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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Jul 09. 2019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6_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가 만난 사람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님은 이번에 팟캐스트를 녹음하면서 처음으로 만났다. 조 대표님을 초대해달라고 요청하신 분들이 많았다. 덕분에 이번에 나도 조성현 대표님과 스페이스워크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  조 대표님과 팟캐스트 녹음 날짜를 잡고 어느날 밤 11시부터 이야기 나눌 주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보니 스페이스워크가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조 대표님은 어떤 분인지 정보가 많지 않았다. 먼저 스페이스워크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를 살펴보고 조 대표님의 인터뷰를 찾아 읽으면서 조 대표님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생각을 하는 분인지를 살펴봤다. 그리고 조 대표님과 스페이스워크의 페이스북, 블로그까지 조 대표님과 스페이스워크에 관한 글이라면 보이는대로 찾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 3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질문들이 솟아났지만 이러다간 도저히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이야기 나눌 주제들을 정리해서 이메일을 보냈다. 보통은 녹음 전에 일부러 구체적인 질문지를 보내드리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기 위해서 큰 틀에서 4~5개의 주제만 인터뷰이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 보다 사전 준비가 훨씬 길어졌다. 너무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이 얘기를 나눠보지 않았던 분야라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가는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녹음이 예정된 날에는 30분 가량 일찍 만났다. 녹음을 하기에 앞서 조 대표님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듣고 싶은 이야기의 10분의 1도 다 못 들은 것 같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의 일부를 여기에 남긴다. 



<건축으로 부동산을 바꾼다>


조 대표님과 녹음을 하고 나서 느낀 점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 


스페이스워크 조성현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섭외를 요청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녹음하기 전에 스페이스워크에 대해 알아보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일단 이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업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공익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회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건축이 부동산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워크를 만나고 건축이 부동산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만나고 느낀 점을 요약하면, ‘기술 진보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예' 입니다.(2019년 4월 16일)


스페이스워크는 프롭테크 스타트업으로 조 대표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이스워크를 '인공지능(AI) 부동산 솔루션 회사'라고 소개한 바 있다. 실제 스페이스워크가 개발한 서비스 '랜드북'은 토지 데이터와 건축물대장, 인허가정보, 실거래가, 등기부등본, 건축 및 도시 법규, 도시계획 변동 공고, 예상 토지가 등 빅데이터와 AI 건축설계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고, 개발 솔루션을 제공한다. 랜드북 검색창에 지번을 입력하면 해동 토지를 분석해 토지 시세와 최대 용적률, 개발 후 예상 수익까지 무료로 보여준다. 


어떻게 해서 스페이스워크라는 회사가 탄생하게 되었을까. 먼저 조 대표님은 건축과 출신이다. 대학교 때 부터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 조 대표님은 대학교에 다닐 당시 부동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미 그 때 부터 어렴풋이 스페이스워크와 같은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실제 조 대표님은 한 인터뷰에서 "건축학과를 다니며 한국 도시개발 추진이 항상 더딘 현실을 마주해왔다. 토지 개발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개인도 가치 있게 사용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래는 조 대표님이 활동했던 부동산 동아리에 대한 질문이다. 


Q. 대학교 때 활동했던 부동산 동아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성현 대표=서울대 부동산 연구회(SRC) 3기 입니다. 한학기당 1기수가 선발되니, 만들어진지 1년 후에 들어갔습니다. 군대 제대할 때 즈음에 부동산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복학전에 미리 연구회의 한명을 소개받아서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부동산 공모전 등을 같이 진행하고  다양한 스터디 등을 진행했습니다. 수업을 건너뛰고 SRC 친구와 함께 백령도에 경매로 나왔던 땅을 보러 가기도 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때는 동아리 시작 초기여서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없었지만 현재는 당시 SRC 선후배들이 부동산관련 금융, 시행사, 공공기관,사업, 전문직(건축사,회계사,감정평가사) 등 다양하게 진출해 있어 서로 자주 연락하고 많은 도움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SRC를 만들었던 선배는 현재 아이에스동서가 인수한 그린램프라이브러리를 창업한 이동준 대표입니다. '경계없는 작업실'*이 만들어지고 몇개월 안되었을 때 이동준 대표가 대우증권에서 부동산관련 금융업무를 6년 수행하다가 아토컴퍼니를 창업하였습니다. 아토컴퍼니와 경계없는작업실은 큰 비중을 상호 출자하고, 2년반 같은 사무실을 쓰면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린램프라이브러리는 아토컴퍼니의 자회사 아토스터디가 운영하였는데 공동대표로도 SRC의 후배인 신현욱 대표가 왔습니다. 당시 그린램프라이브러리는 아토컴퍼니 개발/경계없는작업실 디자인,브랜딩/ 아토스터디 운영으로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재도 양사에는 SRC출신 동기,후배들이 있습니다. 현재 사업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스페이스워크의 임혜연 이사도 DTZ, KDI를 거쳐서 아토컴퍼니에도 합류하였었습니다.  

*경계 없는 작업실은 조성현 대표님이 서울대 건축학과 03학번 동기인 문주호, 임지환 건축가와 공동으로 설립한 건축사사무소다. 스페이스워크는 애초 경계없는 작업실의 기술팀으로 출발했다가 분사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자세한 설명을 참고하기 바란다. 


조 대표님은 동아리 활동뿐만 아니라 스스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스페이스워크와 같은 회사의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 


"아버지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고 싫어하셔서 모두 통장에 돈을 모아두는 스타일이셨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이 행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였고 아버지를 설득해서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그래서 대학 졸업 전에 부모님이 모아두신 모든 현금으로 역삼동에 단독주택을 사서 리모델링해서 임대하면서 당시 풀옵션시장에서 강남 최고가를 경신해보았었습니다. 이 과정 중에서 토지를 보는 관점이나 조사하는 방식, 공간과 수익성의 조화에 접근하는 방식등에 대해서 학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장인어른은 대기업에서 임원생활을 계속하셨었고, 살고계신 아파트 1채 이외에는 부동산투자를 해보신 적 없던 분이었습니다. 당시, 두산중공업 영국지주회사 CEO를 하셨었는데, 언젠가는 은퇴를 하실테니 노후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드려야겠다고 와이프와 이야기를 하여서 가끔 토지를 보러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삼각형부지에 큰 단점들이 있어서 시장에서 저평가되었지만 건축적으로 잘 풀어볼 수 있는 땅을 후암동에서 찾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장인어른께 전화로 연락드려서 돈을 넣으셔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장인어른은 자세한 설명도 못듣고 땅도 보지못한 상태에서 계약금을 바로 그다음날 입금하셔서 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인어른께도 아버지같이 전재산을 위임받아서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바로 후암동 복합주거건물 프로젝트다. 


후암동 복합주거 건물/사진=신경섭 건축사진작가
후암동 복합주거 건물/사진=신경섭 건축사진작가





<건축사무소에서 '스페이스워크' 창업까지>


2013년 경계없는 작업실 창업


조성현 대표님이 처음부터 스페이스워크를 창업한 것은 아니다. 2013년 조 대표님은 건축학과 동기들과 함께  '경계없는 작업실'이라는 건축사무소를 차렸다. 경계없는 작업실은 건축적 미를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익을 올리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테트리스하우스'다.  테트리스하우스는 대지 면적이 좁아 원룸을 넓게 만들 수 없었다. 경계없는 작업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을 테트리스처럼 블록 형태로 만들고 이를 쌓아올리는 형태로 건물을 지었다. 이를 통해 좁은 땅이지만 주변 건물보다 부피도 크고 수익률도 아주 높은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다. 조 대표님은 한 인터뷰에서  “테트리스하우스는 예쁘게 짓기보다는 최고 수익률을 내는데 집중했다. 테트리스하우스를 포함해 이런 콘셉트의 건물을 여럿 지으면서 젊은 건축사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논현동 테트리스하우스/사진=신경섭 건축사진작가


2016년 스페이스워크 창업 


경계없는 작업실에서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 대표님은 스페이스워크를 창업했다.  직접 소규모 개발 사업을 주도하며 토지를 매입하고 부동산 개발과 건축 계획에 적극 참여하면서 땅을 보는 눈이 맣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6년 조 대표님은 경계없는 작업실에서 기술팀을 분사해 스페이스워크를 설립하고, 토지개발 시 미래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랜드북'을 만들었다. 랜드북은 정부의 도시재상사업에도 적용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스페이스워크는 2016년 SH공사에 가로주택설계 자동화 시스템을 판매했으며,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공사, 시흥시 등도 가치평가 시스템을 정비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당시에는 무모한 나이라고 여겨졌던 29~30 살의 나이로 친구들과 시작했던 경계없는작업실이 빠르게 성장하였습니다. 창업후 3년 후에는 건축사무소로는 큰 규모인 인턴까지 포함하면 30명되는 사무실이 되었었습니다. 경계없는작업실이란 이름처럼 건축설계, 인테리어설계, 브랜딩, 부동산개발,소프트웨어개발까지 모두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3년후 알게 된것은 모든 것을 정말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정말 잘하는 하나가 완벽한 1등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저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기술(Technology)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무리 사무소 인원이 늘어도 기존의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해서는 개인이 세상에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의 양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고 기술을 통해서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음을 느끼게 되어, 경계없는작업실을 기술지향적인 사무실로 바꾸려는 설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아서 당시 기술팀이었던 2명을 스핀오프해서 만든회사가 스페이스워크입니다."


스페이스워크로 도전했던 첫 프로젝트가 인도네시아 1억 3,000만명의 농민을 위한 농촌마스터플랜 자동화 였다고 한다. 당시 조 대표님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못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건축적으로 닿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당시 회사명은 바운드리스였다. 아래 주소를 통해 당시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koicacts/videos/2112208309003858/   
 

스페이스워크의 투자자


스페이스워크의 투자자는 크레비스파트너스, 테라펀딩, 한양대기술지주, 직방, KB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 벤쳐스, 우미건설 등이다. 투자자들과의 인연도 흥미롭다. 조 대표님께 스페이스워크의 투자자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들었는데 스페이스워크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라는 생각이 든다. 

 

크레비스파트너스=스페이스워크를 함께 만든 김재현 대표는 조성현 대표님이 경계없는작업실을 하던 시절에 리디북스 공동창업자인 권민석 대표와 청년주거의 문제를 풀겠다고 성수동의 토지를 매입해서 설계를 맡기러 찾아왔었다고 한다. 다만 정작 그 설계는 조 대표님이 하지 않고 김재현대표와 스페이스워크라는 기술회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테라펀딩=초기주주인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도 테라펀딩의 인원이 15명 정도 였던 초기에 잡지를 보고 파트너 설계사를 찾으러 경계없는작업실에 찾아왔었다고 한다. 당시 양 대표는 경계없는작업실이 건축사사무소 같지 않고 스타트업같은 분위기여서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 다만 조 대표님이 곧 스페이스워크를 창업하면서 인연이 닿지 않았었는데, 창업 1년 후 투자를 유치할 때 이야기한지 몇일 만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주주가 되었다고 한다. 


한양대기술지주=한양대기술지주의 유현오 대표는 본인이 창업한 회사를 상장하고 exit까지 한 흔치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 만났다고 한다. 유 대표는 스페이스워크에 대해 설명한지 몇일 안에 투자 의사결정을 내렸고, 지금도 스페이스워크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서 좋은 조언들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직방=직방의 안성우 대표는 2018년 어느날 연락이 와서 프롭테크 포럼의 가입과 이사회 참여를 권유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고 교류하는 과정 중에 주주가 되어다고 한다. 안 대표는 스페이스워크의 기술이 토지 평가와 유통에서 잘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외 재무적투자자(FI)인 KB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 벤처스도 있다. 그리고 최근 프롭테크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미건설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저는 주주들이 회사의 가장 근간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중요시 합니다. 따라서  주주들도 기술로 부동산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를 중요시 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회사를 운영하면서 좋을 때도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다면 어려울 때 뒤로 빠지지 않고, 묵묵히  지지해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대표이사를 교체해가면서도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워크의 운영 철학


스페이스워크를 살펴보면서 놀랐던 점 중에 하나는 홈페이지의 회사 및 구성원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채용공고 등이었다. 글 하나 하나에 스페이스워크가 자신들의 미래를 얼마나 신중하고 정성 들여 그려가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채용공고 example : https://medium.com/spacewalk-blog/recruit-business-team-71b295ab9207  

스페이스워크 채용관련 블로그 : https://medium.com/spacewalk-blog




<앞으로의 일>


스페이스워크는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매입 자문 자동화 서비스를 통해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님과 스페이스워크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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