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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건 나뿐인가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상근직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선배에게 카톡을 검열당한 적이 있다.

동기와 주고받은 카톡을


당시 내가 일하던 회사는

본사와 지사들이 있었고,

나는 수도권의 어느 지역 본사에서

수도권의 어느 지사와 진행하는 워크숍의 담당자를 맡았다.


그리고 그 지사에는

나의 동기도 있었기에

우리 부장님이 갑자기 지시하신 대로

신규들끼리 워크숍 때 오락부장을 하라는

그 내용을 문자로 전달했을 뿐이다.


동기님, 오락부장으로 임명되셨어요

장난스러운 ㅠㅠㅋㅋㅋ 이모티콘과 함께


평소 말 많던 동기가

아무 답변이 없다는 사실에서부터

이상함을 감지했으면 좋았으려나.


다음날. 아침 9시가 되자마자,

그 동기가 근무하고 있던 지사의

또 다른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고

그녀는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동기한테 보내는 카톡을

선배한테 허락도 안 받고 보내면 어떡해요!

당신은 부장님이 시키면 재롱잔치라도 할 거예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는 말할 수 없었던 내용일까

비난과 분노를 섞지 않고는 전할 수 없는 내용이었을까


그렇게 그녀가 선배라는 이유로

전화도 끊지 못한 채

나름대로 조곤조곤 설명을 하고 있다가

결국 내 옆에 앉아 있던 선배가

그녀보다 높은 기수의 선배였기 때문에

그 선배의 개입으로, 그 악몽 같던 전화는 끝날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의 다사다난한 일들이야

누구에게나 있을 테고

어쩌면 내 경험도 그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는

그게 꽤 큰 트라우마로 남았기에

사내 괴롭힘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거나

결국 이 세상을 등지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공감한다.


미움과 슬픔, 분노와 증오가 없는 세상을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 같은데

어째서 그 세상은

느린 걸음으로 오는 것일까.


조급한 건 나뿐인가 한다.



*제목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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