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가 사는 법

by 윤현민

책을 만든 지는 10년이 되었고 업으로 삼은 지는 7년이 지났다. 1인 출판으로 나는 내 책을 내가 만들어왔다. 다른 이의 책을 엮은 적은 없고 오직 내가 만들고 쓴 책들을 내가 만들어 내는 중이다. 지난 10년간 통기타에 관한 교재는 10권을, 그리고 관련한 유료 강좌는 500강 정도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에세이집 한 권을 탈고했다.




사업이 한창 번창했을 무렵 - 그때는 통기타 쇼핑몰을 했다. - 월 1억 5천 매출을 찍은 적이 있었다. 온라인에 떠 있는 매출 전표를 보고는 뭔가 비정상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힘으로 만들어낸 매출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다음번에 다른 사업을 하면 이렇게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 번 시작한 사업이니 최대한 열심히 잘 만들어 가려고 했다. 잘 되지 않았고, 장사는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성공하려면, 아니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려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면서 긍정적인 E 성향이 아무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적인 사람이고 그다지 에너지도 없었으므로 매장 일은 늘 힘에 겨웠다.


그때부터 통기타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콘텐츠 만드는 일에 적성에 맞았고 그것으로 성과를 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일은 이전에 하던 일과는 정말이지 아무련 관련이 없었다. 책을 만들어본 적도, 교육 과정을 설계해 본 경험도, 그렇다고 통기타를 가르쳐본 일도 없었다. 나는 이 일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첫 번째 교재는 만드는데 2년이 걸렸고 원고를 만들고 수정하는데만 1년 반이 걸렸다. 내가 집중했던 것은 콘텐츠를 어떻게 설계해야 사람들이 보기에 좋을지에 관한 것뿐이었다. 이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교육 과정을 완만하게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했다. 피곤하고 지루한 과정이지만 이것은 나의 적성과 잘 맞았다. 디자인을 외주로 맡기고 수소문하여 인쇄를 한 후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책은 쇼핑몰과 매장에 방문하는 사람들 덕분에 판매가 순조로웠고 지금까지 만권 이상 판매되었다. 이후로 나는 또 책을 만들었다.


두 번째 책에는 통기타 기초 리듬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1년 걸렸다. 그다음 책은 6개월, 그다음 책은 3개월 걸렸다. 원고를 작업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나는 평소 무슨 내용으로 책을 만들지 구상을 해두었고 책을 만들면서 그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만들어냈다. 콘텐츠를 구조화하고 설계하는 노하우는 점점 쌓였다. 그렇게 2023년까지 만든 책이 10권이 되었다.





책을 만들고 소문이 났는지 주변에 아는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다. 책은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원고를 만들고, 디자인을 할 수 없으면 외주를 주고, 도서관에서 ISBN을 발급받고, 인쇄소를 찾아 인쇄를 한 후, 물류 창고를 계약하여 서점으로 납품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필요하며 출판등록을 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사실 외부적인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보지 않았을 뿐 부딪혀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중 얼마는 정말 몇년 후 책을 만들어서 서점으로 유통을 시작했고, 몇몇은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 원고조차 만들지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과 행동력은 다를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책을 만드는 일, 특히 글을 쓰고 원고를 만드는 일은 행동력이 좋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일단 시작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전과 후에 발생한다. 책을 만들기 이전에 우선 생각할 일은 사람들이 원하는 책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것이다. 이미 여기에서 성패가 갈린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면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책을 만들면 천 권, 이천 권, 그대로 창고에 쌓인다. 야속한 일이지만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원하는, 필요로 하는 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통기타를 배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기초 교재를 만들어서 판매했다. 지금까지 나온 책이 모두 그런 책들이다. 교재는 대체로 시류를 타지 않아 천천히 꾸준하게 판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만들고 난 후 할 일은 다작을 하는 것이다. 한두 권의 책을 만드는 것으로는 이 일을 이어갈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수익을 낼 수 없다. 책을 꾸준히 만들어 내면서 수익의 톱니바퀴를 굴려나가는 과정을 잘 설계해야 한다. 처음 1쇄를 다 팔아야 그 수익으로 2쇄를 찍을 돈이 생긴다. 그러니 판매한 수익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빨리 팔아야 한다.


책을 한 권 만드는 데는 디자인비 200만 원 이상, 인쇄비 500만 원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 내 책에는 악보가 많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저작권료는 적으면 100만 원대, 많은 200만 원 이상 지출해야 한다. 만약 일반 작가의 글로 책을 만든다면 10% 내외로 원고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이 역시도 비용이 상당하다. 책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처음에 나는 쇼핑몰을 하고 있어서 책을 만드는 데 사용된 비용은 사업 수익으로 지불했다. 하지만 책을 처음 만드는 사람에게는 제작비가 부담이다. 이럴 때는 펀딩 외에는 방법이 없다. 미리 제작비를 받고 준비된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펀딩은 냉정하다. 펀딩 이전에 자신의 팬이나 커뮤니티가 없다면 펀딩을 올려도 구매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제작비가 없다면 일단 블로그, 유튜브, 혹은 인스타그램이나 스레드를 통해 자신의 팬층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만 1년, 2년 가꿔야 한다.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메시지는 '책 만들기 전에 팬을 모아라' 뿐이다. 이것 말고는 답이 없다.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도 같은 말을 한다. 작은 시장을 발견하면 거기에 온 에너지를 쏟아 그들을 나의 사람들로 만들어야 한다.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펀딩 해줄 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나서야 뭐라도 된다. 책을 만드는 일은 자기 스스로에게는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발휘할 수 없다. 이게 1인 출판의 어려운 점이다.




교재를 만드는 동안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책을 계속 만들다 보면 어느 날엔가는 책 판매 금액이 급여를 뛰어넘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처음 책을 만드는 동안에는 레슨을 하고 동영상 강좌 작업을 이어가며 부수입을 만들어야 했다. 동시에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며 착실히 팬을 모아갔다.


한 권, 두 권, 책을 만들어서 출간할 때마다 서점에 납품되는 매출은 조금씩 늘었다. 처음 책이 팔리고 새 책도 팔리면서 작으나마 매출은 성장했다. 책이 열 권 정도 되자 매달 판매되는 책은 대략 4-500권가량 되었다. 그 후로는 갑자기 삶에 안정감이 찾아왔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매일 아침 나에게 주문 팩스나 이메일을 보낸다. 나는 그 내용을 받아 물류센터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이 일을 마무리하면 나는 그 후로 할 일이 없다. 이제는 사무실 없이 집에서 주부 생활을 하며 책을 만든다. 대부분 미래를 위한 새로운 공부를 하거나 독서, 혹은 글을 쓴다. 1인 출판을 추천할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사람들에게 출판을 통해 돈보다는 시간을 벌었다고 말하는 편이다. 이게 맞는 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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