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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Apr 18. 2021

서촌으로 체크인 합니다

수평 호텔에서 즐기는 서촌 여행의 기술 with 스테이폴리오

서촌에 다녀왔다. 서촌 방문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다. 서촌은 평소에도 자주 찾는 곳이다. 서촌에서 점심 약속을 잡기도 하고, 저녁도 종종 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 가끔 혼자 산책을 하기도 한다. 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은 동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조금 달랐다.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스테이폴리오가 서촌에 위치한 한옥 7곳을 큐레이션해 선보이는 '서촌유희'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왔다.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님께서 팟캐스트 녹음을 앞두고 한번 머물러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셔서 다녀왔다. 가고 싶어도 예약을 할 수가 없어 가기 힘든 곳임을 알기에 평일이라 서촌을 충분히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녀왔다.


서촌으로 체크인 합니다


서촌유희 체크인은 여느 호텔과는 다르다. 체크인부터 숙박, 식사까지 한 건물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서촌유희는 체크인을 하는 곳과 머물며 쉬는 곳,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곳이 다 다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이 되는 수평 호텔이기 때문이다. 서촌마을에 체크인을 한 이후에는 마을을 걸으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거나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면 된다. 오후 5시 30분께 컨시어지 역할을 하는 한권의 서점에서 체크인을 한 후 스테이폴리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마을을 둘러봤다. 서촌유희의 컨시어지와 라운지, 카페를 소개받고, 무목적빌딩에서 서촌 풍경을 내려다보고, 가볼만한 식당을 추천받았다.

서촌유희의 컨시어지인 한권의 서점, 카페 에디션덴마크, 스테이플리오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서촌유희가 추천하는 마을 식당들
무목적빌딩에서 내려다본 서촌 풍경
무목적빌딩에서 바라본 서촌 골목길
무목적빌딩
무목적빌딩


우리가 놓친 여행의 풍경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출장을 갔는데 암스테르담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요르단 지구 부띠끄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짧은 출장 기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요르단 지구의 멋을 즐기고, 멋진 카페와 레스토랑을 한번이라도 더 방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출장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없기도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조식이나 커피를 호텔에서 다 해결하다 보니 생각보다 주변 지역을 잘 둘러보지 않게 됐다. 밤 늦게 도착한 첫날 호텔 식당이 문을 닫아 주변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을 해서 먹은 게 요르단 지구에서 먹은 유일한 한끼다. 출장이 끝나갈 때가 되어서야 요르단 지구를 충분히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생각해보면 출장 때만 그런 건 아니었다.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용, 여러 목적지와의 이동 거리 등을 감안해 숙소를 잡았는데 여행이 끝날 때 즈음에는 항상 숙소 주변 지역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서촌에서 즐긴 '호캉스'


그런데 서촌유희에서의 경험은 조금 달랐다. 서촌유희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 7시께 마을 산책을 나섰다. 이른 아침 마을 풍경도 구경하고, 아내와 아들이 먹을 아침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좋아하는 통인시장에 들러 김밥 두줄을 사고 동네 빵집에 들러 아들이 좋아하는 소보로빵, 그리고 마트에 들러 우유와 생수 두병을 사서 돌아왔다. 첫날의 아쉬움을 조금은 만회했다. 첫날 저녁 서촌에 위치한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을 생각이었으나 아들이 파인애플 들어간 피자에 꽂혀서 절대 양보를 하지 않아 결국 도미노피자에서 하와이안 피자를 시켜먹었기 때문이다. 몇몇 피자 가게를 둘러봤지만 파인애플이 들어간 피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도미피자 맞은편 타코 가게에서 타코를 시켜먹기는 했다. 다음날에도 오전에 미팅이 잡혀 있어 서촌 카페에서 차 한잔도 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다.


하지만 아침 산책길에 서촌에 머물지 않고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들도 봤다. 이른 아침 동네를 걷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그렇게 뚜렷하게 들리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서는 흔한 경험이었지만 요즘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하는 출근길에서 동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일이 별로 없다. 그리고 그렇게 이른 시간에 야채를 파는 트럭에 모여 야채를 사는 서촌 주민들의 모습도 이채로웠다.

생각보다 아침 산책 시간도 길었다. 서촌을 걷다 보면 발걸음을 멈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길 끝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라는 설렘 때문에.


**서촌에서 찍은 호텔 사진들

서촌 타코 가게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서촌의 아침 풍경

구석구석 섬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숙소도 너무 편했다. 한옥 호텔에서 머물러본 건 처음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촌의 마을호텔, 수평호텔인 서촌유희에서 호캉스를 제대로 즐기고 왔다.


또 하나의 여행, 로컬과 스테이는 어떻게 만나는가


20대 시절 첫 배낭여행을 갔을 때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간단했다. 가격이었다. 여행하는 도시 중심부와 적당히 가깝고 가격이 싸면 선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의 폭은 높아졌지만 선택의 기준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숙소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숙소가 위치한 주변 지역을 충분히 즐기지도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뚜렷한 변화가 느껴진다. 로컬과 스테이를 결합하는 상품이 등장하고, 로컬과 스테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 예로 2016년 말 싱가포르 캐피탈랜드(애스콧)은 '라이프(Lyf)'를 선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The Ascott Limited (Ascott) is unveiling its newest brand, Lyf (pronounced ‘life’), designed for and managed by millennials who wish to experience destinations as locals do. ... Unlike conventional serviced apartments, the properties will be managed by Lyf Guards, millennials who may be residents themselves, community managers, city and food guides, bar keepers and problem solvers all rolled into one. Lyf Guards, guests and partners can conduct workshops with local craftsmen, hackathons with local start-up accelerators or innovation talks. Residents may even score exclusive invites to local music festivals and concerts."


서촌유희에 머물면서 얼마전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장님으로부터 들은 '개항호텔' 생각도 많이 했다.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님과 이창길 대장님 두 분의 인연 때문인지 개항호텔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https://brunch.co.kr/@skip101/557




서촌유희를 나와 아침 약속 장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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