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떳떳한 가장이자 자녀이자 친구로 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 노동자의 상황이 좋지 않다.
남자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4년제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까지 다녀오면 만 25세 즈음이 된다. 재수를 하거나 휴학 설계에 실패하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25세에 곧바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40대 즈음에 월급의 정점을 찍는다. 그래봐야 대기업 종사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아무튼 이후로는 쭉 하락세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중위소득은 267만 원 정도이니, 중소기업에서 300만 원만 받아도 상위 50% 안에 들어가는 셈이다.
문제는 사치스럽게 경쟁하는 한국에서 한 달 300만 원으로는 부끄러움 없이 자녀를 키우며 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남 눈치 보지 말고 만족하며 살라는 이야기는 천성이 둔감한 사람에게나 통하는 소리다. 사회적 동물은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자신이 괜찮은 상황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과도한 소득 격차는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
노동시장은 망가졌고, 이대로는 안 된다.
* 임금근로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여기서 노동자의 "소득은 고용주가 노동을 제공한 근로자에게 대가로 지급한 보수를 의미하며, 집계치는 세전 기준, 월 단위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