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사직서

G-케어 매니저-9화

by 가매기삼거리에서


나는 조직 생활에 늘 문제가 있다.


너무 열심히 일한다.

그게 뭔 문제?


열 중 칠팔은 시킨 거만 한다.

한 명은 시킨 거를 못 한다.

왕따.

한둘은 일을 찾아서 한다.

인정.

백, 아니 천에 한 명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벌린다.

위로부터 왕따.

나 같은 이.


좋겠네. 자랑질도 하고.


천만에! 만만에!

지긋지긋하다. 치가 떨린다.

튀나온 못이 망치 맞는다.

젊어서 대기업 10년.

사서 생고생.

망치 정도면 맞을 만하다.

해머.

어떤 때는 불도저로 밀어내려 한다.

진짜 괴로웠다.

사표 세 번.

구매에서 두 번, 영업에서 한 번.


ㅡㅡ첫 사표


입사 2년차. 아직 신입이라 사직서 쓸 줄 몰라서 괴롭힌 부장에게 구두 통보. 사람 좋은 과장이 산꼭대기 자취방을 찾아와 깜짝 놀랐다. 일주일을 부탁 또 부탁. 어쩔 수 없어 복귀.


ㅡㅡ두 번째


대리때. 바로 위 과장 나를 스카웃 했다. 환상의 조합. 헌데 고향 어머니 독거사 위험. 백골로 발견될까 두려웠다. 아버지 풍 앓다가 3년전 돌아가셨다. 장남인데 효도는커녕 어머니마저 잃을 것 같았다. 그것도 구더기 끓거나 백골로 신문, 테레비에 탑기사. 평생 죄인. 서울서 모시려고 3년을 설득했지만 끝내 싫으시다고. 회사에 제발 5년만 고향으로 발령 내달라고 석 달을 조르다가 포기하고 사직서. 그렇게 심각하냐며 들어주어 자동 반려. 고마운 분.


ㅡㅡ세 번째


과장때.


일주일 후 전화.


그룹 인사 임원이란다. 당신 그만두면 여럿 다친단다.

ㅡ엥, 왜요?

그룹에서 나를 미래 경영자로 선정했단다.

ㅡ그게 뭔데요?

LG그룹 회장 직속으로 전문 경영인을 키우기로 했다고. 그룹이 커져서 친족만으론 어렵다고. 1년 됐다고. 비밀이라고.

ㅡ진작 알려주시지요. 저 일주일전에 퇴사했어요.

즉시 원대 복귀하란다.

ㅡ싫어요.

그럼 그룹에서 가고 싶은 회사, 부서 어디든 찍으라고. 구매, 영업은 해봤으니 재무 부서 가서 배우라고. 그래야 경영자 된다고.

ㅡ싫어요.


그럼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

ㅡ지금 과장 2년차니까 차장 건너뛰고 부장요.

안 된단다.

ㅡ왜요? 저는 50세에 대기업 사장 되려고 입사했어요. 근데 아무리 계산해 봐도 50세 사장은 불가능해요. 이사는 되겠더라구요. 근데 그 위로 상무, 전무, 부사장, 그리고 사장 4단계. 60세 다 늙어서 사장 되면 뭐 해요. 50세는 돼야 10년 바짝 뛰어서 회사를 10배, 100배로 키워볼 거 아녜요. 사장 되려고 3년 고시 준비하듯 했어요. 경영학, 회계학, 무역학. 영어회화는 그룹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거예요. 미래 경영자라면서요. 그럼 진급 빨리 시켜야지요.


안 된단다.

ㅡ그럼 연봉 두 배 주세요.

안 된단다.

ㅡ왜요? 기업의 설립 목적이 이윤 창출 아닌가요? 이윤 창출이 남보다 뛰어났으니까 미래 경영자로 뽑은 거 아닌가요?

그런 제도가 없어 안 된단다. 앞으로는 모르겠다고.

ㅡ그럼 언제요? 10년 후요? 그때 저는 죽거나 쓰러져서 병원에 누워있을 거예요. 제가 그냥 실적 냈겠어요? 남보다 일하는 시간 1.5배, 토일 출근하는 건 밥 먹듯이 하구요. 주 3일은 새벽 서너 시에 집에 가요. 3차, 4차 잔뜩 취해서요. 거래선이든 공장이든 부하든 동료든 확실히 내 사람 만들려면 술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면 업무 협조가 즉각 되니까요. 특히 신입 땐 시킬 사람은 없고 일은 해야 하니까요. 안 되는 이유보다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회사 모토지요. 저는 신조고 기질입니다. 안이될방. 넉 자로 늘 외우고 다녀요. 벽이라면 깨부수던가 타넘든가. 물론 머리 쓰는 거야 기본이구요.


안 된단다.

ㅡ그러니까요. 그래서 관둔 거예요. 제가 복귀하면 또 똑같이 해요. 성격이 그래요. 시켜서는 그렇게 못 하잖아요. 이제라도 그릇이 큰 걸 알았으면 사람을 붙여줘야 하잖아요. 지긋지긋합니다. 신입사원 때 부장이 괴롭히고. 제가 자기 제끼고 임원, 사장 회의에 들어가니까 미워서요. 부르는 걸 어쩌라구요. 과장, 부장이 해야 할 일, 심지어 가격 결정 등 임원 일까지 일부 하니까 업무량 따따블. 새벽에 출근해 세수하고 변기에 앉아서 시간이 부족해 변기에 앉아서 서류 보는 게 일상이었어요. 구매에서 영업으로 옮기니까 이번에는 사업부가 다르다고 텃세. 첫날부터 영업이사가 콕 찍었더라구요. 자기가 낸 인사 발령 아니라서. 부장과 합작으로 굴어온 돌 빼내기. 살벌한 나날들. 처음 해보는 영업에 대리가 무슨 힘이 있나요. 그래도 매출 달성률 전국 탑. 시장점유율 전국 탑. 심지어 1위 경쟁사보다 높아요. 그럼 뭐 해요. 과장으로 진급 년한 4년은 똑같더라구요. 연봉도 똑같구요. 그럼 죽어라고 실적 내는 사람은 뭐죠? 바보. 멍청이. 이 회사가 그런 회사예요.


그래서 미래 경영자로 뽑은 거라고.

ㅡ미래요? 당장 특진도 안 되는데 무슨 미래요? 미래 경영자요? 10년 후 저는 사자나 병원 환자될 거라니까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원하는 회사, 원하는 부서 보내주는 거라고.

ㅡ말했잖아요. 텃세. 거기 가서 또 미운털로 시작하라구요? 지금 과장 2년차니까 2년 후 차장, 4년 후 부장, 4년 후 이사. 합 10년. 제가 10년 해봤잖아요. 그걸 10년 또 하라구요. 그럼 이번엔 그룹 회장님 명의로 미래 경영자 마패 하나 만들어 주세요. 도와달라는 거 아닙니다. 제발 못 괴롭히게요. 일 좀 하게요. 그 정도 보호 장치는 해줘야 합니다. ㅡ사실 마패는 요구하지 않았다. 안 줄게 뻔했으니까. 미래 경영자는 본인도 몰라야 했으니까. 지금에서야 생각나서 해본 말. 하나 더. 임원은 안 된다고만 한다. 여의도 쌍둥이 빌딩. 매일 아침 전직원은 근무 시작전에 각자 자리에서 일어서 10개 구호를 합창했다. 그중 하나. 안 되는 이유보다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그렇다. 회사 일에 안 되는 건 없다. 시도 않거나 포기했을 뿐. 나는 꿈에도 몰랐던 직속 상관인 회장은 4년전 고인이 되었다. 그때 두 가지 조건 보고 받았을까? 확율은 반반. 그룹 사훈이 인화였다. 조건은 어느 것이나 인화를 깬다. 그러니 알았어도 들어줄 수 없었을 거. 삼성 일등주의와 확연히 구분된다. 그래서인지 월급도 짰다. 그걸 퇴직금 정산하면서야 알았다. 지금도 그런 듯.ㅡ


그룹 임원은 일주일을 나를 설득했다. 이 계급 특진도, 두 배 연봉 계약도 없었다. 따라서 사표는 유효했다. 1997년 3월이다. 그해 7월 나는 나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때부터 신명나게 내 사업.


어머니는 며느리, 손자 둘 보았고 함께 행복하게 살다가 사무치는 그리움을 남기셨다. 62세 나는 퇴사 덕에 아직 살아있다. 올해 초 119 차에 눕힌 채 병원에 실려 가긴 했다. 심근경색. 혈관병 가족력. 아버지 그리고 6형제 중 다섯 모두. 내가 가장 늦게 병이 왔다. 그나마 소주 석 잔이면 얼굴 벌건 체질이라 맞지 않았던 술은 퇴직 후 달에 한 병, 끊다시피 해서다.






ㅡㅡㅡㅡㅡ ㅇ ㅡㅡㅡㅡㅡ






퇴사 25년 후 2022년 한여름.


네 번째 사직서.


남들처렴 열 중 팔에 묻어가면 되는데.

이제 환갑 지났는데.

노인 일자리 알바일 뿐인데.

30년전 독거사 우려로 고향 왔는데.




■ 사직서 ■




시범사업은 뜻 있는 사업입니다. 리더와 참모,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매니저분들. 다들 열심히 잘하고 계십니다. 아래 지엽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부분이 전체를 덮을 수 없습니다. 유사한 애로가 있을 수 있기에, 시범 사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필요하면 제가 맡은 지역 인계인수 하겠습니다. 앞으로 독거사 우려, 고립된 이 발견하면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사람 필요하면 한 분 소개합니다. 성호아파트 천사녀. 62세. 독거. 3월 남편과 사별. 600세대 아파트 거주하며 5년전부터 단지내 노인들 집으로 모시거나 정자에서 만나서 밥, 간식 내주며 말벗 무료 봉사. 약 네 종류. 장거리 이동은 곤란. 건강 상태 정확히는 모름. 이 분을 G-케어 대상으로 선정, 후원할 계획이었음. 두 번 만났고 모르는 남남. 그 아파트 노인들 사정에 정통하니 시범사업에 적임자일 수도.


동년배 G-케어 매니저분들,

내일 어찌될 지 모르는 게 인생.

오늘이 가고 나면 다신 안 올 오늘.

귀한 인연 소중했습니다.


이사장님, 국장님,

훌륭한 일 하시는 거 존경합니다.

제 기준이 친절, 배려, 봉사거든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ㅡㅡㅡㅡㅡ




지엽적인 문제 몇.



7월 한 달 주었습니다. G-케어 매니저로서 기간내 OO동에서 독거사 우려, 고립된 노인 5명~10명을 찾기 위해서 안내문을 만들어 돌리며 샅샅이 훑고 있습니다. 1차로 지역 인구 대다수가 집단 거주하는 4.000여 세대 8개 단지 아파트, 그리고 2차로 수 백 구옥이 밀집한 OOO.


활동 한 달여, 그 사이 두 차례 교육과 한 번 간담회. 실제 독거사 우려, 고립된 사람은 단 한 명 찾았습니다. 78세 독거 남. 장애 없어 방문 복지 없고 밥, 반찬, 빨래 직접. 같은 아파트 같은 동. 정자에서 우연히 만나면 대화 허용. 그마저 물어야 답변, 질문은 없다. 열 번 이상 스무 번 가까이 만나도 한 번에 5분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대인 기피. 삶의 의욕이 보이지 않는 반 은둔자. 아파트서 갑자기 돌아가시면 금방 발견 안 됩니다.


세 분의 경우. 82세 독거 할머니. 양눈, 양다리 장애. 첫 대면에 남자인 저를 집에 들이고 커피 타 주고는 말 폭포 퍼부을 정도로 대화 상대가 그리웠습니다. 50세 독거 남. 신장 투석 30년. 한쪽 목발. 시내에 친구가 있다 하나 초면에 쏟아내는 말. 역시 들어줄 사람 필요합니다. 90세 독거 남. 한쪽 다리 장애. 경청하려니 묻는 말에 단답만. 앞으로 말벗 해드린다 하니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섭니다.


장애인인 세 분 공통점은 엄밀한 잣대로 보면 찾는 대상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요양보호사 주 5일 3시간씩 방문하여 밥, 청소, 빨래, 병원 동행. 장년은 요양보호사 안 오고 밥 직접 해 먹지만 주 3회 병원 투석하여 의사, 간호사와 정기적으로 접촉. 할아버지는 요양보호사가 주 5회 3시간씩 방문 청소. 밥은 직접. 독거라 해도 고독사로 백골로 발견될 리 없고 고립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셋 외 다른 이들에게는 말벗도 따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들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이미 받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찾아야 하는 대상은 1.고독사 우려, 고립. 2.현재 정기 방문 복지 대상 아니고. 3.그중에서 정기적으로 주 1회 시간 반~세 시간 말벗 원하고.


낯선 자가 도심 아파트나 주거지에서 그런 이를 만나는 건 가물에 콩 나기였습니다. 안내문과 주거지 주변 맴돌기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동사무소 복지팀장, 통장과 각기 만나 보고 그런 사람들 몇 명만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협조하지 않습니다.


G-케어 매니저 수요가 있다는 건 확인했습니다. 누구든 언제고 홀로 된다는 거, 그럼 고독사, 고립, 사고의 위험, 장애가 없어 방문 복지 대상이 아니면 그 위험이 훨씬 크다는 거, 언제든 전화하면 즉시 달려올 이웃이 있다는 걸 홍보하면 대부분 G-케어 매니저의 필요성을 수긍합니다. 이는 독거 장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시도는 안 했지만 청년 독거도 비슷할 것입니다. G-케어 매니저를 꾸준히 홍보하면서 대상을 찾고, 접촉하고 관찰하면 고독사 및 고립 예방에 효과가 클 것입니다.


의욕적으로 홍보 및 활동하다 보니 의외의 결과도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자치회 감사인 60대 노인 여. 자신의 알량한 직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70대 노인인 경비를 예고 없이 해고. 일종의 노노 학대. 적극 관여했고 지금 걱정 없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활동 중 발생한 일이지 고독사, 고립과는 상관 없습니다.


노인정은 아직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안 나오거나 못 나오는 노인이 고독사 위험, 고립의 확율이 크기 때문에 순위를 뒤로 두었습니다. 인맥 동원 안 했습니다. 살면서 그런 적 없을 뿐더러 시범사업이라니 기왕 하는 거 후임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ㅡㅡㅡㅡㅡ




한편,


교육은 매번 유익했습니다. 다만 모르는 사람 일에 절대 참견 말라, 위급해도 모르는 척 쳐다보지도 말라고 사례를 들어가며 강조 또 강조한 부분은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있는 일이 절대 하지 말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상자 선정 단계에서 처음 보는 남에게 적극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선정이 어렵습니다. 느닷없이 얼음물을 끼얹기에 깜작 놀라 나도 모르게 비명과 신음이 새어나온 거였습니다. 매일 모르는 이에게 다가가서 말 걸고 관심 보이며 파악하고 곤경에 처했으면 도와주고. 의심, 외면하면 붙들고 설명, 설득하고. 때로 낙담하지만 스스로 격려해 기운 차리고. 이렇게 하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 당해 동사무소 복지팀장에게 조사 받듯이 해명하고 독거인 명단 부탁하니 거절 당합니다. 이튿날 통장도 협조 거부하고, 그 다음날 복지단체는 다짜고짜 들어서 다 안다, 이 동네에 나 같은 사람 필요 없다며 노골적으로 쫑코 주고. 삼 일 연짝 세 여자한테 아침부터 세 번을 거부 당했습니다. 이런 처참하고 희한한 굴욕은 난생처음입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은 거로 제 사정을 몰랐거니 이해합니다. 교육 받은 전원에게 키워보라며 레드 스타, 화이트 스타 앙증맞은 화분을 각자 고를 수 있도록 선물한 것은 세심했고 고마웠습니다. 배려 없는 이가 아니라는 건 이거 하나로 넉넉히 알 수 있습니다.

한 달 노력하면 대상 인원 확보할 줄 알았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고독사 우려, 고립된 이 찾으려면 남은 기간 내내 마른 수건을 쥐어짜야 합니다. 7월 한 달 정말 그런 사람은 78세 은둔남 한 명뿐이었으니까요. 이런 사람으로만 다섯 명 채우려면 4개월 더 걸립니다. 확보해도 도중에 원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아 대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다시 안내문 들고 배회해야 합니다. 보람으로 알고 시작한 일이 스트레스로 바뀌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밀어붙이기에는 내외적으로 무리가 따릅니다. 활동일지만 해도 고독사 우려, 고립된 사람을 찾아내는 게 우선인데 그런 이는 자신을 숨기기 때문에 양식에 있는 정보를 쉽게 밝히지 않습니다. 78세 은둔남의 경우를 보아도 5분여씩 20번 가까이 만났어도 정황을 파악하는 정도지 아직 통성명조차 못 해 이름도 성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활동 중 그가 이 지역에서 가장 독거사 우려가 큰 인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경비 반장도 아파트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동의합니다. 물론 그 정도 아니라도 일지의 양식을 적당히 채우면 됩니다만 형식에 치우쳐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하면 아니 될 것입니다. 고독사 우려, 고립된 이를 찾는 활동이 우선이어야 할 것입니다. 옆집조차 모르고 지내고 이사가 잦아 더욱 알지 못 하는 아파트라면 더욱이. G-케어 매니저가 배치된 지역이라면 단 한 명이라도 백골로 발견되는 일은 있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명백해집니다. 백골 시신 단 한 번만으로 매니저 존재 이유가 뿌리째 뽑힙니다. 언론에 보도되면 해당 지역뿐 아니라 모든 매니저들과 사업의 존립 자체가 일거에 부정 당합니다. 같은 시급의 노인 일자리라도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노인보다 보람, 자부심이 큰 만큼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따릅니다. 담배꽁초야 놓쳐도 그만이지만 우리는 고독사, 고립 방지의 최후의 보루니까요. 그게 가장 중요한 임무니까요.


현장 활동과 본부간에 왜 이런 불일치, 엇박자가 생기는 걸까 고민되어 짚어보았습니다. 시범사업이 원래 시골 마을형이지 도심형이 아니라고 들었는 바 거기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은 마을 사람들을 한 다리 건너면 다 알고, 도심은 다 모르고. 그렇다면 시골도 주민 정보를 가진 이장이 사업에 참여한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간 차이가 있을 거고. 출발점부터 정반대이다 보니 시골이 세월을 두고 자연스레 쌓은 인맥을 도심은 한 달 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거. 도심형은 태생이 하지 장애인 걸 정상으로 걷기를 서둘러 기대하는 셈입니다. 시범사업이 승인인지 직전에 급조된 것이라 하니 둘간의 차이를 미처 몰랐거니 이 또한 이해합니다.


리더로서 전반적으로 매니저 활동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지원하고 격려하고 열심인 것 익히 알고 있습니다. 안내문 전파, 새 활동일지 제작 등 매니저 활동에 도움된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바로 조치하여 주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점심으로 제공한 도시락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두 번 다 맛났습니다. 찬 종류가 엄청 다앙하고 신선했습니다. 처음은 6찬에 후식 3종, 나중은 8찬. 성찬이었습니다. 밥은 당뇨에도 좋은 잡곡. 식후 고급스런 생수까지. 더운 날에 미역냉국을 보고는 주문 하나에도 신경 많이 썼구나 생각이 들었고 고마웠습니다.


G-케어 매니저. 보람 있는 일이니 복이고, 이런 리더와 함께 하니 홍복입니다. 해볼 만큼 해봤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덕분에 저도 외로운 참에 이웃 노인 여럿 사귀었습니다. 제 아파트 경비 반장은 형님, 아우 사이가 되었습니다. 개인 경사, 소소한 애로까지 제게 털어놓네요. 수시로 만나도 곤란할까 묻지 않는데 엊그제는 아파트에 독거 노인, 노인 부부에 대해서 제게 먼저 물어보네요. 알고 있는지, 제가 찾는 사람들이 맞는지. 이제 진심이 통하고 제 역할을 필요로 하기에 뿌듯했습니다. 경비를 도와 준 게 소문났는지 관리사무소 고참 직원은 전에 없이 매번 저 멀리서 큰 소리, 허리 굽힌 인사로 나를 불러 세웁니다. 성호아파트 101동에는 동갑내기 천사녀가 살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OOO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아 옛 기억을 되살렸고, 골목 문홰재감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 골목 몇 번째 집 가면 언제든 스텐 주전자에 가스렌지 불 올리고 커피 타 줄 누나 할머니도 생겼습니다. 모두 G-케어 매니저가 아니면 얻지 못 했을 복입니다.




ㅡㅡㅡㅡㅡ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돈 들어올 기회가 세월만에 찾아왔습니다. 무리 않고 노하우를 전수하며 즐길 수 있는 일. G-케어 매니저는 5개월 한시적이고, 7월 한 달 힘 쏟아 대상 선정이 끝나면 정해진 소수만 만나는 루틴한 일이 되기에 병행이 가능할 거로 예상했습니다만 실상은 다릅니다. 그간 접촉한 노인들 말벗 정도 하면서 알음알음 대상을 찾아보며 서두르지 않고 확대해 나가면 안 될 거도 없겠습니다만 당장 사업의 속도와 맞지 않습니다. 돈 받고 하는 일 대충은 성격이 안 따릅니다. 나이드니 두 가지를 동시에 충분히 잘 해낼 만큼 체력과 집중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기회는 완전히 손을 놓아 지체하면 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부득이 이제 제 개인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용돈, 보람, 운동 삼아 시작했습니다.

한창 더위와 비가 마지막 남은 의욕마저 꺾네요. 그러니 모든 건 하늘의 뜻입니다. 아쉽지만 이번 인연은 여기까지 같습니다.


시범사업의 성공과 본사업으로 안착을 기원합니다.






ㅡㅡㅡㅡㅡ ㅇ ㅡㅡㅡㅡㅡ






이튿날.


이사장님에게서 전화.


지엽적인 몇에 대해서 의견 나눈다. 시범사업이라 시행착오 불가피에 대해 이해를 구한다. 열심히 활동해 기대가 컸다, 특히 스스로 안내문 만든 건 감동이었다, 협력 기관에 자랑했다고. 매니저들도 기대가 크다. 그만두면 어쩌냐고. 사직서 쓴 길이만 보아도 고민 많았다는 거 안다고.


사표 쓸 때마다 이렇다. 25년 이전 세 번도 다 그랬다. 그냥 수리하면 좋은데. 쉽게 결정한 거 아닌데. 통화가 길어져 직접 대면해서 말하고 나서 작별 인사 드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혹시 사무실 계시냐 물으니 코로나 확진 4일째라고. 첫 감염이라 그런지 어제까지 3일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라고. 특히 기침이 심했다고. 그러다 어제 단톡방에서 사직서 보고 충격 받았다고. 그러고 보니 쉰 목소리다.


앗. 아아. 코로나라니. 전혀 예상 못 한 돌발 변수. 이번 코로나 정말 아프다고 들어 알고 있었다. 하필 이때 출현하다니. 참 여러모로 못된 놈 코로나. 시범사업 뜻 있는 사업이고, 이 분 아니면 없었을 사업이다. 이 분 잘못 없다. 나 모양 열심인 게 죄라면 죄. 리더로서 훌륭한 분이다. 시행 단체로서 참여 기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한계가 있었을 뿐.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은데 애써서 나를 설득. 진퇴양난. 심하게 앓은 이를 괴롭힐 수 없는 일. 조심스럽게, 개인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활동을 조정해도 되겠냐고 의견을 구하니 흔쾌히 수락한다. 이렇게 성의를 보이고 신경 써 주는데 함께 가야지 어쩌겠나. 내가 뭐 대단한 놈 아니고 노인 일자리일 뿐인데.



ㅡㅡㅡㅡㅡ



지난 한 달 부지런히 맨땅에 헤딩하며 좌충우돌. 효율적인 홍보를 위해 머리 쓰며 몰입하고. 자연 건지는 게 있다. 이번엔 키맨 선정하자. 1.주변 노인 정보에 밝다. 2.붙임성 있다. 3.긍정적, 적극적이다. 아파트 단지별로 그리고 새동네에 키맨을 두자. 7월 내 구역 전체를 훑는 개요 학습이었다면 이달부터 심화 학습. 단지별로 키맨을 통하면 독거사 우려, 고립된 이를 더 찾아낼 수 있다. 은둔남 한 명은 직접 찾았고 나머지 넷은 키맨을 활용하자. 그러면 동사무소 복지팀장, 통장 협조 없어도 된다. 전처럼 활동하면서 키맨과 협력하면 상승 효과. 전보다 효율적. 그간 만난 이들 중 키맨을 꼽아보니 둘. 오늘 3호 키맨 한 명 추가.


다음날. 간담회.


이사장님 코로나 격리 중. 국장님 말 들어보니 도심형 현장에 맞게 대폭 조정. 본부는 매니저들 애로와 의견을 적극 수용하였다. 시행 단체로서 상위의 참여 기관들을 설득 또 설득한 결과였다. 어쩔 수 없는 하나는 납득이 가도록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동사무소 복지 담당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확인하고 부탁해 보고. 이로써 시범사업은 한층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시라는 훨씬 큰 수요를 열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사장님과 국장님. 큰 나무 큰 그늘이듯 훌륭한 리더에 훌륭한 참모 따른다. 알고 보니 국장님도 우리 매니저들과 같이 이번 시범사업에 처음 뛰어든 거였다. 이제 내부는 상하 연결 척척, 외부와 협력 척척 시범사업의 전문가가 되었다.


하늘이 반쪽 나도 나머지 반이 있다.

안 되는 일은 없다. 시도 않거나 포기했을 뿐.

안이될방. 안되는 이유보다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그래. 이게 나다.

한 세월 지났어도 나는 나다.

바보. 멍청이.

어쩌겠나. 기질인 걸.


생애 네 번의 사표. 번째 윗분은 나를 알았고 잘 쓰셨다. 지금껏 전화 주신다. 이번 시범사업에도 요긴하게 쓰이기를. 노인 일자리 알바지만서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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