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칼럼] "분수를 아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재산. 끝없는 욕망의 사슬은 우리를 옥죄고, 정작 가진 것의 소중함을 잊게 만든다.
고대 그리스의 우화는 이런 우리에게 날카로운 경종을 울린다. 낙타가 소나 사슴의 멋진 뿔을 부러워하며 제우스에게 자신도 뿔을 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신은 분수를 모르는 낙타의 요구에 화가 나 오히려 그 작은 귀마저 빼앗아 버렸다는 이야기다.
이 우화가 탄생한 배경은 흥미롭다. 실제로 낙타의 귀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유독 작다. 모래바람이 거센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결과다. 작은 귀는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체온 손실도 줄여준다. 낙타에게는 뿔보다 훨씬 유용한 생존 도구인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낙타의 작은 귀를 보고 '귀가 없다'고 놀리거나 '귀가 어둡다'고 조롱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 동료가 승진하면 부러워하고, SNS에서 친구의 화려한 일상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내가 가진 건강한 신체, 화목한 가정, 안정적인 직장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남이 가진 것만 눈에 들어온다.
한 중소기업 과장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늘 불만에 차 있었다. 연봉도 적고, 복지도 부족하고, 사회적 인정도 못 받는다고 투덜거렸다. 결국 무리해서 대기업에 이직했지만,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건강을 잃고 말았다. 예전 직장의 인간적인 분위기와 워라밸이 그리워졌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분수를 안다는 것은 자기 포기나 안주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며, 단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지혜를 말한다. 낙타에게 뿔은 어울리지 않는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 낙타에게 뿔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혹 등에 저장된 지방, 모래폭풍을 견디는 긴 속눈썹, 뜨거운 모래 위를 걷는 넓은 발바닥. 이것이야말로 낙타에게 필요한 진정한 보물이다.
우리 사회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를 외치며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긴다. 하지만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고, 모두가 CEO가 될 수도 없다. 각자에게는 고유한 역할과 재능이 있다. 훌륭한 교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 돈 때문에 사업가가 되려 하고, 뛰어난 기술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 명예 때문에 정치인이 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낙타가 뿔을 달라고 조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감사하는 마음은 행복의 첫걸음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25% 높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음에,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음에,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현실에 안주하라는 말은 아니다.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자 권리다. 다만 그 욕구가 분수를 벗어난 탐욕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장이다.
낙타의 우화는 2천 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인간의 본성이 그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우리는 여전히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이웃의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 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라. 당신이 가진 것들을, 당신만의 재능을,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우스가 낙타의 귀를 빼앗은 것은 잔인한 처벌이 아니라 뼈아픈 가르침이었다.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탐하면, 결국 가진 것마저 잃게 된다는 경고였다.
오늘 하루, 당신의 작은 귀에 감사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귀로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며, 새들의 지저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낙타처럼 귀가 작을지라도, 그것이 당신에게 꼭 맞는 크기라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분수를 아는 것은 지혜요, 감사하는 것은 행복이다. 뿔을 탐하다 귀를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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