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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 "인정욕구에서 벗어나라"

by 길엽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본 적이 있는가? SNS에 올린 게시물의 '좋아요' 수를 확인하고, 동료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타인의 평가에 따라 기분이 오르락내락하는 경험 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은 크고 작은 인정욕구를 안고 산다. 하지만 이 욕구가 삶의 중심이 되는 순간, 우리의 일상은 끝없는 불만과 불안정의 연속으로 변질된다.


인정욕구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소속감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다. 문제는 이 욕구가 과도해지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오롯이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게 될 때 발생한다. 타인의 시선이 자신을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인정욕구에 매인 사람의 하루는 타인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타인의 평가를 걱정하는 것으로 끝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어젯밤 올린 글에 누가 댓글을 달았는지, 몇 명이 '좋아요'를 눌렀는지 체크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적으면 하루가 우울하게 시작된다.


회사에서는 상사의 표정 하나, 동료의 말투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칭찬을 들으면 하늘을 날 듯 기뻐하지만, 무심한 반응에는 깊이 상처받는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은 편치 않다. 오늘 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쳤을지 되새기며 불안해한다.


이런 삶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명확하다. 타인의 평가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사람일 수 있다. 같은 행동도 어떤 이는 칭찬하고 어떤 이는 비난한다. 타인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평가는 수시로 바뀐다. 어제 칭찬받았던 것이 오늘은 무시당할 수 있고, 지금 인정받는 것이 내일은 폄하될 수 있다. 이처럼 변덕스럽고 불확실한 것에 자신의 가치를 맡겨두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더 큰 문제는 인정욕구가 충족되는 순간에도 진정한 만족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정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금방 또 다른 인정이 필요해지고, 이전보다 더 큰 인정을 받아야 같은 수준의 만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마치 중독처럼 점점 더 많은 인정이 필요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백 명에게 칭찬을 받아도 단 한 명의 비난이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든다. 결국 인정욕구는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밑 빠진 독과 같다.


인정욕구에 매달리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리게 된다.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보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선택한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보다 남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일을 찾는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마저 다수의 의견에 맞춰 바꾼다. 이렇게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지고, 내면의 공허함만 커져간다.


불안정은 인정욕구에 매인 삶의 또 다른 특징이다.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는 한, 마음의 중심은 항상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조그마한 비난이나 무관심에도 크게 동요하고, 타인의 성공을 보면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를 오간다.


때로는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발견하고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심리적 불안정은 결국 관계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항상 경쟁하고 비교하는 피상적인 관계에 머문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인정욕구에 매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야 한다. "왜 나는 저 사람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흔들리는가?"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자신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내면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만의 가치관과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만들어갈 수 있다.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 살 때, 비로소 진정한 만족과 안정을 경험하게 된다.


세 번째는 작은 실패와 비난을 견디는 연습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누군가의 실망이나 비판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두렵겠지만, 타인의 부정적 평가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점차 자유로워질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건강한 삶의 조건임을 깨닫게 된다.


네 번째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타인의 인정을 구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 때로 실수하고 부족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타인의 평가에 덜 의존하게 된다. 자기 연민과 자기 수용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에게 친절한 친구가 되어주는 연습,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인정하고 축하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인정욕구에 기반한 관계가 아닌, 진정성 있는 연결을 추구해야 한다. 가면을 벗고 취약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관계, 조건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평가받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인정욕구로부터의 자유는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패턴이기에 변화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진정한 만족과 안정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온다.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화해에서,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내면의 기준에서 나온다. 인정욕구의 덫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남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성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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