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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지만, 중요하지만은 않은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강의를 하다 보면,

가끔은 놀라울 정도로

가정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 때문에

못내 마음이 쓰여

점심을 사주고는 하는데


그게 나의 오만일 수도 있다는 걸

사주고 나서야 깨닫고는 했다.


한 번은 어떤 고등학생 정도의 청소년 아이와 함께

오전 강의 후 점심때, 두부두루치기를 먹으러 갔는데

식당에서 어쩐지 쭈뼛대는 모습이 의아하여

편안하게 먹어도 된다, 말하니.


'제가 이런 음식은 처음 먹어봐서요.'


그 대답을 듣고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과거에도 경험한 것처럼

아이는 오후 강의 내내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가끔

마음이 쓰이는 아이가 눈에 보이면

나의 카드를 주고,

네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라고 말하고는 한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난 후,

편의점에서 신나게 사 먹고

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설핏 웃고는 한다.


나에게 괜찮은 것이

나에게 옳은 것이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것이

타인에게도 똑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깨닫고 나니,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이따금씩 고민을 해볼 때가 있다.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숫자로 매겨진 값어치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가치로운

절대적인 무언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숫자는 필요하지만,

숫자가 무조건 중요하지만은 않은


그러한 생각으로 오늘도 밤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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