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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Apr 20. 2019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3_이지수 위펀딩 대표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가 만난 사람 

#이지수 위펀딩 대표는 이번에 팟캐스트를 녹음하면서 처음으로 만났다. 물론 그 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인연을 맺고는 있었다. 일면식은 없는 사이였지만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종종 이 대표가 올리는 글들을 보게 됐다. 이 대표가 쓰거나 올리는 글들을 보면서 언젠가 한번쯤은 만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간 봐왔던 P2P 업체들과는 다른 특징이 보였기 때문이다. 부동산부에 있을 때 P2P업체들을 종종 만날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P2P 업체들이 부동산 상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순간P2P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업체들을 계속 만나기보다는 알고 믿을 만한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업계 현안과 시장 상황을 들었다.주로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테라펀딩 이후 처음으로 만난 회사가 위펀딩이다. 물론 중간중간 스쳐지나간 회사들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테라펀딩과 위펀딩 두 곳이다. 이 대표는 감정평가사 출신이다. 감평사들은 공공이 발주하는 공시지가 조사 등과 같은 업무를 주로 하는데 이 대표는 처음부터 여타의 감평사와는 다른 출발을 선택했다. 최근 들어 감평사들의 업무 영역이 축소되는 등 감평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안정적인 길이 아닌 어린 시절 꿈꿨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때 친구들 따라서 발명반에 들어가서 실험하고 발명하는 활동을 하다가 운 좋게 상을 받아 미국 연수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당시 고층 빌딩이 가득한 뉴욕은 이 대표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다녀와서 언젠가는 꼭 뉴욕에서 일하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 대표가 어디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 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꿈을 키워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995년 이지수 대표가 초등학생일 때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직접 찍은 사진이다. 허드슨강에서 바라본 맨해튼




감정평가사, 그리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_이 대표는 감정평가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생 때 진로를 고민하다가 높은 수입에 출장도 많고, 무엇보다 막연하지만 불로소득이 가능할 것 같은 부동산 쪽 일을 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전역 후 약 2년 간 공부한 후 28살 때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부분의 감평사들은 자격증 취득 후 감정평가법인으로 가지만 이 대표는 감정평가법인이 아닌 영국계 종합 컨설팅 회사 DTZ(현 체스터톤스)를 선택했다. 2011년이다. 사실 감정평가법인에서 감평사들이 주로 하는 일이 정부에서 매년 고시하는 공시지가와 관련된 표준지의 조사 및 평가와 같은 업무이다 보니 감평사들이 상업용 부동산 및 부동산금융 시장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와 달리 이 대표는 첫 출발을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시작한 덕분인지 일찍부터 상업용 부동산과 부동산금융 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대표가 참여했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에 하나가 바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다. 이 대표는 IFC 프로젝트에서 매 분기별 가치평가 및 준공/매각 시점의 가치를 추정하는 일을 했다.


"IFC는 오피스, 쇼핑몰, 호텔로 구성된 복합개발, 토지 임대차 (Land Lease) 개발 방식, 준공 중인 자산이라는 점에서 최상의 난이도를 가진 감정평가 프로젝트였다. 약 7년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감정평가 스킬 향상은 물론이고 개발자산에 대한 이해, 금융구조 수립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


지난 2015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여의도 IFC


부동산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들로부터 배우다_아울러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에 투자한 외국계 투자회사들의 관리 및 추가 투자, 대기업의 보유자산 활용방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많은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가졌다. 당시 이 대표가 만난 클라이언트는 국민연금, 싱가포르투자청, 도이치뱅크, CBRE GI, 아부다비투자청, MBK, 롯데, 삼성, KT, GAW Capital, Invesco, 미국 국방성, STS, HP, LIM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이다. 이 대표는 이들과 함께 IFC뿐만 아니라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강남파이낸스센터(GFC) 등 서울 톱3 트로피 자산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KT가 보유 중인 약 9조원 상당의 500개 자산에 대한 컨설팅 (4년간 2회)을 하면서 대량의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립했다고 한다. 아울러 명동의 엠플라자, 홍대의 동교동,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밸류애드 전략을 구사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노하우를 간접적으로 습득하는 기회도 가졌다. 


특히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물류센터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은 이 대표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국내 최대의 물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감정평가와 아시아 최대 물류센터인 화성동탄 물류캠퍼스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전수 조사를 통해 오피스 리서치와 유사하게 물류센터 권역을 구분하여 표본을 선정하고 시계열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과거 공급과 미래 공급 추정, 공실/임대료 동향, cap rate 동향 등을 차곡차곡 쌓였으며 매년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가설을 검증하고, 데이터의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물류센터 투자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국민연금이 독일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과 일본 (도쿄)에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프로젝트에 투자 자문으로 참여했다.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투자회사 중 우리와 일을 안 한 곳은 있어도 한번만 한곳은 없었다. 해외 투자회사 리서치 팀에서 우리 보고서를 보고 수소문해서 한국에 2차례나 찾아오기도 했다."


독일 H&M 물류센터


이외에도 이 대표는 다수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야를 넓혔다. 첫 해외 프로젝트는 LG생활건강에서 더페이스샵의 싱가포르지사를 인수하는 프로젝트였다. 


"해외 생활 경험이 없어 영어에 자신이 없었다. 다음날 오전 미팅을 위해 새벽까지 영어대본을 만들어 외우고, 미팅 시에는 녹음을 해서 대화 중에 이해 못한 부분을 반복해서 들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프로젝트를 무사회 완수했고 이후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 독일과 일본의 물류센터 투자뿐만 아니라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중국 (천진과 청도)에서 진행된 부동산 투자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또한 브렉시트로 인해 국내 대기업의 유럽 본사가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국내 대기업의 뉴저지에 있는 감정평가 및 투자타당성 분석 자문업무를 수행하는 등 다야한 경험을 쌓았다. 




독립, 핀테크 기반의 부동산 투자회사_이 대표는 지난 2015년 독립해 위펀딩이라는 핀테크 기반의 부동산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여러 컨퍼런스를 다니며 스타트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 축적된 실력을 가지고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당시 핀테크라는 개념이 대두되었고 부동산 투자와 접목시켜 기술기반의 부동산 투자회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운도 좋았다. 첫 직장에서 존경할만한 선배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DTZ의 수장인 신종웅 회장은 이 대표가 성공적으로 창업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개인적으로도 신 회장님을 잘 알고 있다. 신 회장님은 진취적인 성향으로 항상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준비하고 과감하게 업무방향을 다각화 및 다변화했다. 최초의 감정평가사로 자리를 잡았지만 감정평가업을 넘어서 컨설팅, 임대차대행, 매입매각대행, 부동산관 등으로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뿐만 아니라 평소 만나본 신 회장님은 감평 업계의 발전과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지원을 하는 분이다. 이 대표도 수혜자 중에 한 명이다. 

"창업을 하는데 신 회장님의 진취적인 행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한 창업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흔쾌히 회사 일을 하면서 해보라고 허락해 주셔서 부담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브룩필드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는 서원빈 대표도 이 대표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DTZ에서 서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서 대표는 이후 브룩필드 홍콩에서 투자 업무를 하다가 최근 브룩필도 한국지사장으로 복귀했다. 


"IFC 감정평가 프로젝트의 최종보고서 제출을 위해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약 24시간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24시간 동안 서 대표님이 가설을 설정, 검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 일하는 방식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이지수 대표


위펀딩은 자산규모 50억~500억 사이의 개인과 기관 투자 시장 사이에 있는 퍼플오션을 타겟으로 하여  네트워크 기반이 아닌 리서치 기반으로 지역/섹터/금융구조를 선정하여 직접 딜 소싱하여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투자 상품은 현재는 P2P금융을 이용하여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으나 이는 자산운용업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위펀딩의 투자는 기술기반으로 부동산 기반 자산운용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등록되어 보유 중이며, 기술개발을 더욱 고도화하여 기존에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이루어졌던 분석들을 빅데이터분석, 머신러닝 등의 고급기술을 통해 투자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위펀딩은 '기술 기반의 부동산 투자회사'다. 부동산 투자의 방식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직접투자, 펀드, 리츠 등이라 볼 수 있고 P2P금융은 최근에 등장한 온라인을 통한 기술기반 투자 방법이다. 위펀딩은 P2P금융 방식을 이용한 부동산 투자회사다. 부동산 투자회사이기 때문에, 투자팀, 관리팀, 리스크관리팀, 준법팀, 리서치팀 등의 내부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기술기반이기 때문에 IT팀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위펀딩이 내놓는 투자상품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풍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위펀딩은 지난 2017년 인천 개항로에 위치한 지역 재생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개항로는 과거 일본인들이 살았던 지역으로 일본 양식의 노후화된 건축물들이 공실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최근 들어 이 지역을 재생하기 위해 자본가, 유명 쉐프, F&B대표 등이 모여 건축물을 매입하고 외관을 개선하고 개성있는 점포가 입점하기 시작했는데 위펀딩은 지역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970년대 신축한 병원을 리노베이션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업사이클링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위펀딩은 여기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해 지역재생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인천 개항로에 위치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앨런 머스크는 로켓을 쏘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안전하게 착륙시켜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 측면이 중요시되는 세상인 것 같다. 단순 투자보다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유지되고 사랑받는 공간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싶다."


이 대표가 존경하는 엘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에서 발사한 펠콘헤비 로켓 양측의 추진체가 본체를 쏘아올리고 나서 귀환하여 동시에 착륙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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