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점심을 하고 근처 공원이 아닌 콘코디언 빌딩(구 금호아시아나 사옥) 산책을 다녀왔다. PM사인 JLL의 소개로 콘코디언 빌딩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그룹의 500년 미래를 내다보고 공을 들여 지은 빌딩이다. 유동성 위기로 2018년 매물로 나왔다. 인수자는 DWS자산운용, 투자자는 GIC와 CPPIB다. 인수 후 바꾼 이름이 콘코디언 빌딩이다.
맞은편에 옛 대우건설 사옥이 보인다. 저 빌딩 역시 과거 금호가 소유하고 있던 빌딩이다. 금호가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던 시절..금호가 왜 그렇게 망가졌는지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외국계 IB의 무리한 금융 조달 계획이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더라. 아무튼, 지금 저 건물은 김앤장이 쓰고 있다. 대우건설은 을지로 을지트윈타워로 이전했다.
로비가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투자용 건물 중에는 로비가 옹색한 경우도 많다. 또한 4대문 안에는 남산 조경 등을 고려한 규제로 쌍둥이 빌딩이 많은데 아무래도 쌍둥이 빌딩은 로비가 작아 더 그런 느낌을 준다. 물론,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도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을지로 '센터원', 그리고 현재 LB자산운용이 소유하고 있는 종각 '센트로폴리스', 두 빌딩 저층부를 통으로 연결해 로비를 웅장하게 지었다.
일층 로비에는 '포비'라는 아주 매력적인 카페가 들어서 있다. 예전에 투썸플레이스가 있던 자리다. 투썸플레이스는 창 뒤쪽 나무를 가리게 인테리어를 했었는데 그게 얼마나 별로였는지 깨닫고 있는 중이다. 포비가 공간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것 같다. 여기 자주 오는 분이 주신 팁 중에 하나. 주말 오전에 오면 한산해서 아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커피도 맛있고, 베이글이 유명하다.
갤러리 형태로 입주사들을 표시해뒀다. 공실률은 빠르게 해소되어 현재 10%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계 법무법인, 일본계 리서치&컨설팅회사(노무라),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회사가 입주해 있고, 최근 롯데카드가 9개층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원래 맨 윗층은 멋진 전망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식당가로 꾸미려고도 했으나 롯데카드가 9개층을 써야 한다고 해서 계획을 바꿨다고 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콘코디언 빌딩의 멋진 전망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이 빌딩의 장점 중 하나. 전망이다. 예전에 골드만삭스가 있는 바로 옆 흥국생명빌딩에 갔다가 너무 멋진 전망에 놀란 바 있다. 콘코디언빌딩은 그 이상이다. 이렇게 보면 서울은 참 예쁜 도시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여의도보다 도심을 선호하는 이유도 알 것 같다.
내부는 이런 느낌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 색깔과 비슷한 톤이라고 한다
콘코디언빌딩의 PM을 맡고 있는 JLL
싱가포르계 공유 오피스 저스트고도 들어가 있다. 저스트고는 GIC가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선릉역과 SFC, 그리고 콘코디언빌딩까지 3곳의 저스트고를 가봤는데 여기가 가장 멋진 것 같다. 바닥 인테리어를 저스트고만의 방식으로 했는데 다른 층과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다. 저스트고는 현재 페럼타워, SFC, 콘코디언빌딩 등에 들어가 있는데 이 중 SFC와 콘코디언빌딩은 GIC가 투자한 건물이다.
사옥용 빌딩은 확실히 투자 목적으로 지은 빌딩에 비해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콘코디언빌딩뿐만 아니라 SK서린빌딩 같은 곳도 상당히 좋은 빌딩으로 평가된다. SK서린빌딩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도 많이 봤다. 이와 달리 을지로 파인애비뉴와 같이 애초에 투자 목적으로 지은 빌딩은 확실히 좀 더 가벼운 느낌을 준다. 예전에 한 운용사 대표도 그런 말을 한적이 있다. 가능하면 기업들이 사옥용으로 짓고 소유하고 있는 빌딩을 인수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