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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Aug 02. 2024

3달 차 사장이 알게 된 것들

야 너두 사장 될 수 있어

너무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서일까, 글이 발행되지 않고 저장글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스물아홉. 거침없는 기세로 가게를 오픈한 지 어느덧 1년이다.

1년간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매장을 오픈하고, [책읽는 자영업자]를 연재하며,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내 매장에 적용시킨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변명하자면, 그럴 시간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로 드라마 대본을 쓰러 작업실에 매일같이 출퇴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는 오랜 꿈이었고, 편성을 받은 드라마에 보조작가로 합류할 수 있는 기회는 매번 오는 게 아니지 싶어, 고민 없이 했다.


그렇게, 내 매장은 원 계획과 다르게 뒷전이 되어버렸다.

가까운 이들의 도움을 빌려가며 유지시키고 있는 이 매장을 어쩌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하는 도중이라, 고민이 깊을 수는 없었다. 깊지 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좋을 리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그렇게 매장을 어쩌겠다는 선택지는 없애버렸다.

덕분에,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을 남한테 맡겨두는 일이 심적으로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깨닫는 반년을 보냈다.

매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일을, 경험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나로 인해 경험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다.

올해 겨울까지 드라마 대본을 써야 하는 건 빼박이니, 이때까지만 어쩔 수 없이 신세를 지려한다.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 자영업자가 1번 업이 되는 순간, 나는 내 매장을 무슨 수를 써서든 내 원래 계획처럼 돌아가도록 만들 거다.

그게 작년에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예의이며, 올해 내 매장을 위해 애써준 사람들을 위한 도의일 테니 말이다.

하루에 A4 10장도 넘는 양의 대본쓰고 있어서일까? 브런치에 쓰는 글마저 길어졌음을 느낀다.

다음 글부터는 조금 덜 수다스러워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이건 작년에 적어둔 글이었다. 아마도 가게를 연지 3달 정도 된 시점에서.


가게를 오픈하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사장님!'이다.

사장님이세요~?라는 말에 '네'라는 대답이 처음에는 잘 나오지 않았다.

마치 해가 바뀌어 변한 나이를 머뭇거리며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한번 생각을 거쳐야 했달까?

나의 구 직장은 6년을 일하면서도 사장님을 세 번 정도 마주칠 수 있던 곳이었기에, 내게는 더욱이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높게 느껴져 어색했다.


한순간 갑자기 사장님이 되는 방법은 아주아주 심플하다.

매장을 계약하면 그날로 바로 사장님이 될 수 있다.

사장님이세요? 라며 묻는 모든 질문에 누구도 아닌 내가 대답해야 한다. 그건 정말이지 아주아주 몹시 낯설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친척어른들이 전부 모인 그런 자리에서 모든 결정권이 내게 있는 느낌?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마저 내 일인 상황에 놓인 것 같았다.

하나부터 열 가지 결정할 일이 넘쳐나며, 그 모든 결정에 대한 비용도 책임도 오롯하게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점은 그 자체로 조금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매장 오픈까진 여전히 그 어색한 일이 재밌기도 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건 아마도 그때까지의 나는 돈을 쓰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매장을 계약할 때도 인테리어를 할 때도, 전기를 신청하거나, 기타 일들을 처리해야 할 때조차 나는 돈을 쓰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내게 맞춰주는 이들과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게가 오픈하고부터는 나는 곧바로 남으로부터 돈을 받는 입장이 된다.

돈을 버는 입장과 내는 입장은 당연하게도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단순 수치로 표현하자면 단언컨대 오억 배 정도 힘이 든다.

 

가게를 오픈하고 첫날, 사실 좀 암담했다.

뭐 대단한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고, 이런 게 가게 일이라는 걸 모르지도 않았지만 그걸 사장이라는 역할로, 내 돈과 내 신용을 이만큼(사실 거의 다) 쏟은 상태에서 시작한 경험은 없어서였을까?

읽어둔 책과 뉴스, 그리고 자영업 카페의 글들 덕분에 충분히 이럴 것이라는 시뮬레이션도 했고, 사업이 목적이었어도 장사를 알아야 한다는 말도 이해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니어 보이는 작은 일부터 전부 내 손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뭐랄까.. 알바하러 왔는데 16시간 동안 끝이 안나는 기분이었다. 물론 알바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손님의 실수로 인테리어가 망가지면 속이 쓰렸고, 손님들에 의해 냉장고가 쾅쾅 닫힐 때마다 저 냉장고가 700만원임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게되곤 했다.

그래서 모두에게 보이는 곳도 나에게만 보이는 곳도 쓸고 닦고를 반복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16시간을 하다 보니 바로 직전까지 백수였던 나의 바이오리듬이 첫 주엔 아주 많이 놀랬다.

그 놀람이 내 의식마저 흐릿하게 만들었던 게 아닐까? 지금 와 돌이켜보면 그런 의심이 든다.

사람이 갑자기 잠을 못 자면, 잠을 못 자고 일을 너무 많이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 수 있던 시기였다.


당연한 거라고. 안 하던걸 갑자기 했으니 어색할 수 있고 불편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불행함을 느낄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 가며 일해야 했다.


자영업의 가장 큰 문제는, 아니 정확히는 초기비용이 드는 모든 사업의 문제는 '낙장불입'이라는 것이다.

내게 이 일이 맞는지 아닌지를 내 돈과 시간을 많이, 어쩌면 지금의 나처럼 거의 다 투자하고서야 알 수 있다는 것.

돌아갈 방법도 외면할 방법도 없다는 것.

내가 한 선택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약기간 동안은 책임을 져야했다.

나는 이 장소에서 10년간 매장을 운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징징거리고 있기보단 이 상황에 나를 적응시켜야 했다.

선택권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하루에 16시간을 매일 매장에 있으며 4시간도 채 자지 못하는 나날들을 경험하면서, 나도 이제 여러 책들에 나오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시간 같은 걸 가져보게 되는 거구나. 같은 정신 나간 생각도 들었다.

무엇으로 버텼다기보단 달리 방법이 없어 버텼다.

버티다 보니 적응이 되었고, 여전히 같은 시간을 머물지만 이전만큼 힘들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나를 소진시키고 있었던 거다.

배터리가 방전된 인간처럼, 모든 게 망가져감을 느꼈던 어느 날, 나는 브레이크 타임을 만듦으로써 7시-22시 근무를 셀프 종료시켰다.

실로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고 매일 브레이크타임 때마다 생각했다.


사장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아무나도 될 수 있다.

아무나, 누구나 할 수 없는 건, 사장이라는 역할의 지속이다.

나는 도대체 이 일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기간이었다. 동시에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10년 후 뒤 돌아봤을 때, 그런 때가 있었지- 하며 지금의 시간들을 복기하길 바란다.

안 했으면 어쩔뻔했어! 같은 말을 함께해 주길 바라기도 한다.

위 두 바람을 이뤄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러니, 열심히 살아보자! 는 말을 끝으로 오늘의 브런치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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