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병기 May 12. 2020

아직 못다한 이야기, '군산'

군산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2월 오랜만에 진주를 다녀왔다. 진주는 내가 태어나고, 고등학교까지 살았던 곳이다. 지금은 1년에 세네번 정도 짧게 다녀오는 게 전부지만 늘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예전엔 LH에 일 때문에 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에도 다른 출장지와는 달리 설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지난 2월에 진주에 갔던 건 부모님이 새로 집을 지으셨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이제 두돌 된 아들도 한번도 진주를 데려가지 않았던터라 겸사겸사 다녀왔다. 이번에 내려가서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소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가지고 계신 땅 중 일부는 팔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셨다. 나는 한번도 그런 얘기를 한적이 없지만 언젠가 내가 진주에 내려와서 살겠다고 할지도 모르는데 그때 땅이 없으면 불편할 수 있어서 안 파시겠다고 한다. 실제 주변에 친구분 자녀들 중에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지방에 내려가서 살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만남이 잦아지면서 지방에서 사는 삶은 어떨지 생각해보기는 했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도시 이야기 군산편에서 기사로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기 위해서다. 군산에서 만난 이들이 모두 정성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기사라는 그릇의 한계로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①Life of 군산

군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군산에서 태어난 이, 세종에 살면서 연구를 위해 군산을 종종 찾는 이,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군산에서 일을 하는 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군산에서 사업을 하는 이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군산에 모였고, 1박 2일 동안 취재를 하면서 그들의 일상을 잠시나마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중 김수진 와이랩컴퍼니 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정확히는 경산이라는 곳이다. 김 대표의 고향 얘길 들은 내 첫 마디는 “경산 볼파크”였다. 그렇다. 대구는 삼성라이온즈의 훈련장이 있는 곳이다.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느슨함 없이 대학 및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원 지하철에서 ‘여기서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 시·군·구 228곳에서 89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고 합니다(한국고용정보원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서). 지역엔 사람이 줄고 서울은 ‘서울공화국’으로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처럼 U턴, J턴, I턴하는 청년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시민단체 활동가로 지역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역에 해답이 있고, 가능성이 있음을 체감하였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와이랩(Y-LAB)이라는 이름으로 3명의 팀원과 함께 체류형 여행객을 늘리기 위해 로컬 컨텐츠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 로컬라이즈 프로젝트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단순 창업교육 및 지원이 아닌 ‘지역재생’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고 지역과의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 군산 출신 및 외지인으로 구성된 23개 팀이 한꺼번에 군산에 머무르며 사업을 시작한다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머무르는게 아니라 ‘숙박’을 지원받아 먹고, 마시고, 자고, 함께 살면서 군산을 진득하게 접할 수 있었던 점이 ‘커뮤니티’를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있던 우리에게 큰 강점이자 기회였습니다."_김수진 와이랩 대표





②about 군산

그들은 군산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누군가는 이방인을 포용할 줄 아는 따뜻하면서도 쿨한 도시라 부르고, 누군가는 역사적인 배경 덕에 다채로운 이야기가 풍부한 곳이라고 한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쳐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더 살기 좋은,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작당을 벌이는 곳이라고 부른다.


"군산의 매력은 ‘개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자들의 도시, 이방인들로 구성된 지역이라는 특징이 새로운 것들을 받아 들이고 떠나는 것들에 아쉬워 하지 않는 정서가 지역민들의 삶 속에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마드, 유영하는 삶 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즈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투과하기에 좋은 환경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도 말 할 수 있겠네요."_조권능 (주)지방 대표


"군산은 역사적, 생태적, 문화적으로 풍부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도시입니다. 수탈의 역사도 지니고 있지만 만세시위운동과 같은 해방의 역사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바다, 섬, 호수, 강 등 향유할 수 있는 생태환경도 가득합니다. 실제 군산은 예로부터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전국 각지의 사람들까지 이방인들의 들어오고 나감이 빈번한 동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다채로운 이야기가 골목마다 깃들어 있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_김수진 와이랩 대표


지금, 그리고 앞으로 군산에서 일어날 일들이 궁금하다면 알아야 할 것들


③Who's ㈜지방

조권능 (주)지방 대표님을 만난 건 지난 2월 팟캐스트 녹음 때가 처음이었다. 그전부터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어느날 조 대표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군산에서 행사를 하나 하는데 행사 시작할 때 팟캐스트 오프닝을 활용해서 인사말을 해도 되겠냐는 얘기였다. 흔쾌히. 고맙기도 했다. 이번에 그 행사가 어떤 행사였는지 알게 됐는데 작년 말 군산에서 진행된 DIT(Do it, together) 행사였다. 조 대표님을 보면 어떤 만화 캐릭터가 생각난다. 평소에는 널널하고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그래서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어떤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중요한 말을 하는 그런 캐릭터. 군산에서 조 대표님을 만나려면 생명력이 다해가던 영화시장을 되살린 영화타운 내에 조 대표님이 직접 운영하는 '럭키마케트'를 찾아가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조 대표님에 대해서는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좀 더 알 수 있다.


http://podbbang.com/ch/17568?e=23454873



④지방에는 어벤저스가 필요하다_'로컬라이즈'

꼭 군산에서 태어난 이들만이 군산을 사랑하고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어벤저스가 전 세계 곳곳, 심지어 우주까지 넘나들며 하는 일을 보라. 이름이 모든 걸 말해주는 캡틴 아메리카 조차도 "America first"가 아니라 "We are the world"를 외쳤기에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게 아닐까. 군산 같이 인구 30만이 안되는 소도시는 가진 콘텐츠 자원이 풍부해도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자와 운영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도시에는 군산에서 태어난 이들뿐만 아니라 함께 군산을 풍요롭게 만들어 갈 외부 우수(?) 인재들이 꼭 필요하다. SK의 후원 하에 언더독스가 운영하는 '로컬라이즈'는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로컬라이즈 군산은 2019년에 군산 구도심 영화동에 로컬라이즈 타운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스타트업의 창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군산 구도심의 도시재생, 지역재생을 이뤄보려고 하는 Renewable City Project 입니다. 지역에서의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 지역에 있는 팀 뿐만 아니라, 외부의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도 많이 참여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외부 창업가들이 타지역에 정착하고 창업을 하기 위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지 알아보았고, 1)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 2) 숙박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타지의 창업팀도 함께 군산에 모여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동의 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창업팀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코워킹 공간을 마련하고, 지역의 게스트하우스를 임대하여 창업팀들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숙소로 제공하고, 언더독스의 강점인 창업 전문 교육 및 코칭, 그리고 사업화 지원금을 통해, WORK, STAY, LEARN, PLAY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지역 창업에 있어서 도움을 받기 위해, 군산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 오신 분과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빙하여 지역 코치로써 창업팀들의 코칭을 요청 드렸습니다. 2019년에는 초기 창업단계인 인큐베이팅 트랙으로 10개팀, 초기 이후의 창업단계인 엑셀러레이팅 트랙으로 13개팀,총 23개 팀을 선발했습니다. 이들을 선발하는 데 있어서도 지역과의 협업을 중요시 했기 때문에, 기존에 많이 존재하는 상권과 겹치지 않고, 콘텐츠 중심으로 진행하는 팀들을 위주로 선발했습니다. 2019년 초기 선발 기준으로 군산 지역 팀 9개팀 비군산 지역 팀 14개팀이었습니다. 2019년 로컬라이즈 군산을 결산해보자면, 총 23개 모두가 사업자를 보유하고 사업을 시작했으며, 신규로 공간을 마련하여 오픈한 팀이 총 8개 팀 군산에 신규 사업자를 낸 팀이 총 8개 팀으로 기존 군산 9개 팀, 비군산 14개 팀에서 군산 15개 팀, 비군산 8개 팀이 되었습니다. 그외에 군산에 전입을 통해 새롭게 정착한 창업팀 멤버가 총 6명입니다. 비군산 지역의 팀들은, 군산 지역 팀을 통해, 지역을 더욱 빠르게 이해하고, 지역과의 점접을 늘려나가는데 큰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먼저 창업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초기 창업에서 겪는 어려움들에 조금은 완충작용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군산 지역의 팀들의 경우,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와 활기참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역내 다소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가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 활력을 받게 된 것이지요."_이슬기 언더독스 매니저



⑤'DIY'가 아닙니다. 'DIT'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박사님의 페이스북으로 DIT 관련 얘기를 들었을 때 그냥 한번 재미삼아 하는 이벤트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군산에 가서 깨달았다. 내가 단단히 착각했었다는 것을. 순간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했던 대사가 떠올랐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DIT는 단단한 알맹이가 담긴 프로젝트다.


DIT는 스스로 작업하는 DIY(Do it yourself)의 개념에서 ‘함께’ 만드는 개념이 더해진 작업이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박사는 ‘마을재생 시공학 개론, DIT건축재생’이라는 보고서에서 “공간 운영자·건축주·주민·전문가 등 다양한 지역의 주체들이 함께 건물의 리노베이션 과정에 참여하는 DIT 방식은 지역에 대한 애착을 형성할 수 있고 공간운영자와 주민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박사는 “운영자나 지역 주민들이 시공에 대한 기술을 익혀 리노베이션이 완료된 공간의 질을 유지·관리할 수 있고, 인근의 또 다른 공간 조성으로 연계·확산 될 수 있어 마을재생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_도시 이야기 기사에서 발췌


"모두의 땀과 정을 묻혀 만들어낸 공간에는 ‘집단의 애착’이 생긴다고 합니다. 와이랩은 공간과의 애착만이 아닌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간의 애착이 생길 수 있도록 D.I.T에서 Do It이 아닌 ’T-Together‘에 집중했습니다. DIT에서의 와이랩의 역할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참가자들이 무사히 군산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DIT 페스타는 같이 몸을 써야하고 쉽게 피로하고 예민해질 수 있는 일정이 연속해서 진행되는 만큼 프로그램 중간 중간 적절한 유머와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시간만 쓰고 몸이 소진되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만드는 것, 돌아간 후에도 계속해서 추억하며 군산을 제2의 따뜻한 고향으로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였습니다."_김수진 와이랩 대표


"전 지역의 일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이벤트나 불태우는 주말 보다는 단단한 일상, 그 자체가 적어도 로컬에서는 지속가능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것도, 함께 할 청년들을 찾아내어 함께 일하며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망에 집중하는 것도 모두 우리의 평일을 더 즐겁게 채우고 싶어서 이기도 합니다."_조권능 (주)지방 대표



⑥지속가능성, 그리고 '마을호텔'

이번 군산 방문에서는 보고 오지 못했다. 다만 이 마을호텔을 운영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잠시나마 보고 왔다. 앞으로 이들이 운영하는 마을호텔이 어떤 모습을 띄게될지 상상이 간다.


"기존의 대형 호텔은 호텔 자체로 한 건물에서 모든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마을이 호텔이 되는 커뮤니티호텔은 마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식당, 카페, 여행 콘텐츠 등을 엮어내어 마을이 마치 하나의 큰 호텔처럼 기능하도록 합니다. 가게, 로컬의 일상, 역사적 콘텐츠 등 지역과 연계할 수 있는 자원을 발굴하고 찾고, 그렇게 찾은 지역자원들을 맵핑합니다. 커뮤니티 호텔과 놀이 콘텐츠를 엮어 만들고, 엮어낸 콘텐츠를 통해 커뮤니티호텔과 지역의 소상공인의 수익을 발생시켜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고자 합니다."_조권능 (주)지방 대표


"저희는 ‘로컬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회사로 군산 원도심에 위치한 <커뮤니티호텔 WHO‘S>를 운영하고, 여행패키지, 공터마켓, 소모임, DIT캠프 등 투숙객과 지역주민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시민단체에서의 오랜 경험 속에서 다수의 지역프로젝트를 기획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량을 갖춘 팀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_김수진 와이랩 대표



⑦건축 및 도시 전문가가 보는 군산_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박사

아래는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윤주선 박사님께 던진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중 일부는 기사에도 반영을 했지만 충분히 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여기에 원문을 남긴다.


군산시는 한국 민관협력 도시재생의 최전선이다. 청년 스타트업부터 중견 예술가그룹과 대기업까지 크고 작은 민간 기업이 행정과 협업하며 민간주도-행정지원 방향성의 도시재생을 실현해가고 있다. 군산시 도시재생 사업을 자문하고 기획에 일부 참여하며 주력한 점은 흥미로운 운영자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었다.

영화타운은 생명력이 다해가던 군산 원도심 내 영화시장의 기능을 재편하는 프로젝트이다. 영화타운은 저평가 되었던 실력 있는 군산의 언더그라운드 운영자들을 오버그라운드로 데뷔시키는 작업이 핵심이었다. auri는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도록 자극하고, 행정과 대등하게 협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서로 다른 언어의 공공과 민간 사이 통역자 역할을 수행하며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도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도시재생 엑셀러레이터, 지역관리회사, 기획-설계-시공-운영 일원화 모델 등을 시도했다. 현재는 군산 곳곳의 매력적인 운영자들이 지역관리회사 ㈜지방을 구심점으로 모여 독창적 세계관의 영화타운을 작동시키고 있다. 지방도시에는 없다고 알려졌던 실력 있고 추진력 있는 운영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들이 지역내외의 인재들과 네트워킹하며 지방재생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

SK E&S와 언더독스, 사회연대은행이 추진하는 로컬라이즈 군산은 사회문제 해결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프로젝트이다. auri는 프로젝트를 자문하고 기획에 일부 참여했다. 로컬라이즈는 지역 내 인재를 성장시키는 데 초점을 둔 영화타운과 달리 외지 창업자가 지역 내의 운영자로 정착하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체류형 교육을 통해 함께 먹고 자던 23팀의 창업자들이 하나의 팀처럼 서로 긍정적 영향력을 주고받고 업무협업도 수시로 만들어가게 유도한 점이 주효했다. 옆에서 지켜본 창업팀의 지역 정착률과 지역에 대한 애착, 지역 이해도 향상 수준은 지금까지의 다른 민간/공공 지역재생 사업들보다 훨씬 높았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지역재생 방법론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과 자동차 등 기간산업 공백이 생긴 군산의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타운과 로컬라이즈가 훌륭한 첫 발을 떼었지만 아직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이르다. 앞으로 어떤 예측불가의 어려움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다. 매년 관광객수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트렌드를 쫓는 관광객의 마음이 언제 떠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힙한 관광과 트렌디한 서비스산업 이외에 제조업과 식품업, 유통업의 기초체력 강화와 생태계 구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 auri, 영화타운, 로컬라이즈가 느슨한 협업으로 진행한 건축, 조경 메이커운동인 DIT, DIG는 건축과 조경 분야 기초체력 향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인구감소와 변수증가로 제왕적 행정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민간과 공공은 전통적 역할구분을 탈피해 파트너로 함께 지역의 활력을 높여가야 한다. 행정은 민간의 장점인 창의성과 운영력을 보장하고 민간은 행정의 장점인 안정성과 책임감을 종중하는 민관협력이 필요하다.

민간주체는 변화하는 지역여건에 민감하게 대응하여 그에 맞는 운영방향을 끊임없이 재설정해야 한다. 공공주체는 민간의 창의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여건마련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민간과 공공 모두 서로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각자의 본업 이외에도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다름을 인식할 잦은 대화의 자리가 필요가 있다.

민관협력 도시재생은 아직 국내 어느 도시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여건이 다른 해외사례는 답이 될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시행착오를 감내하며 공을 들여 하나씩 징검다리를 놓듯 방법을 만들어가야 한다. 군산시는 그 최전선에 있는 지방도시 중 하나다. 공공 주도형 도시재생뉴딜 사업은 지속성 확보 어려움과 추진속도 저하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시재생은 가이드라인 같은 유일한 답이 있을 수 없고 최대한 다양한 방법론을 만들어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중요하다. 민간주도, 민관협력 도시재생은 그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⑧미래

군산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도시다. 군산이 가진 역사적, 자연환경적 자원들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나는 이들에게서 군산이 가진 잠재력을 본다.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 ‘와이랩’으로 시작한 저희는 최근 모든 팀원들이 군산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정착했습니다. ‘로프: 로컬 프렌들리’라는 이름의 법인도 설립하여 이제 군산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합니다. 커뮤니티 호텔이 숙박시설로서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며 동시에 투숙객이 자연스레 지역가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화폐와 같은 쿠폰을 발행하여 여행자와 지역소상공인을 연결합니다. 올해는 군산에서 활동하는 다른 회사들과의 협업을 진행합니다. 지역관리회사인 주식회사 지방과 디자인 스튜디오 블루머스타드와 협업하여 군산이 더욱 재밌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작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군산을 방문하는 여행자는 표면적인 관광으로 지역을 만나는게 아니라, 가면 재밌는 곳으로 지역을 만났으면 좋겠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여행자와의 만남, 또는 내 지역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하여 내 삶이 여행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군산이 여행지로만 오는 곳이 아니라 여행처럼 사는 마을, 지속 가능한 지역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_김수진 와이랩 대표


"군산에는 현재 로컬리티를 강조한 산업은 관광밖에 없습니다. 지역 기반형 산업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유치에 혈안이 되는 것 보다는 로컬의 자원이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산업들을 지역 내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어떠한 형태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저로서는 결국 지역기반의 산업으로 가려면 지역 기반형 창업이 우선 되어야 하고 그런 창업들을 해낼 플레이어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지역의 메이커들을 만들어 낼 다양한 기획과 실행을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연결하는 오프라인 플래폼으로서 지방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_조권능 (주)지방 대표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 이야기_군산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