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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Feb 10. 2021

'워버그 핑크스'가 亞 부동산 시장에서 그리는 큰 그림

성장하는 아시아 리츠 시장에 베팅하다


작년 가을께 '워버그 핑크스(Warbug Pincus)'가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들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워버그 핑크가 만드는 첫 아시아 부동산펀드의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다. 모집 규모는 15억달러 정도. 셀프스토리지와 물류센터 개발에 초점을 둔 오퍼튜너스틱 펀드였다고 한다. 한국도 투자 대상에 포함된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물류센터 인기야 말할 것도 없다. 셀프스토리지의 경우 한국은 아직 시장 규모가 작고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그간 워버그 핑크스가 부동산 자산이나 기업을 인수해 규모를 키워서 팔아온 과정을 보면 한국 셀프스토리지 시장의 규모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 같다. 전체 아시아 시장을 보고 그림을 그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에는 'National Storage REITs'와 같은 셀프스토리지 리츠가 상장되어 있기도 하다. 아시아 전체로 보면 셀프스토리지 시장에 대한 투자도 다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이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이유는 워버그 핑크스가 아시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워버그 핑크스는 그간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크게 조명을 받지 않았다. 최근 워버그 핑크스가 투자한 ESR의 한국 자회사인 켄달스퀘어가 'ESR켄달스퀘어리츠'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국내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전까지는 안젤로고든, 액티스, KKR, 블랙스톤, 브룩필드 등 최근 국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외국계 투자자 만큼 큰 조명을 받지는 못했다. 워버그 핑크스가 직접 부동산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기 보다는 워버그 핑크스가 투자한 운용사들이 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활약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워버그 핑크스가 직접 아시아 부동산 펀드를 만들면서 영향력을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미 워버그 핑크스가 아시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워버그 핑크스의 지역별 투자 전략을 보더라도 다른 지역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부동산이 주요 전략으로 포함되어 있다.

워버그 핑크스의 지역별 주요 투자 분야


자산+플랫폼 가치 상승을 동시에 꾀하는 전략


사실 아시아 부동산 펀드는 처음이지만 워버그 핑크스는 그간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운용사와 부동산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한국에도 진출해 있거나 잘 알려진 곳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인 ARA가 있다. 워버그 핑크스는 지난 2017년 ARA를 인수한 이후 공격적으로 업을 확장했다. 가장 최근 사례를 보면 ARA는 작년 3월 글로벌 물류 개발 플랫폼 ‘로고스(LOGOS)’를 인수했다. ARA와 로고스는 모두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또 ARA는 워버그 피크스에 인수된 후 미국·유럽 진출을 적극 추진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ARA는 지난 2018년 하야트 플레이스 호텔 38개를 인수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ARA는 호주 운용사로 유럽에 많은 자산을 투자한 크롬웰(Cromwell)과 일본 최대의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케네딕스에도 투자를 했다. 참고로 워버그 핑크스는 ARA를 인수한 후 상장 폐지를 시켰다. 자신들이 그린 그림대로 회사를 키우는 데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향후 워버그 핑크스는 ARA를 재상장 시켜 엑시트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버그 핑크스가 그간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자산이 아닌 플랫폼 위주로 투자를 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개별 자산으로 투자를 하는 것 보다 아예 플랫폼을 인수하는 게 더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동산 자산 가치 상승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가치도 높여 양쪽 모두에서 수익을 거두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자 중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추구하는 사례가 많다. 좀 더 단순화시켜서 얘기하면 부동산과 PE 투자 전략을 혼합해서 쓰는 것이다. 최근 만난 한 기관투자자(LP)도 이를 위해 조직 개편이나 투자 전략 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기관들은 이제 막 이러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 워버그 핑크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러한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워버그 핑크스의 전략은 홈페이지에도 설명되어 있다.


Warburg Pincus takes a partnership approach to real estate investing – both at the asset level as well as at the platform / entity-level.  This approach has allowed us to create significant enterprise value beyond the underlying value of the assets.



워버그 핑크스가 투자한 부동산 플랫폼


마침 최근 랙스톤이 워버그 핑크스가 지난 2015년 인도의 부동산 디벨로퍼인 엠버시 그룹과 함께 만든 물류센터 투자 플랫폼 '엠버시 인더스트리얼 파크'를 7억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협상 막바지 단계라고 한다. 워버그 핑크스와 엠버시 그룹은 조인트벤처(JV) 설립 당시 2억 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2019년 3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등 총 5억 5,000만달러를 투자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감안하면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는 셈이다. 워버그 핑크스에게서 '거상'의 향기가 난다.  


워버그 핑크스의 큰 그림_아시아 리츠 시장에 베팅


워버그 핑크스는 큰 그림을 본 것 같다. 바로 아시아 리츠 시장의 성장이다. 리츠는 196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됐으며, 1971년에는 호주에서도 리츠를 도입했다.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리츠를 도입한 시기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다. 한국도 2001년에 리츠를 도입했다. 하지만 모든 아시아 국가들에서 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건 아니다. 싱가포르나 일본은 리츠 도입 초기부터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장 규모를 키웠지만 한국 리츠 시장은 성장이 더뎠다. 한국의 공모 상장 리츠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로 진입한 건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가 상장한 2018년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한국 리츠 시장의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전반적인 아시아 리츠 시장이 새로운 성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우선 중국이 작년부터 인프라 리츠를 중심으로 리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리츠 시장은 미국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인도는 2014년에 리츠 제도를 도입했지만 상장 리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2019년부터다. 인도의 경우 블랙스톤과 브룩필드 등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 손들이 리츠 상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 2010년에 리츠 제도를 도입한 필리핀도 지난해 처음으로 상장 리츠가 등장했다. 필리핀의 경우 현지 대형 개발회사들이 외국계 투자자들과 함께 리츠 상장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향후 아시아 국가들의 리츠 시장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워버그 핑크스가 지난 2017년 ARA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ARA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선텍 리츠', 'ARA 로고스 로지스틱스 리츠'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서 10개의 리츠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 투자하는 리츠도 4개가 있다. 


선텍 리츠의 대표 자산 '선텍 시티'




Go east


아시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곳은 워버그 핑크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의 큰 손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경우 최근 17억달러 규모의 첫 아시아 부동산 펀드를 조성했다. 특히 KKR은 지난 2018년 아시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존 파타 전 CLSA 리얼 에스테이트 CEO를 아시아 퍼시픽 헤드로 데려왔다. KKR은 최근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는데 존 파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KKR이 처음으로 투자했던 한국 상업용 부동산 '더케이트윈타워'

또 미국을 대표하는 부동산 투자 회사 중 한 곳인  '하인즈(Hines)'는 최근 국민연금과 함께 오피스와 물류센터, 주거, 복합 자산 등에 투자하는 15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빌드 투 코어(build-to-core) 전략을 추구하는 이 펀드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에 투자하는데 한국도 투자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하인즈는 현재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코어 플러스 펀드를 조성 중이어서 향후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계 운용사인 벤탈그린오크(BGO, BentallGreenOak)도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연기금, 캐나다 보험사 썬라이프 등이 투자자로 참여한 아시아 펀드를 조성했다. 참고로 BGO의 CEO는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명한 소니 칼시다. 소니 칼시는 과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서 많은 투자를 했던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부동산 투자 책임자를 지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글로벌 운용사와 투자자들이 최근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SPI)'의 지난 뉴스레터에 실린 글 참고

https://brunch.co.kr/@skip10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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