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둔치 등산 2시간. 터벅쉬엄. 보통 1시간 반, 산과 맞장뜨면 50분 코스지만 안전ㆍ건강ㆍ나이 감안
정상서 점심 30분. 김밥 6줄, OO 찐계란 4개, OO 자두 여러개 맛나게. OO 계란 안먹어 하나 남은거 내가 더먹음. 자두는 겉은 푸르죽죽 안은 새빨간 달고 시고 맛있는 자두라 OO이 말하니 OO 맞다고 맞장구
하산 부곡 방향 총 2시간 30분. 유유자적.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자연이 살아 있음. 멧돼지 추정 판 흔적이 길 따라 15여곳, 계곡 수량 풍부, 특히 가을이면 단풍나무가 많아 절경이라고. 여기 알려지면 안된다고 OO이가 그랬다고 OO 강조하고, 도토리가 뚝뚝 떨어진다고 OO도 지것도 아니면서 자랑질. 허나 자연 자랑질이야 다다익선.
잠시 쉬면서 OO 키르키 여인에 대해 강의. 거리에 이쁜 여자가 많은데 술집 들어가면 다 못 생겼다고 푸념. 내가 울나라 70년대처럼 그런가 보다고 추정. OO 여자는 얼굴 필요없다, 몸매, 피부다. OO 그래도 얼굴이다. 일부다처 두바이 영웅과 일부종사 가매기 촌놈이 격돌했으나 촌놈 1패
알탕 40분. 날 흐려서 서늘해 좀 망설였지만 다른 사람 하나 없고 언제 하나 싶어 과감히 내가 알몸, OO, OO, OO 순으로 빤스 입수. OO 들어가다 미끄러져 오른 어깨죽지 긁혀 생채기, OO 종아리에 물고기들 달려들어 두바이 25년 낀 밀수입 때 뜯어 먹기, OO 알탕 제안자가 망설이다 젤 마지막에 들어가 젤 나중 나오고 젤 좋아한다. OO이 다 모이라하고 셀카 눈구멍 앞으로 넷이 머릴 디민다. 내가 웃자하며 입 벌리고 하하 하니까 다들 하하. OO이도 첨으로 하하 따라하는데 그러는게 재미있고 웃겨서진짜 큰웃음이 나온다. 배꼽을 잡으려니 카메라를 벗어나고 못 잡으니 어찌할 바 모르겠고 웃음보까지 터져버린다. 그 순간을 OO이가 잘 잡아서 철칵 찰칵 찰칵 찰칵. OO는 다 낫지만 약간 후유증으로 얼굴 근육이 말을 좀 안 들어 맘속으로 활짝 웃었다. OO은 알탕이 먹는건줄 알았다고 그래서 한번 더 웃고. 넘넘 조은 어린시절 돌아가기ㆍ새 추억 만들기ㆍ아마 알탕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장일치.
폭포 15분. 멋도 있거니와 폭포 바로 옆에서 소리하는 여인 발견. 다들 폭포 동영상 찍으며 곁눈질. 큰 채양 모자 눌러쓰고, 파란 망토 두르고, 의자에 앉은옆 모습이라 얼굴, 몸매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움. 왼뺨으로 살짝 보이는 피부는 백옥같이 고움. 옆에 매니저인듯 남자가 지키고 있어 근접 불가. OO은 나이가 안많은거 같다, OO은 나이 먹은 퇴물이 여기까지 와 저럴리 없다, OO는 폭포 소리를 이기려는게 아니고 소리를 즐기는 거 같다, 나는 몰래 사진 찍는 등 폭포 동영상 찍는다는 핑계로 폭포 여인에 빠져듬. 폭포에서 소리하는 여자를 처음 만나는 행운 거머쥠.
--- to be continued 1 ---
정상서 여기까지 눈에 띈 사람은 계곡서 노는 40대쯤 남녀 10명쯤 한팀과 소리하는 여자와 매니저 두명이 전부.
내리막길 다내려와 산책로에 이르니 가족팀 둘 마주치고 뒤를 이어 한명이 홀로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른다. 앗 감시인이닷. OO이 나한테 묻는다. 너 담배 몇대 피웠니? 세대. 나도 세대니까 6대×30=180만원, 계곡들어갔으니 4명×10=40만 원 합 220만원 벌었다면서 좋아한다. 역시 경제학과는 다르다. 내가 그걸 참석안한 녀석들한테 1/n로 뿜빠이하자, 그럼 참석자가 확 늘거다. 운영진에게 건의하자고 농하니까 다들 진담으로 들은듯 별말 없다. 잽싸게 말바꿔서 그럼 나 탈퇴시킬거 같으니까 관둘께로 봉합. 근데 걱정된다. 위에 계곡 바위 위에서 판 벌인 팀 벌금 100만원.
거의 다 내려오니 새로 뚫은 등산로 표지판과 입구가 유혹한다. 부곡 여기서출발해 시루봉 정상에 이른다. 나와 OO가 이길 O씨하구 OO하구 안탔겠지? 그럴껄. OO야 우리 이거 먼저타자 그럼 둘 다 열받을거야.
등산로 입구를 지나면서 여기부턴 벌금 없지 하면서 OO이와 내가 담배 한대씩 거만하게 꼬나문다.
좌로 지근거리에 소나무 숲, 우로 길에 바짝 붙어 키보다 큰 옥수수밭 사이로 길을 걸으며 앞을 내다보니 한가한 한낮의 농촌이요, 한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흉물스런 축산 농장의 거대한 지붕만 뺀다면.
--- to be continued 2 ---
OO이가 옥수수 수염을 보더니 옥수수가 익거들랑 와 자셔도 좋소 우리 모두에게 귀 익은 시 한 구절을 읊조린다. OO는 길가 꽃이 예쁘다면서 허리 굽혀 보더니 꽃이름을 궁금해 한다. 내가 길 옆에 어어지는 풀숲에서 작은 칠지도 같은 쌔똥 한 잎을 꺾어 들고 보여주며 묻는다. 이게 뭔지 알어? 쌔똥이야 쌔똥. OO이가 살피더니 아 이거네. 동생이 가져와서 어머니가 무쳐 주었는데 무척 맛있드라구. 이게 뭐라구? 다들 한마디 한다. 쌔똥, 씨아똥, 밥에 비벼 먹으면 맛있다...이북 사람들은 이건 소나 멕이는 거라고 안먹는다고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OO가 옛 기억을 떠올린다. 나는 다시 하나를 꺾어 꺽인 부분에서 하얀 진액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어디나 널렸다, 씀바귀처럼 쓴맛이 입맛을 돋운다고 거든다. 어린 건지 이상하게 조금밖에 안나온다. 아 이게 많이 나와야 이름에 대해 알려줄텐데. 하얀 진액이 새똥 같아서 쌔똥이라고 하는거 같다고, 변해서 씨아똥이라는 거 같다고. 끝내 진액이 시원찮아 포기하고 만다. OO이는 쌔똥으로 소란하니까 잠시 끼어들 뿐 옥수수도 꽃도 자연에 관심이 없다. 수요와 공급 법칙과 상관이 없어서일까? 아직도 새벽이면 이불이 텐트 친다고 자랑질 하는데 3년 더 지나야 할까?
--- to be continued 3 ---
슈퍼다. 말이 슈퍼지 실은 미니다. 구멍가게다. OO이가 할아버지 청국장을 떠올린다. 언젠가 이곳에 OO이하구 같이 왔단다. 막걸리 안주가 마땅찮아 가게를 지키는 할배에게 안주할 만한 거 없냐하니 먹던 건데 괜찮으면 이거라도 안주하라며 청국장 찌개를 내주셨단다. 그게 얼마나 맛나던지 OO이는 지금도 청국장 하면 이집을 떠올리며 가장 맛있었다며 어디에도 그 맛을 찾을 수 없다며 그리워한다고 한다. 이번엔 젊고 건장한 청년이 문틈으로 머리만 빼꼼히 내민다. OO이가 안주거리 물어봐도 대답이 영 신통찮고. 저쪽 음식점으로 가보라고 손도 귀찮아서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뒤쪽에서 비 맞고 햇빛에 색 바래 얼마나 쓰지 않았는지 금방 알수 있는 야외 테이블 의자에 앉아 쉬던, 내가 청국장 없어요 먹던거라도 용두로 외쳤다가 사미로 그만둔다. 청년이 장사에 관심 없다는 걸 금새 알아챘기 때문이다. 할배가 안보이니 할배는 돌아가셨겠지. 할매도 안보이고 쪽방에서 청년만 고개 내미니 할매도 없겠지. OO이는 다시는 그 집 청국장에 막걸리를 먹을수가 없겠지. 아님 할배가 고추 대공 세우러 밭에 나가서 잠시 나간 틈이라면 좋으련만
--- to be continued 4 ---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음식점까지 200여 미터. 구멍가게를 떠나 발길을 이어 가려는데 OO가 2만원을 나에게주면서 야 다들 회비 내자고 한다. OO이 내고 나도 오른쪽 혁대에 차고 다녀 칭구들이 영감같다고 놀리는 탄띠같은조그만 주머니에서 두번 접어 꼭꼭 찔러 둔 2만원을 꺼내서 합치니 6만원이다. OO이를 쳐다보니 지갑에서 돈은 꺼냈는데 주지는 않고 묻는다. 봐주면 안될까? 나 아직 두바이서 온지 세달도 안됐는데? 순간 25년만에 사막에서 돌아온 세월과 OO이가 아침에 태우러 갈 때 트렁크에 넣어 준 선물 복숭아 한박스가 중첩되어 떠올라 당황. 허나 나는 곧 정신 차리고 OO에게 공과 사는 구분해야하네, 일단 내고 내 생각을 다시 해봄세하니 아쉬운듯 2만원을 내민다. OO은 수십년 국제무역 중개를 하다보니 딜이 몸에 밴 갑다. 착한 OO였으면 넘어 갔을 터. 허나 나가 누구인가? 수십년 시장 바닥 장사에 이골이 난 자 아니던가? 두바이 국제무역의 달인이 가매기 촌놈에게 귀엽게 1패. 하지만 그 맘 누가 모르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고 칭구들한테 인정받고 싶은 소박한, 나이는 들었지만 더 여려진 칭구 마음을. 조촐하지만 칭구들과 귀국 귀향 환영 술자리에 이어 기념산행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to be continued 5 ---
OO이 돈까지 합치니 8만원. 오늘 5차 산행 예산이다. 아침에 출발 때 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엔간히 걷힌듯 햇빛이 작물에 내리쬔다. OO가 길가에 심은 콩에 대공을 받치는 할머니를 보고 그냥 지나치 못하고 한마디. 할머니 콩도 세워 줘요? 그럼 길 옆이라서 그래. 할머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답해준다. 이걸 보면 OO는 꽃, 작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를 해치는 칰넝쿨, 해충에는 진저리를 친다.
그리고 나서 곧 버스 정류장 도착.
OO이 버스 시간 확인.OO와 나도 함께. 원주행 막차가 3시 58분, 시계를 보니 3시. 한 시간이 채 안남았다. 하산주 할 시간이 넉넉치 않다. 바로 길 건너 음식점으로 직행.
너른 마당에 더 너른 지붕 씌워 수십명 앉을 평상을 앉힌 음식점에 우리말고 아무도 없다. 아주머니라 하기엔 늙고 할머니라 부르기엔 젊은 아줌마에게 주문하려는데 OO이가 벌써 했단다. 두부 김치. 이거 먹으려고 정상에서 김밥 몇 조각밖에 안 먹었단다. 아, 삶은 계란도 그래서 남겼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귀국 귀향 환영회 1차를 OO에게 만원에대박 횟집으로 정했는데 맞은 편에 두부 전문집으로 바뀌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OO이가 두부를 무척 좋아하는 거다.
두부김치 내오기 전 밑반찬으로 염장 미역, 포 무침 달랑 두가지에 치악산 막걸리 한 통, 양은 사발 4개, 젓가락 4개가 전부인 조촐한 술 상이 차려지니 OO이가 사진 한 컷 찍더니 밴드에 올린단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막걸리 술상이라고, OO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밴드에 사진 보면 올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OO이 OO에게 전화하니 원주 있단다, 바로 출발한단다. 아니 이런 우연이 있나? 평촌이나 분당에 있어야 할 OO이가 원주에, 것도 술상 사진 올리자마자 출발한다니. 아니 이건 우연이 아니다. OO이 마음 속에 OO이가 들어가 있고 OO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OO이는 함께 하고 싶은 거다. 부러운 녀석들.
하산주로 시원한 막걸리 잔 높이 들어 건배하고 벌컥벌컥 들이키니 목젖이 흠뻑 젖어 등산의 갈중이 한 잔 술에 싹 가신다. 안주로 두부김치 나오고 조금 있다 두부전골 내오니 OO이가 두부 한모 썰어 달란다. 전골에 더 넣어 먹는다고. 아 그래서 아까 셋이서 차 시간 보러 정류장 간 사이에 묻지도 않고 주문을 죄다 두부로 한 거구나 이제서야 깨닫는다. 이 정도면 가히 두부 귀신이다. 두부 먹고 싶어 두바이서 25년을 어찌 살았을꼬. 그래 OO아 두부 배 터지게 먹그래이. 그리고 앞으로 별명을 달포 대신 두부 달포라 불러줄께. 그래야 너 만나면 잊지 않고 두부김치 시켜주지.
막걸리 빈 병이 둘, 셋으로 늘면서 얼큰하니 화제가 자연 여자로 옮아가고. 이때 마당에 삼각별표 OO차 도착.
--- to be continued 6 ---
살다 보면 사진에 박히 듯 생생한 장면이 있다.
차에서 내려 평상까지 십여미터 몇 초간 OO의 표정과 걸음걸이가 그랬다. 나는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 이리 선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보일 듯 말 듯 엷은 미소에 절로 평화가 읽히는 부처님처럼 온화한 얼굴. 여럿 앞이라 수줍어서 직선으로 바로 오지 못하고 어지러운 듯 살짝 옆으로 비틀거리다 이내 제자리로 돌아 온 걸음.
그렇다. 이게 고등학교 18살 때 OO이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네번이나 지났어도 천성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이제사 알 것 같다. 이 녀석이 독감에 걸렸어도 왜 OO이 처가상에 기어이 찾아갔고 집에 돌아와서는 독감이 도져 죽을듯이 앓았는가를. 저번 친구 집 모임에 예정에 없이 밤 늦게 혼자차를 몰고 평촌서 귀래까지 달려 왔는지를. 오늘 전화하자마자 한걸음에날라 왔는지를. 이제사 알 것 같다. 오늘 OO이가 산행 내내 OO이, OO이 하며 몇번이고 기억해 낸 이유를. OO이는 친구를 보면 마냥 좋은 거다. 어린 아이처럼. 참 선한 녀석이다. 나는 칭구가 그리울 뿐언데 OO이는 칭구 없이는 못살 녀석이다.
대못 처럼 귀에 박힌 소리도 있다.
내가 오늘 산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게 처음 가보는 부곡 하산길이었고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면, 하산 후 가장 기대한 것은 OO이가 술이 거나하면 터져나오는 호탕하고 통쾌한 핫핫핫 웃음이었다. 이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OO이를 떠올리면 핫핫핫이 먼저 들린다. 작은 체구에서 어찌 그리 호쾌하게 웃을 수 있는지. 그 웃음을 기대는 했지만 오늘 과연 들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 웃음을 들으려면 OO이가 술을 상당히 마셔야 하는데 오늘은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 첫째 고향지부 산행에서 나름 원칙이 하산 후 술자리는 1차가 끝이다. 1차에 취할까? 둘째 원칙이 또 있는데 술은 권하되 양은 알아서. 전날 온게 아니고 아침 일찍원주와서 피곤해 많이 안마실텐데.
근데 생각도 못한 호재 두개가 나타났다. 첫째 알탕으로 OO 기분이 고조되었다. 그래서인지 자리에 앉자마자 죽죽 잘 들이킨다. 둘째 이때 OO이 나타났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마시고 또 마시고.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핫핫핫이 터지기 시작한다.이 웃음은 술 취해야 터진다는 것 외에 다른 특징이 둘 더 있다. 걸죽한 입담을 곁들인다. 그리고 술이 들어가는 양과 비례하여 핫핫핫의 강도와 빈도가 같이 커진다.
--- to be continued 7 ---
특별히 주제라고 할 만한 건 없다. 누가 물꼬를 트면 다들 좀 듣다가 말을 자르고 끼어들고, 그 녀석 말을 듣다가 자기 얘기가 더 재미있겠다 싶으면 다른 녀석이 끼어들고, 그러다 보면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좌중의 공감을 얻으면 호기롭게 다 같이 건배하고, 재미없으면 슬그머니 혼자 홀짝홀짝 마시고. 재미있는 얘기는 대개 OO이가 입담 끝에 핫핫핫 하면 다들 좋아라고 껄껄 대는걸로 마무리 된다. 여자는 두바이 영웅 OO, 정보는 정신 말짱한 OO가 주도하고, OO이는 조분조분한 목소리인데 가끔 막판에 반전이 있어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막걸리와 두부잔치로 배를 채우고 나니 저녁 무렵. 일어설 때다. 내가 계산서를 챙긴다. 막걸리 8통이다. 5명인데 OO는 안먹었고 나는 조금 먹었고.그럼 셋이서 2~3통씩 먹은 거다. OO이 중간에 합석했으니 OO 3통, OO 3통, OO 2통쯤인듯.
--- to be continued 8 ---
(괜히 시작했다. 늘어진다. 빨리 마무리하자)
운전대는 술로 입술만 적신 OO가 잡고, 차주 OO 조수석, 뒷자리는 OO이가 자기가 작으니까 가운데 탄다며 양보해서 운전석 쪽 OO, 조수석 쪽 OO.
원주까지 1시간 정도.
분위기.
살면서 비좁은 승용차 안에서 1시간 내내 이렇게 크게 웃고 떠들며 즐긴 적은 단연코 없었다.
상상해 보라. 막걸리 8통을 거의 셋이 비웠으니 좁은 차 안이 얼마나 소란했는지. 게다가 OO이 핫핫핫 발동 걸렸고, 주로 셋은 떠들고 둘은 들으며 추임새 넣어 주고.
주제.
확실하다. 딱 하나다. 고교 시절 추억. 한마디로 여기 있는 사람은 잘 났고 없는 녀석은 웃기는 짬뽕이다. 예를 들어 성적 등수 바꾸는 건 일도 아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재미만 있으면 그게 진실이다. 악의는 없다.
증거.
밴드에 녹음 파일 올렸으니 들어보시라. OO이가 짬뽕되는 짧은 순간이다. 내내 그런 얘기다. 그럼 나도 씹혔겠네? 억울하고 불안하면 고향지부 산행에 참석들 하시라.
도중에 OO 관할구역 안흥에서 OO가 나에게 맛없다고 가지말라던 OOO찐빵집 들렸다. 운전대 잡은 자가 왕이니까. 뜨끈한 찐빵 한박스 사서 반쯤 비우고. OO는 가족이 치악산자연휴양림에 있어 부득이 불참
원주 내가 하는 치킨집 도착. OO 불러내고. 치킨 두 마리에 칭따오맥주 5병으로 입가심. 근데 재미가 없다. 홀이 좁고 마눌이 근무하는 날이라 왔다갔다하니 화제가 극히 제한적. OO이도 지치고. 아무래도 서둘러 2층을 홀로 바꿔야겠다. 독채로 맘 놓고 실컷 떠들고 웃을 수 있게.
두어 시간 보내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바이바이.
6명 OO OO OOOOOOOO
다들 수고했어. 그리고 참 즐거웠다.
* 닭손질, 조리 중간중간 생각나는대로 막 써내려 가고 교정도 없이 급히 올리다보니 기본조차 엉망이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해 서둘렀으니 너른마음으로 품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