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제사를 지내며
당신의 사진 앞에 향을 켜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의 시간 안에 제가 있을까요.
나의 시간 안엔 당신이 참 많습니다.
수많은 시간 속에
당신은 젊었다가, 늙었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눈을 감고 떠올려보면
내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가
내 곁에 머물렀다가, 사라졌다가
멈춰버린 당신의 시간 안에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시간의 길이가 늘어날수록
나는 당신을 잊어갑니다
하루하루 살아낼수록
시간 속 당신은 꿈처럼
아득해져만 가는데
나는 당신의 옷깃을 붙잡고
나는 당신의 손을 꼭 쥐고
나는 당신의 앞을 막습니다
흩어지는 당신이 밉기도 하고
얄궂은 섭리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언젠가,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표정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내 일상이
하나 둘 늘어갑니다
언젠가,
당신과 오래도록 이야기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