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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l 11. 2024

마지막 꿈 하나

29화. 109인 대학 신입생 납치 사건


돌반지를 줍는다. 네모진 하구수 바닥에 모래 위. 큰비가 지나면 빗물에 쓸려내리고 모래가 두툼하게 벽에 기대어 쌓인 곳. 돌반지가 무거우니 거기에 눌러앉은 거. 행인이 떨구어서 하수구 구멍에 빠진 게 오랜 세월 모인 거다. 씻기고 굴러서인가 누런 빛 번쩍. 주워서 흰 면 동전 자루에 담는다. 수 십 개. 몇 번인지 모른다. 자주 꾼다. 시리즈 꿈은 직업으로 바뀌어 하수구를 뒤진다. 시내를 훑으며 돌반지를 쓸어담는다. 자루 가득 무겁다. 이 비밀이 드러날까 조심조심. 금 덩어리 꿈. 누가 살인하고 하수구에 숨긴 걸 발견. 형사가 추적한다. 내가 범인으로 오인 받기 딱이다. 앞 가게 김병철 사장이 죽었다. 근데 그이는 화장품 가게지 금방 아니다. 부자이긴 하다. 형사가 시장 이층에 금세공업자를 탐문해 꼬리가 밟힌다. 증거를 잘 조합하면 나라는 게 드러날 판. 나는 주운 건데. 이게 설명이 어렵다. 범인으로 몰릴 판. 불안. 곧 들이닥칠 거. 수갑 차고 감옥 가는 생각한다. 그러면 내 모든 게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두렵다. 경찰에 몰래 간다. 형사가 어디까지 알고 있나 살핀다. 이 꿈은 뒤죽박죽이다. 범인이 나로 바뀐 거는 얼토당토 않으나 증거로 파고드는 형사는 논리가 맞다. 꿈에서 추리하고 상상하고.


돌반지는 처음에 두엇이 나중 수 백 개로 늘었다. 살인 사건 금덩어리는 재산이 되고도 남을 양. 괴짝으로 여럿. 명품 시계도 다수였다. 수십 번 꿈에 일관된 게 있었다. 돌반지 낱개로 시작해 금 덩어리 괴짝으로 늘었다. 반복될수록 양이 커졌다. 금 매장 10년. 반에 꿈꾸기 시작해 은퇴 후에도 한동안.




ㅡㅡㅡ




전쟁이 났다. 엄마, 아부지 잃어버리고 가족들 헤어지고. 깨면 눈물 범벅. 전쟁 꿈 헤아릴 수 없다. 다 비슷하다. 한번은 논길로 피난가는데 딱딱딱. 땅에 바로 납작 엎드린다. 그전 꿈에선 총소리는 탕탕탕이었다. 군대에서 사격하며 알았다. 멀리서 누가 나를 겨누고 총 쏘면 탕탕 울리지 않고 딱딱 끊기는 소리라는 걸. 그 정보가 꿈에 반영된 거. 국민학교 가면서부터 은퇴인 되어서도 꾸었다. 한결같이 꼬맹이로 등장.  나이들고 빈도는 크게 줄었다.


군에 가 있다. 나 제대했어, 난 아니야. 잘못 온 거야. 아니라고. 말 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온다. 나 30개월 끝났어. 30개월 꽉 채웠다고. 그 긴 시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난 절대 못 해. 헌데 말이 안 나온다. 설핏 깼다가 다시 잠든 건지 이건 꿈이야, 사실 아니야. 그러다가 군에서 군 생활 중. 이 꿈은 스토리는 하나도 없다. 그냥 군에 다시 가 있는 거,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거. 소리친 적이 있기는 하다. 아니야. 내 소리에 깜짝 놀라서 잠이 깬 거. 아님 너무 괴로와 잠 깨면서 동시에 소리친 거. 둘 다 같다. 반쯤 잠깐 깼다가 잠들거나 놀라서 깨어 후다닥 앉아 몸서리치기도. 마누라가 지난 밤에 꿈 꿨냐고. 예전엔 놀라 깨우더니 언제부턴가 그러려니.





ㅡㅡㅡ




60세 넘기면서 꿈 횟수 확 줄었다. 잡다한 꿈은 진즉 사라졌다. 금 벼락 맞은 꿈, 전쟁 꿈 어쩌다 이어지다가 안 꾼지 두어 해. 근래 마지막 꿈은 군대 다시 간 꿈이다. 군에 또 가다니. 끝난 줄 알았구만 아직도 아닌 거야? 아무리 꿈이어도 꿈에서 참 너무 대단히 괴롭다. 꿈속에서 이건 꿈이야 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군이 현실 아니 꿈. 63세. 생애 수없이 많은 꿈. 반복되는 꿈이 있다. 애기 때 거꾸로 매달려 머리로 종 들이받는 꿈. 경끼로 안다. 훗날 엄마 말이 믹스된 거. 국민학교 부터 전쟁 꿈. 펑펑 울 정도로 슬프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 현실에 흥건한 눈물로 증거를 남긴다. 초로여도 여전하다. 사춘기부터 몽정. 이건 뭐 알다시피 대중 없다. 짜릿하다. 그건 꿈이 확실하다며 뚜렷한 흔적. 군 제대 후 재입대 꿈. 자영업 말기부터 돌반지 꿈. 횡재라 설렌다.


재입대 꿈은 확연히 다르다. 가위 린다. 끔찍한데 스토리는 없다. 매번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다시 군인 된 거만 뚜렷하다. 잊을 만하면 불쑥이다. 꿈속에서 꿈인 걸 안다. 깨야 벗어난다. 깨야 군대 아니다. 막상 깨면 다시 잠들까 두렵다. 악몽. 군 제대 후 지금껏 최장수 꿈이. 이젠 제발 재입대 꿈 다시는 안 꾸기를 정말 정말 정말 바란다. 헌데 이 꿈마저 안 꾸면 이제 꿈은 영영 안 꾸는 거? 그럼 이걸 꿔야 살은 거? 그래도 싫다. 입대 꿈만은 이제 제발 그만. 전역 후 군댓말처럼 그쪽으론 오줌도 눟기 싫었다. 40세 넘자 불현듯 가보고 다. 50세쯤. 복무했던 그 자리 대대 찾아가 고생하는 후배 장병들 위문하고 작은 선물이나마 하고 싶다. 60세 넘으니 로망. 내 청춘이 거꾸로 묻힌 그곳에 가봐야 한다. 꿈이라도 꾸었으면. 재입대 말고. 스토리도 좀 있고. 그나저나 꿈 얘기 나온 김에 몽정은 왜 끊긴 건데. 금덩어리는 바라지 않는다만 이런 거는 좀 꾸었으면.ㅋ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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