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을 한다는 건 무얼 뜻하는 걸까.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생각하는 것과 진짜 글을 쓰는 것은 천국과 지옥만큼 멀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건널 수 없다.) 쓰지 않으면 수천번을 글 쓰자 생각해도 결과물은 없을 것이다. 글을 쓰려고 작정했다면 매일 초심으로 돌아가 글을 써야 한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어설프다고 멈춰서도 안 되며 자책할 만큼 심각한 이야기라도 끝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 경험이 전무하다면 지금 그렇게 해야 한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간이 나건 나지 않건 글쓰기에 몰두했다.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본 적, 그러니까 공기처럼 무의식적으로 반자동으로 어느새 하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초등학교 끝나고 오락실을 가는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호흡과도 같았으며 아침 점심 먹듯 늘 반복되는 루틴이었다. 예배처럼 중요한 의식도 아니었고 성스럽지도 않았고 지켜야 할 보배도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삶의 일부였고 호흡이었다. 그 시간이 늘 즐거웠다. 오락실을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놀기를 반복하며 어린 시절을 즐겁게 탕진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회에 불온한 존재가 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삶이 되기 위해 나는 무슨 작정을 한 걸까? 나는 작정을 한 적이 전혀 없다. 나는 오락실을 가기로 작정했어! 오락실을 가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오는 길에 들러서 30분 한 시간 가량 100원으로 재미를 즐기는 유흥이었을 뿐이다. 돈이 있어야만 갔을까. 그렇지 않다. 돈이 없어도 갔고 학교 끝나면 늘 한 번씩은 들러서 친구들이 게임하는 걸 보고는 했다. 이러한 삶의 일부는 삶에서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글쓰기가 삶의 일부라고 믿은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의 오락실을 생각해보니 나는 쓰는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글 쓰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모자라고 글쓰기 전 마음의 준비가 길다. 글을 안 써도 너무 안 쓴다. 마음먹고 작정해야 기껏 한 페이지씩 재미없는 농담을 쓰고 있는 정도다. 글쓰기는 그런 게 아니다. 삶 속에 녹아있고 언제나 끄적거리고 흥얼거리듯 무언가를 적는 거다. 틈이 나면 적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적고 잠시 화장실에 가서도 적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자마자 적고 생각을 하건 안 하고 적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글쓰기의 기쁨은 글쓰기를 처음 할 때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그 후로는 줄곧 목적성 있는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글의 일상성을 회복하고 귤 까먹듯 아무렇지도 않게 내 삶의 이야기들을 적어나가야 글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마트폰으로도 열심히 적으려고 하는데 오타가 너무 심하게 나는 바람에 생각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일상적 글쓰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대화면에 키보드 넓은 아이폰 14 플러스가 제격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