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이 만들어지는 과정

by 스케치

꼬마 시절의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아니, 어른이 아니라 아빠를 닮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나의 아빠는 멋진 어른이었기 때문에 아빠같은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포인트에서 살짝 비껴가는 것이 나의 문제다.

첫 번째로 비껴간 사건은 아빠의 출근길에 따라나설 때였다. 당시에 살던 아파트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앞으로 쭉 뻗은 복도를 걸어야 했다. 실제로는 길지 않은 거리지만 어린 나에게 정말 길게 느껴졌던 길이다. 그 복도를 지날 때마다 아빠의 뒤를 따랐는데 앞서 가는 아빠의 모습에서 빛이 났다. 복도에 울려퍼지는 경쾌한 구두 소리와 당당한 걸음, 그것은 아빠가 삶을 대하는 태도였고 누가 봐도 멋지다고 할만했다. 그래서 나는 아빠의 걸음을 흉내 내기로 했고 경쾌한 "팔자 발걸음"을 배웠다.


두 번째 사건은 식탁에서 벌어졌다. 아빠는 밥을 아주 잘 먹었는데, 거인이 쓸 법한 큰 숟가락으로 한 입 가득 밀어 넣었다. 그뿐 아니라 뜨거운 음식을 식히지도 않고 먹는다. 좋게 표현하면 복스럽게 먹었다. 그와 반대로 나는 반찬투정이 심하고 깨작깨작 먹는 탓에 식탁에서 자주 혼났다. 그러니 공격적인 식사법이 멋져 보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에는 아빠처럼크게 떠서 빨리 먹기로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주위 사람들의 식욕을 폭발시키는 프로 먹방러가 되었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으니 게걸스럽게 먹지만 말자는 생각을 한다.


어느새 생각과 말투까지 닮아버려 아빠와 거의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아빠를 닮고 싶어했던 나는 이제 나를 닮은 아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닮아가는 과정을 보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아빠도 내가 많이 사랑스럽고 소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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