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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May 18. 2020

다시 태어나는 '삼일빌딩'

건축가 김중업이 남긴 한국 마천루의 효시


한국 마천루의 효시, '삼일빌딩'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청계천변에 위치한 삼일빌딩. 삼일빌딩은 한국 마천루의 효시로 여겨지는 건축물이다. 1970년에 준공된 이 오피스 빌딩은 지하 2층~지상 31층, 높이 114m의 네모반듯한 건축물이다. 당시 삼미그룹이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지금이야 삼일빌딩 보다 더 높고 커다란 건축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삼일빌딩이 준공되던 당시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삼일빌딩은 1985년 여의도 63빌딩이 완공되기 전까지 한국 최고층 건축물 자리를 지켰다. 참고로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현재 한국 초고층 건축물은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높이가 554.5m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다섯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다. 삼일빌딩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인 고(故)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시그램빌딩과 삼일빌딩, 그리고 SK서린빌딩


삼일빌딩에는 맥락이 있다. 그 맥락은 저 멀리 뉴욕 맨해튼에서부터 시작된다. 삼일빌딩은 1958년에 준공된 뉴욕 맨해튼의 시그램빌딩을 똑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시그램빌딩은 현대 오피스 빌딩의 전형(典刑)으로 꼽히는 건축물이다. 지난 2017년 시그램빌딩을 설계한 미스반데로어의 유일한 한국 제자인 건축가 김종성 선생님과 함께 시그램빌딩을 둘러본 적이 있다. 시그램빌딩은 지어진 지 60년 가까이 되었지만 뉴욕의 화려한 마천루 사이에서 다른 빌딩들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김중업 건축가가 시그램빌딩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당시 김중업 건축가가 삼일빌딩을 설계하기 전 전 세계 오피스 빌딩 투어를 다녔다는 얘기가 들리는 걸 보면 분명 참고는 했을 것 같다. 김종성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삼일빌딩과 시그램빌딩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국에는 시그램빌딩의 영향을 크게 받은 건축물이 있다. 바로 김종성 선생님이 설계한 SK서린빌딩이다. 1999년 준공된 SK서린빌딩은 지어진 지 20년이 지났지만 시그램빌딩과 마찬가지로 결코 오래된 건물 같지 않은 세련미를 자랑한다. 이는 김종성 선생님과 그의 스승 미스반데로의 건축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과거 김종성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바 있다.


“시그램빌딩과 SK서린빌딩은 건축물의 기본 구조를 건축미와 일치시키는 데서 시작했으며 곡선 없이 직선 형태로 꼿꼿하게 올라가는 순수한 형태를 강조했다. 여성의 복장에 비유하자면 화려한 옷은 1~2년만 지나면 유행이 지나 퇴색되기 마련이지만 정장과 같은 옷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SK서린빌딩도 건축의 기본을 간직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것이다.”


SK서린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삼일빌딩


건축가 김중업과 김종성 선생님의 인연


건축가 김종성 선생님은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의 최다 출연자이시기도 하다. 현재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고 계시는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총괄 건축가를 맡고 있어 두 달에 한 번씩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까지는 매번 한국을 방문하실 때 마다 팟캐스트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과 한국 건축가들을 세대별로 나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당시 선생님은 건축가 김중업과 김수근을 1세대로 구분하고, 자신은 1.5세대 정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1922년에 태어난 김중업 건축가와 1935년생인 김종성 선생님은 가끔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두 분의 건축물은 지금도 도심 곳곳에 남아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도시를 둘러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어려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국계 투자자 '그린오크'의 첫 한국 투자

 

몇 년 전 삼일빌딩이 주인이 바꼈다. 국내 1위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SK D&D, 그린오크와 손잡고 투자를 했다. 그린오크의 첫 한국 투자다. 그린오크는 모건스탠리 출신들이 나와 만든 운용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최근 한국에서는 삼일빌딩 외에도 물류센터 개발 사업에도 투자한 바 있다. 현재 삼일빌딩은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근처를 지날 때 마다 사진을 찍어보곤 하는데 꽤 빠르게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리모델링이 끝난 후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017년에 쓴 SK서린빌딩에 대한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299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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