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목 Jun 09. 2019

글쓰기를 일상으로 초대하는 법

글쓰기를 일상으로 들여놓으려 나는 오랫동안 애를 썼다. 정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다고 위세를 떨치고 있으니 글을 써보려는 이러한 사전 행동들이 몹시 거추장스럽고 까마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 글을 쓰려거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을 비워두고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계속 갈구하며 써라!" 마음의 외침이 끊임없이 들려왔지만 그것을 하려고 덤비기만 하면 글을 쓰러 가기까지 씻고 준비하고 아이가 자는 시간을 넘어 모두가 자는 시간까지 일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기다리다가 이윽고 모두가 잠이 들고나면 그제서야 글쓰기를 하는 골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나 아이폰을 켜고 이제 뭘 쓸싸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보니 이렇게 늦게 시간을 내야하는 것인데 글쓰기를 하기위한 자리까지 오는데는 너무나 많은 과정들이 있더라. 글쓰기가 일종의 업무 스케줄처럼 느껴지고 제대로 글 하나는 완성해 내야하는 시간이 되고마는 부담스런 업무 스케줄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를 일상의 습관으로 들여놓기엔 내가 시간을 비워두는 방식이 너무 거창했다.

그래서 글 쓰는 시간을 버리기로 했다. 글을 본격적으로 쓴다는 시간일랑 버려버리고 일상의 남는 자투리 시간을 조금 쓰기로 했다. 혼자서 밥 먹는 점심, 저녁 시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에 대한 이야기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볍게 시작했다. 기타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할 얘기가 많았는데 그동안 바빴기 때문에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방문자수는 낮아져 갔다. 12시가 되기 전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를 시켜놓고 계획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보통때라면 신문기사를 찾아봤을테지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보니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됐다. 밥은 대충 먹는 정도이고 온 신경은 전부 블로그레 글 쓰는 것에 집중돼있었다. 사진을 하나 넣어야 하면 작성한 곳까지 작성한 후 필요한 사진을 확보하여 업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나에게 잘 어울렸다. 점심때가 되면 '자 글써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블로그 앱을 펼친 후 뭘 했는지, 뭘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갔다. 처음에는 하루 방문자 수가 30건 내외였지만 일주일가량 하고나니 78까지 올라갔다. 생각보다 많이 올라가는 편이라 적잖이 놀랍지만, 거기에 연연하지 않는 의지적 결단을 택하여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매일 점심때마다 글 쓰기를 기억하려는 의식을 했는데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아 점심먹으면서 글 써야지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밤에는 자기 전에 iA writer를 통해서 글을 작성한다. 자기 전에 조금은 가볍게 핸드폰으로 글을 작성한다. 예전에는 펜으로 쓰는 생활을 했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펜보다 조금씩 빠르게 올라오다보니 키보드를 사용하는 글쓰기로 다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떠오르는 생각을 빠르게 적어버린다. 이렇게 해서 자기 전에 컴퓨터에 앉아 글을 조금 쓰가 말고 피곤하면 바로 자는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해 억지로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을 생각이다. 졸리면 자고 부담없고 무리하지 않는 글쓰기를 하루에 1-2시간가량 확보하게 되었다. 진지한 글쓰기든 아니든 사실 제대로된 여유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데 지금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렇게 할 수밖에는 없다. 삶에서 목적한 바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의 삶 어느 한 부분에는 습관이 묻어 있어야 한다. 지나가는 김에 한다든가 하는 김에 모두 한다거나, 그러한 사소함이 중요하고 가볍게 시작하고 완성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그냥 관성으로 하듯 오래했던 것처럼 그런 분위기와 뉘앙스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시간이 되면 글쓰기도 함께 기억나는, 그리고 그걸 대수롭지 않게 적당히 하고 넘어가는 마음가짐 없는 방식이 좋다. 의식적 과도함보다는 사소한 느스함이 지금 나에게는 먹히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메모광일 필요 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