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다

by 이월생

"만약에 가능하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스스로에게 물었거나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여하튼 누구라도 한 번쯤은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해봤을 것이다.

타임머신 같은 것들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온 이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언제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렇게 크기까지 나는 내 나름대로 충분히 용감했고 그러느라 아팠고 그 와중에 틈틈이 행복도 했다.


어릴 적 나는 종종 스스로를 가여워했다.

내가 겪고 있는 일이 열다섯 살에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당시에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결국 그 상황에서 나를 구하는 건 내 몫의 일이라는 것도 모르지 않았어서.


어서 자란 내가 나를 지켜주길 기다린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다시금 가엾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 아이를 만나도 특별히 건넬 위로가 없으니까.


영화 <테넷>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미래의 나는, 아니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설득할 수 있을까?

고집쟁이에 의심이 많은 나는 호락호락하게 내 말을 듣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사람인 걸 아니까 미래의 내가 지금 내 앞에 나타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가?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본다.


여하튼, 꼭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엄청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 모든 일을 똑같이 겪게 된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만큼의 시간 동안 더 볼 수 있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덜 억울할 테니 말이다.

이전 19화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