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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Jul 11. 2020

반갑다 칭구야

긍정 - 고교 친구 새로 사귀기


눈팅어들이시여,

곁눈질하는 김에 잠시 내 얘기 좀 들어주시게.

여기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수다 떠는 우리야 즐겁고 지켜봐 주니 고맙네만, 한편 언제나 한결같이 입 꾹 다물고 말이 없으면 어떤 때는 할아버지 무릎에 않혀 재롱떠는 아이 같아 부끄럽다가는 또 어떤 때는 잔뜩 화난 유령 앞에 선 것처럼 무섭다는 생각이 언뜻 들기도 하네.
그러니 부고나 청첩은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들어온 김에 심심풀이로 글쓰기나 댓글을 둘러보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거들랑 그 참에 그저 반갑다는 인사 한마디라도 남겨 주면 참 좋겠네.

우리가 이곳에서 성공을 평가하거나, 부를 비교하거나, 아픈 속내를 털어놓자는 게 아니라는 것, 사상을 논하거나 정견을 다투자는 게 아니라는 것은 다들 잘 알 것이네.

우리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소중한 추억, 나이 들어 서글픈 일, 모처럼 기분 좋은 일, 소소한 일상들이나, 마누라에게도 자식에게도 할  없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지만 아무나에겐  수 없는, 하고 나면 후련하고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저런 부담 없는 얘기를 나누자는 것일세.

여기서 못 하고 안 하면 어디 가서 맘 편하게 하겠는가?

댓글 한마디, 한 줄이면 충분하고, 마음에 드는 글이나 사진 하나 보여 주어도, 혼자 웃기에는 아까운 짤방을 올려도, 객기로 시 한 줄이나 글 한 편 써보아도. 술 얼큰하니 갑자기 친구가 생각나 보고 싶다고 불러내도 누구 하나 무어라 할 놈 없고 오히려 큰 박수로 공감을 얻게 될 걸세.

가 총무를 맡아 눈팅 때문에 고심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부분적으로 내 생각을 덧붙여 보니 대체로 이러하네.

부랄 칭구 사이에 대단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나보다 돈 많고 출세한 칭구래야 대기업 총수는커녕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벤처 신화도 아니고, 대통령, 국무총리는커녕 장차관이나 흔한 국회의원조차 한  없지 않은가? 다들 그저 밥 한술 편히 뜨고 얼굴 안 망가뜨리고 사는 정도 아닌가?

어색하고 쑥스러울 건 무엇인가? 대개 그렇지만 다들 그러니까 같이 섞일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친하고 덜 친하고 따진 들 어디에 쓸모가 있을 거며, 보기 싫은 녀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는 아닐 거 아니겠나?
같은 반이었던 게 싫었던 칭구도 있겠지만 좋았던 칭구들보다 훨씬 더 많지 않겠나?

조직에 몸 담고 있어 신경 쓸 일 많고 시간도 없겠지만 들어온 김에 한마디 안부야 건넬 수 있지 않나?
내가 어렵고 힘들고 슬플 때 도와주지 않고 공감해주지 않아서 원망스럽다면 반대로 나는 그 칭구에게 그렇게 하였는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내 스타일과 안 맞고 밴드질이 익숙지 않고 수준도 안 맞을 수 있겠지만 누군들 그렇겠나?

그냥 눈팅이 편하다고 하면서 한 번도 안부마저 건네지 않는다면 안면만 튼 사이라도 무례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중차대한 문제가 있다면 해결이 급선무일 테니 여기서 둘러볼 여유가 없을 것 아니겠는가?

 는 이유보다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열거한 이유들이야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드네.

이제 우리 나이가 곧 환갑이고, 60 고개를 넘으면 70을 보고 치닫게 될 걸세.


그런 나이다 보니 전에 없이
청승맞게 드라마 보다가 눈물 나고
어린애처럼 눈길 안 준다고 쉽게 삐치기도 하네.
8자리 전화번호 하나 못 외고
손을 멀찍이 내밀어도 스맛폰 글자가 겹쳐 보이네.
핏줄 굳어 혈압 오르고,
오십견으로 양복 입기가 힘겹네.
다 흉 볼 일 아니고 가는 세월 피할 길 어 다들 그렇게 속절없이 같이 시들어 가는 것이네.

 번뿐인 인생은 젊은이들 호사일 뿐, 언제 쓰러져 절뚝 일지, 언제 기억을 잃어 똥오줌 못 가리게 될지 걱정하고, 더 살고 싶은 마음보다도 자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고통 없이 죽고 싶어 할 나이가 무섭게 달려들고 있다는 거 느끼고 있지 않은가?
할배, 할매 가시더니 아부지, 어무이마저 보내드리고 있고 이제 우리 차례인 거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내일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고, 오늘이 가고 나면 다신 안 올 오늘일세.

그러니 나중에 부모 부고, 자식 청첩일랑 걱정 말고 내 부고장 뜨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지금 여기서 우리끼리 부지런히 같이 웃고 떠드세나. 부족하면 만나서 껄껄 웃고 일부러 호기롭게 크게 소리쳐 보세나.

차 몰고 먼길 찾아가지 않아도, 귀 어두워 전화기를 귓바퀴에 꽉 눌러 대지 않아도 손가락 하나면 충분하네.

쓰다 보니 길어졌네만 칭구끼리 수다나 떨구 즐겁게 살자는 말일세.
지금 바로 칭구들과 인사부터 나누세.

"반갑다 칭구야"




★ 여기서 맨날이든 어쩌다이든 최근에 글쓰기 하거나 댓글 한 자라도 다는 칭구들은 이 글에 댓글 달지 말기를 부탁하네.

 글은 특별한 이견이 없다면 운영진이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달포에 한 번 가량 올려주면 어떨까 제안하네.



2017.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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