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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Dec 06. 2023

지속가능하지 않은 욕망

남 부럽지 않게 돈 벌면서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사는 남자와 그 옆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집안일하는 여자. 이런 그림을 바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요즘에는 취향을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는 위험한 생각이 퍼져 있어서, 저런 욕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면 어디까지 비난받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기존 성역할을 따르는 핵가족은 낡고 비효율적인 문화다.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자가 주택은 다수의 생활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 기존 성역할은 최대 다수가 다양한 능력을 개발하고 발휘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방해된다. 흔히 자유로운 사회라고 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마음대로 욕망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려 깊은 자유주의 사상가는 개인의 욕망을 공공이익 극대화보다 앞세우지 않았다. 사회적인 동물에게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살 자유는 없다.

이제는 우리가 좋은 그림을 꿈꾸는지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에 자라난, 뒤틀린 욕망을 아직도 품고 있다. 더 나은 욕망을 가꾸지 않으면, 언제든 해외로 탈출할 수 있는 극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공멸한다. 공멸을 막기 위해서, 사회는 나라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 욕망을 폭력적이지 않고 리버럴한 방식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정치 혁신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는 문화 혁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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