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주여행 3-제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곳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언제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 그나마 제주도가 있어서 다행으로 여기며 주말 새벽,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여행의 설렘이 느껴진다. 마스크 단단히 쓰고 1시간 정도 가만히 앉아있다 내리면 제주공항 도착, 지정장소에서 5분 정도 셔틀을 타고 미리 예약한 차를 픽업, 바로 여행이 시작된다. 주말에 휘리릭 다녀올 수 있고, 어디를 가도 실망한 법이 없는 곳 제주. 날이 좋아도, 날이 흐려도, 바람이 불어도 제주만의 특징과 색깔을 만날 수 있다.
그간 몇 차례 다녀온 제주의 여러 모습 중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제주 곳곳에 담긴 삶의 흔적을 찾아보고, 오늘을 살펴보는 기회를 개인적인 경험에 맞춰 정리해본다. 삶의 이야기가 담긴 여러 곳 중 나의 원픽은 무엇일까?
1. 관덕정과 목관아
공항 근처,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관덕정은 보물 제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곳은 제주 목관아의 일부로 조선시대 세종 때 제주목사 신숙청이 병사들의 상무정신 함양을 위해 지은 곳이다. 활을 쏘는 것은 높고 훌륭한 덕을 보는 것이다라는 예기의 글귀에서 나온 이름으로 군사들의 활쏘기, 과거시험 등이 치러진 곳이다. 그동안 각종 기념식, 집회와 역사적인 사건 등이 관덕정 앞 광장에서 일어났다. 지금도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 최초로 5일장이 열렸던 곳이고, 가혹한 세금과 천주교 횡포에 저항하던 이재수의 난 당시 이틀 동안 300여 명의 교인이 죽어간 피의 현장이었다. 또한 4.3 발발의 도화선이 된 3.1 집회와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제주도 인민유격대 사령관 직책을 이어받은 이덕구가 1949년 경찰과 교전 후 사망하고, 그의 시신이 전시된 격동의 공간이었다. 이후 제주 시민과 학생들의 민주화운동과 4·3 진상규명 운동도 관덕정 광장에서 시작되었다. 민중들의 삶과 역사를 지켜보는 곳, 지금도 큰일이 일어나면 제주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관덕정으로 모여든다.
관덕정 광장에서 제주도민의 역사적 아픔을 공감해본다. 역사 속 상처를 딛고, 굳건히 지켜 온 자존심, 민중의 호흡을 느껴본다.
제주 목관아는 조선시대 제주목사가 업무를 보던 관청이다. 발굴 결과 30여 채의 건물 흔적이 확인되었고, 사적지 제380호로 지정되었다.
입구에 하마비 흔적이 보이고, 외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연못 너머 우련당이 우아하게 서있다. 뒤쪽에 팔작지붕의 웅장한 홍화각과 목사가 집무를 보던 연희각이 줄지어 있다. 안쪽에 2층 누각 망경루가 시원하게 자리 잡고, 귤나무 상큼한 향을 내뿜는 귤림당은 연회 장소로 이용되던 곳이다. 영주협당은 군관들이 근무하던 관청이고, 중대문 따라 나오는 길에 이중섭의 소가 나뭇가지로 구성되어있다. 이중섭의 소는 일제강점기 묵묵히 삶을 개척하던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화가의 의지를 담은 묵직한 붓터치가 나뭇가지로 표현된 소는 거칠지만 순박한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규모 있고,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목관아에 한복 입은 외국인이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우리는 너무도 익숙해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이곳을 외국인들은 제법 찾아오고 있었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봐야겠다. 오래된 것에서 미래가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2. 이중섭의 흔적
2016년 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 '백년의 신화'를 다녀온 적이 있다. 외롭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담겨있는 이중섭의 작품들은 큰 감동이었다.
평생의 연인 마사코와 결혼, 피난생활, 소의 연작들과 담배 은박에 그린 이중섭만의 독특한 은지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일본으로 보내고 홀로 남아 가족들에게 보낸 60통의 편지, 그리고 자책감에 괴로운 삶을 마감했던 마지막 번뇌 부분으로 구성된 전시였다.
특히, 편지 사이사이에 그려 넣은 그림 중 눈물이 났던 작품은 길 떠나는 가족이었다. 수레 위에 앉은 아내와 두 아이를 향해 고개를 뒤로 돌려 바라보고 있는 화가의 사무친 그리움을 어찌하란 말인가? 짠하게 다가왔던 작품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홀로 병원에서 거식증을 동반한 정신질환에 시달릴 때 가족들과 함께 행복이 담긴 제주도 서귀포가 생존의 끈이었을지 모르겠다.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남짓 머물렀으나 많은 대표작을 이 시기에 그렸다. 특히, 담뱃갑 은박지에 예리한 송곳으로 긁어서, 은지화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는 바다, 물고기, 게, 아이들 등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은지화에 그려냈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의 그림 대부분이 따뜻하고 해학적이며 즐거움이 담겨있다.
올레 매일시장에서 솔동산까지 360미터 이중섭 거리는 피난 당시 거주했던 초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거리이다. 주변에는 이중섭의 그림 삽화가 들어간 기념품이나 각종 수공예품 등을 만날 수 있으며, 그의 흔적을 찾아 산책할 수 있다. 골목길에도 화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벽화들이 꾸며져 있다. 한 아이는 둘러업고,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바닷가에 게 잡으러 나가는 모습의 벽화가 왜 슬프게 느껴질까? 가족과 함께 행복을 누린 시간이 너무 짧아서일까!
이 곳에 이중섭이 가족과 생활했던 작은 초가집이 원형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 좁은 담장, 마삭줄이 피어나던 작은 초가집. 1.4평 좁은 방에서 아내 마사코, 태현과 태성 두 아들과 함께 거주했다. 부엌을 지나 아주 좁은 방안에는 화가의 흑백사진 액자가 놓여 있다. 벽에는 그가 지은 ‘소의 말’이라는 시가 붙어 있다. 100년 전 시대의 아픔과 삶의 애잔함을 진솔하게 보여주었던 서양화가 이중섭의 흔적은 한 편의 시로 그렇게 남겨져 있다. 소를 통해 마음을 내보인 그의 애잔함에 뭉클하다.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이제 여기에 곱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초가에서 멀지 않은 서귀포 앞바다로 내려가면 자구리 해변이 있다. 이중섭은 이곳 해안가로 내려와, 두 아들과 함께 게를 잡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의 기억은 이후 작품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자구리 해변에 정미진 작가의 조형물 ‘게와 아이들-그리다’. 작품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이중섭이 이 곳에서 보냈던 단란했던 시절을 은지화에 그리는 모양으로 구성된 브론즈 작품이다. 2012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로 서귀포 70리 해변공원에 세워진 작품이다. 잘 가꿔진 푸른 잔디밭에 제법 크게 서 있는 작품을 둘러보고 해변으로 내려가니 섶섬이 보이고, 가슴이 뚫린다.
이 곳에 이중섭을 기념하는 미술관이 있다. 전시장 연면적도 590㎡ 규모, 지상 2층의 원형 건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미술관이지만, 2020년 전국 국·공립미술관 중 관람객 수 6위를 기록했다. 1층 상설 전시실에는 이중섭의 작품과 관련 각종 서적 및 자료, 편지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생전에 소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이중섭은 그림 그릴 때는 하루 종일 소만 바라봤다고 한다. 소를 관찰하다가 소 도둑으로 몰려 도망가기도 했다. 황소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만져보며, 관찰하고 살펴봤을 화가 이중섭이 떠올랐다.
전시관 입구에 걸려있는 황소는 아마도 자신을 성찰하며 그린 듯하다. 소는 땅을 누비며 한평생 밭을 갈다 마지막에는 제 살과 뼈까지 사람에게 내어주는 희생의 동물이다. 황소는 그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제주 성이시돌 목장
한림읍 금악리에 독특한 건축물 테쉬폰을 볼 수 있는 성이시돌 목장이 있다. 이라크 테쉬폰에서 처음 시작된 테쉬폰 건축양식은 구불구불한 곡선의 지붕과 벽체의 틀을 만들어 고정한 후 틀에 억새, 시멘트 등을 덧발라 만든 건축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이시돌 목장에만 보인다.
성이시돌은 가난하고 어려운 농민을 위해 헌신한 중세 스페인 농부 성인의 이름이다. 그의 이름을 딴 성이시돌 목장은 1954년 아일랜드 선교사 맥그린치 신부가 황무지였던 한라산 금악 기슭 개간, 목축업을 활성화하면서 생겨났다. 1950-60년대 가난했던 제주도민들의 자립 기반 마련에 기여, 가톨릭 선교사들의 사회개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단순한 기부가 아닌 자립의 터전을 만들어 준 사례이다.
점차 성이시돌 농장은 사료공장, 사회복지시설, 교육 및 종교시설로 영역이 확대되었다. 사제이자 지역개발가이며 박애의 정신으로 제주를 만들어 온 맥그린치 신부의 60년 세월이 고맙고 감사해, 국가에서 2014년 국민훈장 모란장, 자랑스러운 제주인 상, 아일랜드 대통령 특별공로상 등을 수여하기도 했다.
목장에는 우유 모양의 상징하는 하얀 구조물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 곳에 우유부단이라는 재미난 이름의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보다 따끈한 우유 한잔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60만 평의 초지에서 직접 기른 사료를 먹인 젖소에게서 얻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고소하고 맛있는 우유를 마실 수 있다. 기념품 숍도 운영되는데, 미니어처 테쉬폰 제품과 목장에서 직접 만든 우유와 치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4. 번개 과학체험관
서귀포 번개 과학체험관은 번개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곳이다. 입구에 자리한 번개 식당에서는 번개를 이용하여 지지직~ 삼겹살을 굽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신기하게 순식간에 삼겹살이 익으면서 냄새가 뿜어져 나온다. 번개 과학체험관 옥상에 올라가면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알파벳 큐브 상자가 있어 글자 조합 놀이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옥상에서 바라보면 바로 옆 번개처럼 달리는 윈드 1947 카트 체험장이 바로 옆에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한라산 전망과 더불어 국내 최장인 1,947m 카트 트랙을 자랑하는 곳이다.
번개가 치는 원리, 구름의 생성 등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원리를 알려주는 곳이 번개 과학관이다. 찌니와 도니를 따라 과학체험을 하다 보면 과학 원리가 재미있어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색 구형 위에 손을 얹으면 정전기가 온몸을 타고 흘러 머리카락이 위로 뻗친다. 색색의 오로라를 담아 놓은 것 같은 플라스마 볼은 볼수록 신비롭다. 유리구에 손가락을 대면 레이저빔을 쏘듯 가느다란 빛이 뿜어져 나온다. 특히, 번개 터널은 소나기구름 안에서 요동치는 천둥과 번개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공간이다. 우레와 같은 소리와 눈앞에서 번쩍대는 번개는 내내 정신없게 만든다. 하이라이트인 번개 뮤직쇼, 테슬라 코일로 만든 불꽃과 소리가 어우러진 번개들의 음악회 특별한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나름 교육적이면서 재미있는 번개 과학체험관이다.
5. 선녀와 나무꾼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선녀와 나무꾼은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실내 테마공원이다. 옛 서울역의 모습을 재현한 건물로 들어서면 다양한 테마의 건물 모형에 옛날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옛 장터의 모습을 재현한 장터거리와 고고장, 다방, 만화방 등 옛 거리와 달동네 모습을 이 곳 제주에서 만날 수 있다.
재현한 추억의 영화마을에서는 옛 영화를 하루 종일 상영하고, 옛날식 교실에서 직접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옛날 간식도 사 먹을 수 있다. 나름 세대 통합을 이루는 체험공간이다.
닥종이 인형 전시 공간과 농기구 등 민속용품, 굴렁쇠, 팽이, 고무줄놀이 등 추억의 놀이 체험 외 작은 동물원과 도깨비가 있는 공포의 집에서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6. 메이즈랜드, 김녕 미로공원
김녕 미로공원은 사계절 푸르름을 유지하는 상록수 랠란디가 수벽을 이루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로공원이다. 이곳은 30년 전, 미국인 더스틴 교수의 아이디어로 개발되어 운영 수익금을 매년 제주대학교 등 지역사회로 환원하고 있다. 3미터 높이의 나무가 빼곡하게 이어진 미로공원은 제주도민이 가장 사랑하는 명소로 꼽힌다. 구석구석 숲과 마을을 오가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랠란디 특유의 향기와, 공원 바닥 화산석 ‘송이’는 미로를 헤매다 나온 여행자들에게 맑은 기운을 전해준다.
메이즈랜드는 바람, 물, 여자라는 제주도의 삼다를 테마로 조성한 세계 최장의 석축 미로공원이다. 꿈의 미로라는 글귀가 새겨진 석문을 지나면 입구 왼편에 작은 호수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5.3km에 이르는 미로 공원은 하루방처럼 생긴 돌미로, 둥글에 만들어지진 바람미로, 안쪽에 곡선으로 되어있는 여자미로 3개로 구성되어 있다. 바람미로에는 미측백나무 2,709그루 심어져 있어 피톤치드가 풍부하며, 여자미로는 붉은 꽃이 피는 애기동백나무와 랠란디가 2,922그루 심어져 있다.
난이도가 높은 돌 미로는 박물관 4층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제주 하루방의 모습으로 되어있어 익살스럽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을 만큼 즐거운 체험을 하는 곳이다. 그 외에도 수국 길, 장미공원, 제주 신화 조각 동산 등을 관람할 수 있다.
7. 숲길(비자림, 절물 휴양림과 사려니 숲길) 산책로
제주 평대리 서남쪽 6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제374호 비자림은 길이가 5km에 달하며, 나무껍질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도 음미할 수 있다. 이곳에 약 2,800여 종, 수령 500~800년, 수령은 약 300∼600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800살 새천년 비자나무 높이는 25미터, 둘레는 6미터이다. 긴 세월을 생존해온 모습이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제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라 한다.
단풍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숲을 메우고 있으며, 콩짜개란, 비자란 등 희귀난과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주목과에 속하는 비자나무 잎은 두껍고 작으며 끝이 뾰족하다. 가을에 길고 둥글게 열매 맺는데 약제로 쓰이며, 구충제 및 변비 치료제나 기름을 짜는데 쓰인다 . 비자나무는 하나 버릴 것 없는 고마운 나무이다.
제주 시내버스 1번 종점, 절 옆에 물이 있어서 절물이라 불리는 자연 휴양림이 있다. 입구부터 날씬하게 늘어선 키 큰 삼나무들로 청량미가 뿜뿜하다. 바람 많은 제주에서 감귤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 목적으로 심어진 삼나무 50여 년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우거진 숲 속 평상에 누워 바람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오히려 고요하다. 누워서 하늘을 보니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들린다.
휴양림의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데크 산책로, 약수터, 폭포, 연못 등이 소박하지만 숲이 주는 신선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너나들이길은 계단 없이 이어지는 길, 생이소리길은 활엽수가 풍부한 길이다.
숲 안쪽에 자리한 절물오름은 약 800미터, 1전망대는 해발 697m 라지만 기본 고도가 있어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왕복 가능하다. 정상에는 말발굽형 분화구가 있어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재미있다.
사려니 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에 속한 곳으로, 인간의 손길에 훼손되지 않은 숲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려니 숲길 일부 구간을 개방한 2009년부터 차량 출입이 전면 통제이다. 사려니 숲길 해발고도는 450~700m, 전체 길이는 약 10㎞에 이른다.
'사려니'란 말은 숲 안의 신성한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이 함부로 범하지 못하는 신성한 땅, 신성한 숲길이다. 오소리와 제주족제비와 도롱뇽 등 사려니숲에 살고 있는 야생 동식물은 모두 78과 254종이다.
제주의 어떤 곳보다 숲길을 걷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은근 신성함이 느껴지는 사려니 숲길이다.
카멜리아힐은 동백언덕이라는 뜻으로 사계절 내내 꽃내음이 가득한 수목원이다. 30년 열정과 사랑으로 제주의 자연을 담은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이다. 6만 여 평의 부지에는 가을부터 봄까지 시기를 달리해서 피는 각국의 다양한 동백나무 6,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계절마다 새롭게 옷을 갈아입는 덕분에 어느 때에 방문해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곳곳에 걸린 센스 넘치는 가렌더 역시 인생 샷 스폿에 한몫 더한다. 다양한 문구들이 적힌 가렌더, 이니스프리 CF의 배경으로 알려진 새소리 바람소리길, 돌담이 이어진 전통 올레길과 노란 전구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감성적인 숲길도 사진 촬영 포인트이다. 구석구석 탐나는 포토존이 많은 곳이다.
마노르블랑, 프랑스어로 마노는 넓은 정원이 있는 뜰, 블랑은 흰색이다. 마노르블랑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하얀 건물로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가든 카페이다. 산방산과 형제섬이 보이는 하얀 건물이 멋진 이 곳 내부에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티웨어와 각종 피겨린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 꽃에 미친 주인이 한땀한땀 가꾼 4,000여 평 정원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초여름 수국과 가을 핑크뮬리, 그리고 겨울을 이겨낸 붉은 정열 동백꽃 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관광객은 물론 제주도민이 찾는 명소이다.
8.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김영갑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지만 제주의 매력에 빠져 일생동안 제주를 사랑했다. 그는 밥 먹을 돈까지 아껴서 필름을 사고, 사진 작업에 모든 열정을 바쳤다.
이후 전시관을 마련하기 위해 폐허가 된 초등학교를 구해 초석을 다질 즈음, 루게릭병에 걸리게 되었다. 남은 힘을 다해 2002년 여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의 문을 열었고, 2005년 5월, 그는 두모악에서 잠들었으며 유골은 마당에 뿌려졌다.
두모악관과 하날오름관 사진에서 제주의 옛 모습과 속살을 볼 수 있으며, 용눈이 오름, 눈·비·안개 그리고 바람 환상곡 외 많은 작품이 있다. 유품전시관은 그가 보던 책, 카메라 등이 전시되어 있고 영상실에서는 왕성한 활동을 하던 젊은 시절의 그와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던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정원은 돌담과 토기, 둥근 돌담으로 둘러싸인 나무들이 소담하고 곳곳에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어있다. 긴 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데 나뭇가지의 흔들림이 선생의 마음을 담은 바람의 손짓처럼 다가온다.
9. 사람 발자국 화석지
사계-송악 해안도로 일대에 천연기념물 제464호로 지정되어 있는 발자국 화석 공원이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인류의 기원과 삶의 가치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수중 화산 분화 활동으로 형성된 응회암 퇴적층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은 규모도 있고 학술적 가치가 크다. 사람발자국은 13개 지점에서 500여 개 발견되어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이다.
이곳에 형성된 지층의 구조와 색상, 빌려오는 바닷물과 응회암 암석층, 형제 섬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꽤 오래 사진을 찍다 나왔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는 곳이다.
10. 재미난 박물관
제주 러브랜드는 성을 주제로 한 테마 조각공원이다. 해학적인 관점으로 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7000㎡ 크기의 실내 전시공간과 야외 조각공원으로 되어있는 세계 최대의 성박물관이다. 성을 밝고 건강하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6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하여 볼거리가 제법 있다. 밤에는 환상적인 야간조명으로 공원 전체를 하나의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부, 커플 단위 관광객들이 꽤 재미나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국내 최초로 ‘착시미술’을 도입하여 만든 체험 전시관이다. 미디어, 오브제 아트 등 다양한 영역을 접목시켜 탄생한 신개념 놀이 공간이다. 관람 중에 자연스러운 표정과 리액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익숙하고도 유쾌한 작품들이 많다.
전시는 5개의 방과 2개의 길로 구성된 7가지 환상적인 공간에서 진행된다. 어둠 속에서 만나는 판타지 이야기라는 테마 아래 만들어진 오브제, 미디어아트, 스토리가 더해진 스토리텔링 플레이스이다. 곳곳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센스와 트릭아트를 경험하면서 들어갈 때보다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곳이다.
넥슨 컴퓨터박물관은 게임회사 넥슨이 만든 컴퓨터 관련 박물관으로 컴퓨터와 게임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IT 선도국이자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디지털 역사를 관람하는 곳이다. 스티브 잡스가 맨 처음 만든 컴퓨터 APPLE1을 비롯한 첫 세대 퍼스날 컴퓨터부터, 역사 속의 모니터, 키보드 등 컴퓨터 부속부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컴퓨터를 주제로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변화하게 하는 컴퓨터 관련 자료는 과거의 유물아 아닌, 생명력이 있는 현재 진행형 매체이다. 컴퓨터의 기술적 변화는 당연하고 복잡하다. 컴퓨터 자체보다 그것이 파생시키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맥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예술과 일상이 변화된다는 생각해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전시였다. 컴퓨터 기술보다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창의적 능력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