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함을 가장한 무례함: 오지랖쟁이들이 즐겨 쓰는 독성 표현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무례함을 선의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몇 가지 표현들이 있는데, 들어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말들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다 네가 잘 됐으면 해서..." "그거 내가 해봤는데..." "돌려서 말 못하는 성격이라..." "넌 착하잖아..." "너 원래 안 그러잖아..."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를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들 표현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신의 무례한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장치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이라는 표현부터 살펴보자. 이 말은 마치 자신이 용기 있고 직설적인 사람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무시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솔직함과 무례함은 전혀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교묘하게 이 둘을 뒤섞어 놓는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는 더욱 교묘하다. 이 한 마디로 상대방은 감사해해야 할 입장이 되어버린다. 설령 그 말이 상처를 주더라도 '나를 위해서' 해준 말이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지,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인지부터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다 네가 잘 됐으면 해서"도 마찬가지다. 선의를 가장하지만, 정작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것'을 강요하면서도, 그것을 거부하면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거 내가 해봤는데"라는 표현은 특히 위험하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상대방의 선택을 재단한다. 하지만 세상에 똑같은 상황은 없고, 똑같은 사람도 없다. 누군가에게 효과적이었던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조언을 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는다는 점이다. 진정한 도움이 되고 싶다면, 상대방이 먼저 경험담을 들려달라고 요청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돌려서 말 못하는 성격이라"는 가장 교묘한 변명 중 하나다. 자신의 무례함을 성격 탓으로 돌리면서, 마치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처럼 포장한다. 하지만 성격은 변명이 될 수 없다. 타인과 소통할 때는 누구나 상대방을 배려할 의무가 있다.
직설적인 것과 무례한 것은 분명히 다르다. 직설적인 사람은 진실을 말하되 상대방의 감정도 함께 고려한다. 반면 무례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우선이고, 상대방의 감정은 부차적으로 여긴다.
"넌 착하잖아"나 "너 원래 안 그러잖아"와 같은 표현들은 더욱 교활하다. 상대방의 정체성을 규정지으면서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려 한다. "착한 사람"이라는 틀을 씌워놓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일종의 감정적 조작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억누르고, 화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착한 사람은 화내면 안 돼",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참아야 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말이란 무엇일까? 먼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조언이 되기 위한 조건: 듣는 사람이 먼저 조언을 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원하지 않는 조언은 잔소리가 될 뿐이다.
충고가 되기 위한 조건: 듣는 사람이 충고를 원하고 필요로 해야 한다. 충고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관심 표현이 되기 위한 조건: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일방적인 관심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조건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
오지랖쟁이들과 진정으로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오지랖쟁이의 특징: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개입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를 낸다
"네가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다
진정한 관심을 가진 사람의 특징:
상대방이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린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자신의 조언이 거절되어도 존중한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례한 참견을 일삼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기중심적 사고다. 이들은 자신의 관점이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도 반드시 옳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며, 목표도 다르다. 한 사람에게 정답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오답일 수 있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다면, 먼저 이런 우매한 자기중심적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려는 태도를 내려놓아야 한다.
사실 이런 무례한 참견의 이면에는 다른 동기가 숨어있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더 크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선택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아 거슬리니까, 자신의 욕심에 맞춰 상대방을 바꾸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너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나를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행동은 결국 불쾌하고 무례한 짓에 불과하다. 아무리 선의로 포장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무례한 참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조언을 구한 적이 없다", "지금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개인적인 일이니 간섭하지 말아달라"와 같은 말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
물론 이런 대응이 쉽지는 않다. 특히 상대방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일 경우 더욱 어렵다. 하지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진정한 선의는 상대방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아무리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해서는 안 된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의도가 적절한 방식으로, 적절한 때에 표현되어야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고 싶을 때는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정말 내 말을 듣고 싶어 할까?",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일까?", "내가 진정 이 사람을 위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