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원의 소망이었다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열 번은 안 되지만 다섯 번 넘는 횟수 동안. 한 여성을 만나서 상담했다.

그녀는 10년도 훨씬 전에 자신의 아기를 먼저 보낸 사람이었다. 태어난 지 갓 1년도 되지 않은 아이를.

그렇게 보내게 된 건 전적으로 그녀의 잘못이었다. 그건 그녀도 나도, 나도 그녀도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녀의 죄를 외면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녀가 잘못했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사랑하는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어미의 가슴에까지, 어찌 돌을 던지랴.


그 사건으로 심리상담을 왔지만, 처음부터 방어적으로 나왔던 그녀로 인하여. 다섯 번 동안 한 번도 그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볼 수 없었다. 오랜 세월 더욱 견고해진 빗장은 그 무엇보다 굳건하게 닫혀 있었으니까.


그래서 마지막 날, 결국 나는 그녀에게 두 개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유튜브의 세바시 동영상 1089회 '하늘나라에서 아들 만날 때,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고 싶어서 (김명국 배우)'편. 다른 하나는 유퀴즈온더블럭 '아버지의 이름으로 학교폭력과 싸운 27년(푸른나무재단 설립자 김종기 명예이사장)'편.


그녀와 다른 사건들로 인해 아이를 앞세운 부모들의 사연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을 두드리기에는 충분했다. 처음으로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가에 눈물이 도는 게 보였다. 영상을 보고 어떤 느낌이냐, 물으니. 어색한 듯 짧게 웃던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렇게 살아가는 분들도 있네요.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웃음은 모두 증발해 버린 채로.


저는 아직도 죄책감에 시달려요. 이런 영상만 보면 그저 눈물만 나요. 다 제 얘기 같아요. 그러니까 남편도 옆에서 못 보게 해요. 당신이 그런 거 봐서 뭐 하냐고. 계속 떠올려봤자 지나간 일을 어쩌냐고. 울기만 하는데 뭐 하러 보냐고.


심장이 시큰해지는 걸 느꼈다. 그녀의 물기 젖은 목소리가 자신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으로. 슬픔을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또한 담담한 듯 말했다. 모두가 그러한 것처럼.


죄책감을 어떻게 안 느낄 수 있겠어요. 마냥 사랑만 준 것 같은 데도. 오랜 세월 같이 살다 보내도. 자식이 나보다 먼저 떠나면 죄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부모 마음인데요. 아무리 자식이 내 잘못 없이 떠났더라도.


그렇게 서로 마주 본 채, 우리는 울지 않았지만 울고 있었다.

상담사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애도였다.


집에 돌아와 결국 인근 성당을 찾아갔다.

종교를 가진 적은 없지만, 가끔 이렇게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고는 했다.

그녀가 남은 생애 동안 천천히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도록.

이천 원의 소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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