 했다. 주민센터를 찾아 실업수당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재취업을 위한 계획과 활동을 해야 했다.
주민센터 아크릴판 너머로 꼿꼿한 자세로 앉은 공무원은 노년 A 씨에게 스마트폰으로 웹을 설치하고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라 지시했다. 그렇게 해야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인증이 된다는 설명과 동시에 취업활동이력을 고용 24에 업로드를 하라 지시했다.
노년 A 씨는 곧 70을 바라보는 나이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놈의 웹인지, 공인인증서인지, 업로드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자식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보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 매번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요청을 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더구나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로그인을 해야만 인증이 되는 것이라 자식들이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봐야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매번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공무원과 실랑이를 벌어야만 했다.
답답해하는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함께 답답한 노년 A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시스템의 변화는 젊은 청년들에게 맞춰져 있다.
자본의 흐름은 자본가에게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청년 B는 빌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전세 보증금이 자산의 전부이다. 더구나 보증금의 70%는 대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세가 아닌 전세로 넘어왔다는 것에 뿌듯해하고 있다.
총 16 가구로 이루어진 빌라건물의 주인은 1명이다.
16 가구는 모두 전세로 임대하고 있으며 보증금의 총합은 대략 40억 원에 달한다.
(16 가구 * 2.8억 원)
은행이자는 매년 3%를 보장한다.
그리고 보증금은 격년마다 5%씩 인상할 수 있다.
40억의 3%는 약 1.2억
40억의 5%는 약 2.0억
심지어 복리로 불어난다. 반면 임대인들은 매년 고작 5%를 인상하는 제도가 있음에 감사해한다.
임대인은 끊임없는 노동으로 대출의 폭을 줄여보고자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다.
채워진 통장 잔액은 5%를 인상액을 지불하는데 기꺼이 맞춰야만 한다.
그리고 대출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죽어야 끝이 난다 여긴다.
자본의 흐름은 자본으로 흘러가게 설계가 되어있다.
이를 탈피하고자 도시가 아닌 다른 곳에 터를 잡을 마음이라도 먹으려고 하면
일자리가 없다. 결국 도시 안에서 살아간다.
청년이 언제까지 청년일 수 없다. 평생의 짐으로 여기며 짊어지던 대출은 끝내 발목을 놓아주지 않고
나이 듦과 동시에 도시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밟는다.
도시에서의 퇴출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외출을 하지 못함, 사회적 교류가 없음. 인터넷사용의 어려움. 일자리의 고갈.
거친 말로 불쾌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 노인들을 기피하는 내용의 다큐를 보았다.
일본 시내. 빌라에서 살고 있는 대다수는 청년들이었다. 기본적으로 집주인이 노인에게 임대하는 것을 꺼려했다. 이유는 노인의 경우 월세가 밀릴 가능성이 높고, 특히 고독사가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었다.
나는 40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빌라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매월 대출이자를 갚느라 통장이 뚫어질 지경이다. 집을 산다는 것은 남들 이야기만 같다.
그런데 당장 50,60대가 머지않아 보인다.
나는 도시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준비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보아도 뚜렷해지지 않는다.
주거의 안정이 주어지지 않는 도시환경.
도시는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를 해야 하는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도시는 어떤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