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치원 가기 싫었는데 엄마랑 이야기 나누고 결정해줘서 고마워
등원.
모든 엄마들에게 매일 아침 벌어지는 전쟁.
등원전쟁.
사실 등원만 수월하게 해주는 아이라면
그것만 해도 엄마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산다.
리한이는 올 해 7살이다.
유치원 3년차.
유치원 졸업반이다.
다행히 이 정도 다녔으니
5살, 처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땡큐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치원가기싫어!'라고 이야기한다.
평소같으면 못 듣는척 했거나
바로 한숨이 나왔거나 했을 텐데
감정코칭 수업 2회를 들은 사람으로써
친절하게 대꾸해봤다.
"리한이 유치원 가기 싫은 기분이야?"
"응 가기 싫어~! 안가면 안돼?"
글에 표현하기 힘든 아이만의 짜증이 담겨있다.
"엄마가 오늘 병원에 가야해서 오늘은 안돼.
다음에 엄마가 시간될때 한 번 생각해볼게
그런데 왜 유치원에 가기 싫은 기분이 드는것 같아?"
"귀찮고..."
"귀찮은 것 뿐이야? 다른건 없어?"
"엄마랑 하루종일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
마음이 살짝 녹는다.
"아 그런거구나. 그래 엄마가 날짜 잘 생각해볼게~"
1차전이 잘 끝났다.
나도 감정코칭을 배우고 나서는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겁나지 않는다.
감정을 인정해주면 왠지
그 감정이 더 커질것 같아서
그동안 외면했던 적이 많다.
감정은 읽어주고 인정해주기만 해도 해소가 되어서
더 큰 감정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고는
이젠 리한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겁나지 않다.
버스타러 가는 길.
"아 유치원 가기 싫다~!"
나를 툭툭 두번 치며 투정을 부린다.
평소같으면 또
'너 누가 엄마 이렇게 치래'
'그렇게 짜증내면서 말하면 안돼'
부터 튀어나왔을텐데
"오늘 유치원 가기 싫은가보네 리한이"
"가기 싫다고 했잖아~! 이번주나 다음주중에 꼭 쉴거야!"
"그래 그럼 엄마가 다음주정도로 날짜 진짜 생각해볼게~"
한 템포 쉬고
무릎을 구부려 리한이를 바라보고
"그대신 엄마를 치는 건 잘못된거야 다음부턴 그러지 말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끄덕끄덕한다.
그리고 유치원버스를 타고 즐겁게 등원했다.
그래도 결국은
유치원에 가주었으니
엄마 말을 듣고 이해해주었으니
오늘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