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부업-칭찬 받는 게 일

G-케어 매니저ㅡ3화

by 가매기삼거리에서


아파트 정자에 노인 둘. 한 분 여, 한 분 남. 사각 모서리 한 켠씩 차지. 등을 돌리고. 부부는 아니다. 부부일리도 없다. 정자에 나와서까지 함께 있진 않으니까.


"안녕하세요 !"


쾌활한 어조로 서서히 접근한다. 경계의 눈초리.


"이거 한 번 보시지요. 돈 내라는 거 아닙니다."


안내문을 한 장씩 드린다. 거부 예방하면서.



일 분여 다 읽기를 기다린다.


먼저 할머니에게,


"요즘 다들 외롭잖아요. 독거하는 분도 많구요. 말만 해도 풀리는 게 있잖아요. 제가 말씀 들어 드립니다. 혼자 있다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시는 일이 있잖아요. 그런 거도 예방되구요."


"어디 사세요?"


이 말을 물으면 관심 많다는 거. 신분 확인하는 거다.


"바로 옆 아파트에 살아요. 급할 때나 갑갑할 때 전화 하면 5분이면 달려옵니다. 자식들 있어도 바로 못 오잖아요. 소방서 같은 거죠. 전화하면 언제라도 출동하니까 다들 안심하고 생활하잖아요."


"좋은 일 하시네요."


"저도 외롭거든요.ㅎㅎ. 제가 62세 입니다. 어린 노인이 나이드신 노인을 살피는 거예요.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 주변에 고립된 분 계시면 꼭 저에게 알려주시구요."


"근데 이걸 개인이 해요?"


"아닙니다. 강원도와 복지 단체에서 하는 겁니다. 요즘 복지 잘 되어 있잖아요. 많이 아프면 요양보호사가 찾아오고. 어려우면 돈도 주고요. 근데 마음은 어쩌지 못 하잖아요. 그걸 풀어드리는 겁니다."


이제 마음의 문이 열렸다. 나이 여쭙고, 사정을 묻는다. 당장은 G-케어가 필요치 않다. 할머니는 안내문을 챙긴다. 왜? 주위에 그런 분이 있어서? 아마 그거보다 언제든 누구든 그런 입장이 될 수 있으니까. 그건 갓 노인된 나 역시 그러하니까. 큰 누님뻘인 노인이야 말해 무엇하리.


이번엔 할아버지 차례.

"옆에서 다 들으셨죠?"


엿듣다 들킨 소년처럼 멋쩍게 웃는다. 처음 안내문 드렸을 때 땡땡 굳었던 얼굴 아니다. 바로 나이, 사정을 듣는다. 아내와 함께 사신다고.


"부부여도 말 못 할 고민 있잖아요. 둘이지만 외롭잖아요. 뭐든 상관 없으니 저를 부르세요."


이분도 안내문을 돌려주지 않고 주머니에 넣는다. 요양 보호사가 할머니 보러 온다는데 할머니에게 내 얘기 할 거 같은 느낌.


"두 분 서로 모르시죠? 이 아파트 같은 동 사실텐데 서로 인사나 나누시죠."


할머니가 붙임성이 있어 먼저 말 건네고 수줍음 타는 할아버지가 답하고.


그러는 사이 또래쯤 여자가 할머니에게 다가와 기초수급자 됐다고 통보 왔는데 60일 돼도 돈이 안 들어온다고. 그 문제로 나 포함 셋이서 의견 주거니 받거니. 물어보니 62세 동갑, 할머니는 74세란 거 이미 알았고. 셋이 띠동갑.


"소띠가 이렇게 착하고 순하다니까요. 소띠 화이팅 ! "


양손 들었다 내리면서 외치니 두 분 다 따라하며 화이팅!


이런 식이다. 인사하고 / 안내문 드리고 / 소개하고 / 파악하고. 많은 분이 좋은 일 한다고 칭찬한다. 말 없는 분은 안내문을 챙기는 거나 표정을 보면 안다. 고마워 한다는 것을.


오늘은 여덟 장 건넸고 아무도 버리거나 돌려주지 않는다. 당장 결과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안다. 마음의 119 소방서가 동네에 새로 생겼다는 걸. 화재가 늘 나는 건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고 불은 난다는 것을. 나의 존재만으로도 안심이라는 것을. 모든 노인이 아는 그날까지 G-케어 매니저 홍보 고! 고! 씽! 씽!

매거진의 이전글노인 돌봄은 지지하고 공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