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숲 체험원에다니게 된 이유
결혼 5년 차에 아이를 임신했다. 별 일없이 무사히 출산하기를 바랐는데 임신 26주 검사에서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다. 26주부터 아기를 출산하는 40주까지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고,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았다. 축복받아야 할 임신기간이 괴롭고 힘들었다. 출산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다.
아이를 낳았는데도 임신성 당뇨는 계속되었다. 빽빽 울어대는 신생아를 돌보면서 혈당관리를 하고, 모유수유를 하면서도 잘 먹지 못하니 살이 쭉쭉 빠졌다. 아기띠를 하고 밖을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더 먹게 되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는 밥 먹고 산책하고 밥 먹고 산책하고의 반복이었다. 출산 1년이 지나고 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아이와 함께 걸었다. 밥 먹으면 운동을 해야 하는 당뇨인이 되었지만 조그마한 고사리 손을 잡고 걸으면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아이는 돌이 지나고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데, 전례 없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와 손잡고 걷는 것이 나의 행복이었는데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집에서의 육아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호기심 많은 아이는 집안의 이 곳, 저곳에 올랐다 떨어지고, 무언가를 주워 먹었다. 층간소음 때문에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쿵쿵거리지 말라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가 17개월 차에 접어들던 어느 날, 나는 가슴속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동네 유아 숲 체험원에 갔다. 대구 지역의 종교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코로나의 기세가 한풀 꺾였을 때였다. 그래도 야외의 숲 속이라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덜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곳이라면 아이는 넘어져도 괜찮고 뛰어다녀도 괜찮을 거였다. 나의 혈당관리에도 좋을 것이 분명했다. 나무가 많은 숲 속이다 보니 공기가 좋았고 사람이 없어서 마스크를 벗고 놀았다. 숲 속 놀이터에서 한바탕 놀고 온 아이는 밥도 맛있게 먹고, 잠도 달게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유아 숲 체험원의 매력에 푹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