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볼까 이것저것 주문하던 날이었다. 그러다 문득 스쳐간 물음표. 유독 짧아 보이는 가을은 우리가 겨울을 일찌감치 준비해서 그런 게 아닐까? 역대급 한파가 온다는 예보를 잊을 만큼 화사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게 된다. 크리스마스. 어두컴컴한 밤에 우둑커니 빛을 발산하고 있는 조명들. 그 뒤로 삼각형 모양의 나무가 겹겹이 쌓여있는 트리의 잔상이 남는다. 그래서 그런지 나만의 단독적인 공간이 생긴 첫 해부터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준비해 보자란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 하여 연말파티. 직접 한 음식과 적당한 가격대인 와인의 페어링이 빠질 수 있을까. 평소 만나면 소주를 들이켜는 친구들을 집들이 겸 초대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란 컨셉을 그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선 첫인상이 중요하다. 문을 열자마자 반짝이는 트리,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황색 조명 2-3개 정도. 음악은 빠질 수 없지. 캐롤 30곡쯤 모아놓은 바이닐까지. 이 모든 걸 준비하는데 대략 한 달 정도 걸린 듯하다. 덕분에 가을을 몸소 체험한 듯하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처럼 사그라드는 잔고. 뭉근하게 데워지고픈 방바닥에게 단분간은 이별 통보를 보낸다.
11월 21일. 외근차 잠실 롯데월드몰에 왔다. 잔디광장에 여러 팝업이 있었고 시장조사 겸 둘러보려는데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 마켓 컨셉이더라. 대형트리와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이어진 줄을 거슬러 빠르게 한 바퀴 돌았다. 눈만 왔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나 다름없는 이 훈훈한 분위기. 가고자 했던 팝업에서 시식을 다 하고 본격적으로 둘러봤다. 크리스마스 모빌부터 레고, 하이볼, 인형. 체크카드를 만지작만지작하다 꾹 참았다. 분명 눈만 내렸다면 카드 슬라이스 들어갔을 테다. 미세먼저 가득한 오늘 날씨에게 감사함을 느낄 줄이야…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면서 여럿 디저트와 식품을 봤지만, 과자는 못 봤다. 빼빼로데이처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과자는 아직 없는 듯하다. 물론 크리스마스는 시즌 한정이란 뉘앙스가 워낙 뚜렷해 이 날만을 위한 신제품 출시는 쉽지 않다. 기존에 있는 제품을 활용하거나 두 제품을 조합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패키지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자 해볼까. 아님 대형트리에 빨강 초록 패키지를 오너먼트로 매달까. 대략 300일 넘게 여유 있으니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맘껏 상상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