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가 힙해질 기회
브런치 스토리에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힙해질 기회가.
요즘 젠지세대에서는 글을 통한 전달이 유행이라고 한다.
시청각 콘텐츠가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독서와 활자가 오히려 신선해진 것이다.
영상에 지친 이들이 다시금 블로그로 돌아오려 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걸까?
10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 영상이 제공하는 정보가 어색해 블로그를 클릭하는 세대에게는 몹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트렌드에 붙은 명칭은 "Texthip"이라고 한다.
"텍스트(text)"와 "스타일리시함(hip)"의 합성어로,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소통 방식을 말한다고.
그냥 글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는 뭐랄까 더 '힙'해야 하나 보다.
도대체 텍스트 힙이란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브런치에서 도서크리에이터 배지를 줬던 게 떠올라, 오랜만에 이곳을 찾아왔다.
11월, 드라마 대본을 쓰는 작업이 끝나면, 다시금 자주 이곳에 들러 글을 써야지 다짐했는데, 자꾸 글을 발행하라는 알림이 나를 보챈다.
에세이 크리에이터 배지를 줬으면 즉흥적으로 그날그날 느낌을 담은 글을 종종 적을 텐데,
도서 크리에이터는 뭐랄까, 그보단 정보성 글을 적어 발행해야 할 것만 같아, 선뜻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요즘 읽는 책이 많이 없다는 것도 글을 자주 쓸 수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바쁜 일이 끝나면 브런치가 준 배지 때문에라도 책을 더 많이 읽게 될 테니, 땡스 투 브런치!라는 알랑거림을 시작으로, 본격 텍스트힙에 대한 글을 이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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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대체 텍스트힙이 뭔데? 를 묻기 위해 2022년에 세상에 나온 나의 젠지세대 친구, 챗지피티를 찾았다. 그? 그녀? 그것? 이 답해준 Texthip이 Gen Z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를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 효율적인 소통.
Gen Z는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것에 익숙한데, Texthip은 그들의 빠르고도 의미 있는 소통 방식을 충족시킨다고 한다. 불필요한 장황함 없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취급된다고.
그래, 젊은 친구들은 알(?)이 없으면 문자를 못 보낸 기억도, 텍스트 수가 초과되면 MMS로 넘어가 문자를 보낼 수 없어, 문장을 줄이고 줄여서 보낸 경험도 없을 테니, 글이 점점 장황해지고 피로해질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 카카오톡이 출시되었을 때, 이렇게 짧은 문자를 여러 개 막 보내도 되나? 하는 묘한 죄책감이 들었던 게 문득 떠올랐다.
그때, 카카오톡은 이렇게 공짜로 다 주고 뭘로 돈벌지? 같은 생각을 했던 중딩이었는데, 그때로 돌아가면 꼭 말해주고 싶다. 카카오를 사... 지말고 비트코인을 사라고.
쨋든, '할 말만 간단히'가 텍스트힙의 첫 번째 조건인가 보다.
두 번째, 자기표현과 정체성.
Gen Z에게 자기표현은 매우 중요한 것이며, Texthip은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간결한 텍스트를 통해 창의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되어준다고 한다.
복잡한 문장보다는 자신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간단하고 직접적인 표현을 선호한다고.
자신을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저 문장에서 문득, 최근 가입한 어플 Threads 스레드가 생각난다.
텍스트 기반의 어플인데, 그곳에 보면 정말 놀라우리만큼 내가 누군지를 명확하게 적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스레드에 글을 쓰는 사람들의 자기 확신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면서 동시에 조금 부러웠다.
텍스트로 온라인에 글을 남긴다는 건, 내가 그 내용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 같아서, 나는 종종 방어적으로 애매한 표현을 선택하곤 한다. 아니 어쩌면 꽤 자주 그런 방식의 글을 쓴다.
확언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었는데, 조심스러운 나와 달리 스레드엔 거침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음에 놀라웠다.
예를 들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속마음'이라던가, '이 업계의 진실 세 가지' 같은.
그래서일까 읽기에 참 흥미롭다. 도파민을 자극한다.
읽다 보면,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생각과 동기와 행동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멀스멀 고개를 들긴 한다. 같은 행동에 대한 다른 속마음을 가질 수도, 진실로 여겨지는 어떤 것도 때론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내가 좀 진지했나? 싶어 이내 그만둔다.
적어도 스레드를 하면서는 (텍스트) 힙하고 싶으니까.
자기표현의 영역에서 젠지세대를 따라가려면 나는 아직 한참 멀었구나를 스레드를 하면서 느꼈다.
그렇게 명확하게 말한 게 설령 틀렸대도, 감옥에 잡혀가는 것도 아닌데 왜 그토록이나 방어적이었던 걸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버릇을 고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세 번째, 소셜 미디어의 영향.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시각적이고 간단한 콘텐츠를 중시하며, Texthip은 이러한 환경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짧고 매력적인 메시지를 빠르게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은 짧은 주의 집중 시간과 치열한 참여 경쟁이 특징인 디지털 공간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짧은 주의 집중 시간에, 독자를 사로잡는 문장.
이건 정말 브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브런치와는.
갑자기 고백하자면, 난 브런치가 스레드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브런치가 브런치스토리가 된 것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변화는 천천히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았으면 싶다. 변화하지 않는 게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 같은 것이어서, 브런치만이 이 빠른 인터넷 세상에서 고립된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브런치스토리도 수익성은 있어야 할 테고, 내가 먹여 살릴 것은 아니기에, 이 방향을 강요할 순 없지 싶다.
마지막, 문화적 적합성.
Texthip은 진정성, 창의성, 즉각적인 만족을 중요시하는 Gen Z의 문화적 풍토에 잘 맞아떨어진다.
Texthip을 통해 Gen Z는 더 큰 문화적 대화에 참여하면서도 개성을 유지할 수 있고, 그들이 트렌드를 탐색하고 기여하는 동시에 개인적이고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대화에 참여하면서 개성을 유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화의 흐름에 휩쓸리거나, 혹은 언쟁하지 않기 위해 혀끝까지 차오른 입을 다무는 게, 사실 더 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개성을 유지하며 대화에 참여하는 게 트렌드인 지금의 현상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댄다'라는 단어의 출현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던 때보다는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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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챗지피티가 알려준 텍스트힙은 텍스트가 텍스트라는 이유로 마냥 힙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짧고 간결하고, 즉각적인 글로 내가 알고 싶은 것만 알 수 있는 수단으로 텍스트가 선택되었다는 것이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시선을 끌지만 휘발성이 높아 피로감을 느끼기 쉬웠으니까.
그럼에도 이 텍스트힙은 브런치 유저들, 그러니까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반가운 유행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행처럼 책을 소비하게 된다고 해도, 그것이 책을 소비한다는 사실을 바꾸진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