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6살이던 어느 날 밤, 아빠는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재우고 있었다. 달빛이 드는 방은 어둡지 않았고 두 사람의 숨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나는 반쯤 깬 상태로 옆에 누워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빠를 느끼고 있었다. 그때 아빠는 어떤 생각을 했길래 그렇게 긴 시간동안 나를 보고 있었을까? 이제 곧 사회를 경험하게 될 조그마한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생각해봤을까? 너무 여린데 삶의 무게와 상처가 버겁지는 않을까 생각해봤겠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시간이 많이 흘러 성인이 되고 아빠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채로 커버린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가슴이 먹먹해졌을지도 모른다. 아빠도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을테니까.
그렇게 아빠는 긴 시간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아들아, 너는 나중에 커서 아빠처럼 살지 말아라'
어린 아들에게 아빠는 신적인 존재다. 특히, 나에게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유능한 사람이었다. 아빠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의지했었기에 그 말을 들은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내가 생각한 멋진 아빠가 본받으면 안 되는 뭔가 잘못된 사람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너무 속상했다. "아빠가 뭐 어때서!"라고 소리치며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전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내가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을 테니까. 나는 터져 나오려는 목소리를 상한 마음과 함께 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다시 고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빠는 어떤 삶을 살아 왔고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느새 내가 서른이 되었고 가정을 꾸려서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답을 알지 못해 추측만 할 뿐이다. 부디 내가 하루하루 잘 살아내고 있는 아들이 되어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