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매기삼거리에서 Nov 01. 2020

인생 보고서 (자기 소개서 겸 반성문)

긍정 - 고교 친구 새로 사귀기


--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상태. 난생처음 인생 보고서라는 선 이름의 자기소개서 겸 반성문을 써서 고교 반창 밴드에 올렸습니다. 그전에 사업에 미쳐 9년 친구와 교류가 대폭 줄었고, 사업에 망하고 빚 갚느라 9년 모든 친구와 교류가 완전히 끊겼어요. 그러다 친구 초대로 고교 때 같은 반이었던 반창 밴드에 가입했지요. 한 달 반 지났는데도 영 어색했습니다. 그래서 인생 보고서를 썼습니다. --




우선, 언제나 누구에게나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밴드 운영진과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는 친구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네.

본의 아니게 은둔한 세월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세월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메우려면 대략이나마 인생 보고서를 올리는 게 도리일 듯싶어 며칠 자판을 두드리며 정리해 보았네.

88년 28세에 LG에 입사해 일이 좋아 미쳐서 10년. 그런데 입사 초 아버지가 57세로 일찍 홀연히 가시고 나니 원주에서 독거하는 어머니마저 곧 그리될까 두려워 귀향 귀소. 결혼하고 아들 둘 낳고 어머니 모시고 행복했으나, 본사로 발령 및 LG에서 50세에 사장이 되려는 목표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배울만큼 배웠다고 판단해 97년 37세에 사표를 쓰게 되었네.

2000년 새천년 40세에 상류층의 포부를 안고 인터넷 유통 혁명에 미쳤다 실패해 큰 빚에 짓눌려 질곡의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네.

2년 전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내드렸네.

3년 전부터 은퇴를 대비해 기존 치킨과 정반대 식감의 건강 치킨을 개발했고, 지금은 태어나 자란 바로 그 자리에서 작게 시작해서 오래갈 손맛집의 꿈을 아내와 함께 키우고 있다네.

좌충우돌 돌고 돌아 원점으로 온 듯 하네만, 새로운 시도가 활력인 내게는 또 다른 삶의 동심원을 그리기 위해 중심점에 다시 선 것 같으이.

한편, 사업에 미쳐서 그리고 망해서 큰 부채를 갚느라 한 세월 보내며 영혼까지 메말라 친구, 동창, 선후배 다 교류가 끊겨 버렸네.

마음 한켠에서 친구들에게 마음의 부채가 생겼고, 잊혀져 가는 세월과 더불어 슬금슬금 커지더니 눈덩이처럼 불어나 손쓰기조차 어렵게 되어버렸네.

수년 전부터 ㄱㅊ 이를 시작으로 몇몇과 교류를 재개했지만, 아쉽게도 대개는 저간의 사정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는 못했네.

1년 전에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나서 전달에 ㅇㅁ가 반창 밴드에 초대하여 들어오니 낯설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네. 하지만 늦었을 때가 빠른 때라는 믿음으로 이제라도 마음에 쌓인 빚을 갚기 위해 애쓰려 하네.


반백  넘어 60을 향해 치닫는 우리 나이에 누군들 삶의 굴곡과 애환이 없겠냐마는 그간의 소홀함을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 바라네.

인생 보고서라고 어쭙잖게 제목을 잡았으니, 지난 57년 인생 여정이 보잘것없네만 다음과 같이 년도 순으로 되짚어 보았네. 이런 게 처음이고 다중 앞이라 무척 쑥스럽네만.



---   다  음  ---



---61~78년 황금기 18년


61년. 3남 3녀 중 장남으로 가매기 삼거리에서 출생. 누나 둘 동생 셋. 한없이 행복한 유년,
68~79년. 학성 국민학교, 학성중학교, 원주고등학교 졸업

---79~84년 정신적 방황기 6년


79년. 성균관대 무역학과 입학. 1년 수료 후 자퇴
81년. 대 영문학과 입학
82~84년. 군 강제 징집. 원통 GOP 복무. 육군 병장 제대
84~86년. 대기업 입사 결심, 입사 준비
87년. 대 영문학과 졸업

---88~97년 제2 황금기 10년. 회사에 미치기


88년. LG 입사. 여의도 트윈타워 근무. 석유화학원료 수입 및 구매 업무 4년
89년. 원주에서 아버지 57세로 홀연히 가심
92. 독거 어머니마저 곧 가실까 두려워 LG 원주영업소 자원. 화장품 영업 6년
93년. 결혼
94년. 득남
96년. 득남
97년. LG 여의도 본사로 발령. LG에서 성과와 상관없이 중년에 사장이 불가능 판단. 스스로 사장되고 어머니 계속 모시려고 사표


---97~05년  사업에 미치기 9년


97년. 종합화장품 매장 개업
00~05년. 상류층 포부 갖고 종합화장품 인터넷쇼핑몰 사업. 실패해 큰 빚.

---06~14년  모든 친구와 완전 단절기 9년 


06년. 복합매장 개발해 성공. 빚 다 갚음.

---15~17년   은퇴 준비 3년


15년. 어머니 보내 드림. 건강 치킨 개발
16년. 순촉치킨 개업
17년. 복합매장 정리

현재 30년 성공 경험은 쏟아붓고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아서 순촉치킨을 내가, 자식이, 후손이 안심하고 먹는 손맛집으로 키우는 게 꿈. 여전히 장남이라 병든 동생 둘 건사 중.



■ 건강 상태

고혈압, 당뇨. 병은 아니나 경계 수치이고 가족력이 있어 관리를 요함.
옛 기억은 뚜렷하나 단기 기억이 많이 깜박함.
수년 전 오른 어깨에 오십견이 와 양복 입기가 힘들었지만 접시 8자 돌리기 운동으로 자가 치유.
20년 전 축농증 수술로 후각 상실하여 냄새 못 맡음.

술 거의 안 먹고 어쩌다 소주 반
담배 끊으려 함.
매일 푸시업, 스쿼트 45년.
다행히 먹는 약 없음.
 


 ■ 취미

1. 응답하라 1968 기록
2. 상상
3. 산행, 낚시, 군대 바둑 7급
4. 반려견 두 마리. 소형 믹스견과 몰티즈



■ 종교

무교



■ 기질

호기심 넘침. 새로운 일, 새로운 방식에 희열을 느낌.



■ 단점

겁이 없는 게 지나쳐 무모함. 장난기가 짓궂으나 악의 없음. 한 세월 인적 교류가 없다가 사람을 만나서 그런지 자기 말만 한다는 지적을 받음.



■ 장점

긍정적. 적극적. 몰입. 꿈

별 것 아닌 삶을 글로나마 동행해 주어 고맙네. 다음에 만나 술이나 차 한잔 하면서 자네들 인생에 대해서 들려주게나.

고맙네 친구들!
 
가매기 삼거리 치킨집에서


2017. 06. 28






배경.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상태. 난생처음 인생 보고서라는 선 이름의 자기소개서 겸 반성문을 써서 고교 반창 밴드에 올렸습니다. 그전에 사업에 미쳐 9년 친구와 교류가 대폭 줄었고, 사업에 망하고 빚 갚느라 9년 모든 친구와 교류가 완전히 끊겼어요. 그러다 친구 초대로 고교 때 같은 반이었던 반창 밴드에 가입했지요. 한 달 반 지났는데도 영 어색했습니다. 그래서 인생 보고서를 썼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