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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n 02. 2024

꺽지와 오소리와

27화. 109인 대학 신입생 납치 사걱


1983



● 탄입대에 꺽지



GOP 철책.


주간 초소. 쫄따구에게 경계하라 하고 40여 미터 거리 냇물로 간다. 철책이 북과 남을 가른다. 그 아래로 북을 거쳐온 물이 월남. 철책 직하는 패이지 말라고 콘크리트로 단단히 고정. 그리곤 원형 철조망을 삼중으로 칭칭 감았다. 사람은 쉽사리 통과 못 하도록. 냇물은 남측 개활지로 흐른다. 두 칸 폭에 발목 깊이. 투명하다. 육이오전쟁부터 쓴  쇠 수통에 담아 먹을 정도로 맑다. 하의를 무릎 위로 걷고 냇물에 들어선다. 아주 차지는 않다. 철책 안팎으로 다 평원이라서 한낮의 볕을 잔뜩 머금은 거. 철벅 소리 안 낸다. 한 발 들어서 물 밖으로 내어서  내딛고 다른 발 같은 동작. 눈은 두어 발 앞 물속을 내려다 본다.


꺽지 한 마리. 물살의 단락일까 빛의 찬단일까 접근을 감지하고 이 돌에서  돌 밑으로 숨는다. 미꾸라지는 몸 좌우로 틀어 바닥을 기어 앞으로 나아간다. 이곳은 청정수라 드물지만. 꺽지는 확연 다르다. 좌우로 팍팍 팍팍 꺾는다. 빠르다. 형체와 색 정도 보이지 몸통 동작은 구분 못 한다. 물이 얕아서인지 손가락  길이. 큰 건 셋 정도. 얼추 작은 붕어 닮았으나 등지느러미가 바닷고기 돔처럼 날카롭다. 육식성. 억겁의 시행착오거나 한 번의 돌연변이거나 각인대로 돌 아래 빈틈에 몸을 숨긴 거. 인류는 직립보행 하면서  손에 자유를 얻었고, 손을 쓰면서 뇌가 발달하고 지능을 얻었다. 아가가 기를 쓰고 일어서려는 건 그런 이유다. 그런 손을 둘 다 가동한다. 양손을 머리 위로 하늘 찌르듯이 높이 처는다. 지능은 준비라는 걸 예비케 하였으니 손과 손 사이는 이미 돌보다 두세 배 크기 큰 돌이 쥐어져 있다. 익숙하게 중력에 내리꽂는 속도를 있는 힘껏 더해서 돌을 친다.


쿵.


띠우웅. 미사일 쏘듯 꺽지가 돌 밑을 벗어나서 물 위로 붕 뜬다. 충격파에 기절한 거. 파르르. 정신 덜 나간 녀석은 떨면서 물속 중간에서 사선 횡행. 어느거나 손 내밀어 줍는다. 저항은 없다. 허리춤 앞쪽에 찬 탄입대 뚜껑을 열고 투입. 이십여 미터 훑어 대여섯 잡는다. 물가로 나와 배를 따서 냇물에 헹군다. 햇빛 쨍쨍 달아오른 돌을 물로 씻고 그 위로 얹는다. 은하수 담배 한 대 꼬나문다. 초소로 돌아와 경계 근무. 교대조 올 때쯤 냇가로 다시 가서 마른 꺾지를 탄입대 실탄 위쪽 공간에 욱여넣고. 다음날 00시 후반부 경계 초소에 투입. 꺽지를 하나씩 꺼내어 질겅질겅 씹는다. 무슨 맛? 그냥 씹는 . 6시간 새벽별 보는 중 시간 때우기.


군에서 처음 보았고 처음 알았다. 팍팍 꺾어서 꺽지라는 걸. 아주 제격 이름.



ㅡㅡㅡ



주간 경계 근무. 초소는 둘이다. 산 정상과 산 아래 평지. 막사도 정상. 지근거리라 소대장, 선임하사 수시 순찰. 평지는 500여 미터 거리. 개활지라 좌우 접근이 훤히 보인다. 허니 평지 초소가 낫다.


야간 초소는 촘촘해 여덟 가량. 깜깜해서 시야가 짧으니까. 잔디 떼장으로 쌓아서 짓는다. 지붕은 없어서 비오면 판쵸 우의 뒤집어 쓰고 버틴다. 경사 급한 산비탈에 하나만 콘크리트로 지붕 벽 바닥 일체형. 비에 무너져내리니까. 주간은 멀리 봐야. 해서 높이 짓는다. 나무 기둥을 박고 예닐곱 계단을 만든다. 판자로 바닥을 깔고 비가림 지붕을 얹었다. 초소는 어느 거나 철책에 붙인다. 한 명 지날 소롯길 간격은 둔다. 철책 뚫렸는지 다음날 아침 철수하면서 확인하려고. 초소 바로 뒤에 조금 넓되 역시 길 한 줄. 투입과 순찰로다. 주간은 06시~18시 2개 조, 야간은 2개 팀 교대. 18시~24시, 24시~06시. 주야간 공히 2인 1조로 초소 투입. 고참 1명과 쫄따구 1명. 같은 계급으론 않는다.



● 오소리탕국



중캐만한 죽은 오소리 한 마리. 온통 누런 털이 두텁다. 취사병 불러 취사장으로 옮기라 한다. 내가 직접 손질한다. 도루코 면도날 새것으로 코 아래 가로로 인중부터 짼다. 좌우로 힘껏 벌려가며 가죽 아래로 지방 부위를   커트질. 한땀한땀 더디다. 몸통까지 껍질 다 벗겨내니 면도날 한 통 10개를 다 쓴다. 그러고나서 배를 가른다. 내장 다 들어낸다. 간 주위로 검푸른 색 주머니가 보인다. 터지지 않게 조심해 끝을 손으로 쥐고 탯줄 자르듯 싹둑. 내용물 쏟으면 아니 되기에 실로 여러번 돌려서 동여맨다. 취사병 불러 육고기 토막내 국 끓이라 한다. 해본 적 없다고.  선임하사님께 물어보라고. 그날 소대 회식. 고춧가루를 부었나 피빛 모냥 빨갛고 노랗게 뜬 기름. 매운탕으로 조리한 듯.


구 상병은 사단훈련소 동기다. 경상북도 구미에서 농사짓다 입대. 입은 가마솥처럼 무겁고 일은 하마의 수영처럼 날렵하다. 듬직하다. 허나 고된 노동 탓일까 일찍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서일까 어깨가 조금 처져 구부정. 몸도 얼굴도 마른데다 눈매가 찢어져 날카롭다. 야간 경계 근무. 초소 투입로 바로 갈대숲에 뭔가 동물이 나타났단다. 밤새 부스럭거린다고. 동기는 정강이만한 반월형 덫을 구해다가 굵은 쇠사슬 삼 미터 가량 연결한다. 덫 한가운에 미끼를 달아 숲에 던지고 끝은 순찰로 옆으로 땅에 깊이 박아서 고정. 밤새 무언가 걸려 꽥꽥대더니 새벽에 보니 오소리. 동기도, 취사병도, 누구도 오소리를 손질해 본 일 없다. 해서 내가 나선 게 아니라 사연이 있었으니.


아버지가 중풍에 쓰러졌다고 전보. 휴가 안 보내줘 애태우다 입대 1년만에 정기 휴가. 집에가 뵈니 자리에 누워 일어나질 못 한다. 부대 복귀. 장남인데 아무런 도움 못 되니 마음이 늘 무겁다. 그러던 중 오소리를 잡은 거. 풍에 곰 쓸개가 좋다는 걸 들었다. 오소리? 같은 야생에 희귀 동물. 쓸개면 같은 성분일 거. 애지중지 말린다. 소초 상황실 책상 아래 맨구석 그늘 아래 묶은 실을 매달아 두었다. 몇 달 후 두번 째 정기 휴가가 올 때까지. 소대장, 선임하사에게 절대 들키면 아니 된다. 전에 내가 잡은 김일성고기 네 마리도 빼앗아 나 빼고 중대장 불러서 셋이 처드셨다. 오소리 쓸개는 귀해서 값이 꽤 나간다.


https://brunch.co.kr/@sknohs/1460



● 김장 절취 작전



훼바.


대대 외곽 경계 근무 한 시간. 영내 간부 숙소 BOQ. 장교 식당 옆으로 땅을 파고 김장을 묻었다. 키보다 깊고 방 두 칸 크기로 넓다. 입구 아래로 사다리가 있다. 취사병은 그리로 내려가 군용 알미늄 빠께쓰로 포기 김치를 담아 올린다. 고무장화 깨끗이 씻은 후에 내려가서 김칫국물에 풍덩풍덩 발 담그며 쌓은 김치로 이동해야 하기에.


나야 도둑질. 그런 전문 장비 없다. 군화발로 내려간다. 양심의 터럭은 있기에 조심. 흙 안 떨어지게. 철모 안쪽에 내피는 벗기고 쇠철모에 반쯤 담는다. 초소로 돌아와 찢어서 우적우적. 맛? 김치 맛이지 별거 있나. 시간 때우려 스릴이었을 뿐. 처음은 조심. 두 번째는 아차, 군화발 밑에 모래가 김장에 우수수 떨어진다. 세 번째는 김장이 줄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게 아니라 남긴 흙이 짙은 흔적. 아서라. 그만두자. 영창 간다.



● 어묵 절취 작전



대대 취사장. 600명 식사를 매일 세 끼 짓는다. 달린 창고에 쌀과 온갖 부식. 자물쇠로 잠가 털지 못 한다. 허나 취사장은 아침 거리가 늘 있다. 대부분 조리해야 먹을 수 있어. 예외. 어묵. 이건 바로 먹는다. 불침번 시간. 은폐 엄폐 그림자 되어 취사장 침투. 국 끓이려고 잘게 썰어놓은 판어묵을 철모에 가득 담는다.  은폐, 엄폐 역순으로 내무반 복귀. 맛? 어묵 맛. 두 번 하니 질린다. 무엇보다도 발각 위험 크다. 갈고 닦은 실력으로 콩기름은 한 통을 통째 훔쳤으니 그건 소대를 위해서 였다.


https://brunch.co.kr/@sknohs/263





원래 개구짖었다. 참 지겨운 군 30개월. 외출, 외박 단 한 번 없는 최전방. 년 1회 정기휴가가 전부. 전쟁 나면 전투에서 이런 실전 경험이 주효할 거. 변명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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