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이 있어요.
돈 그리고 몸.
ㅡㅡ사정을 알게 되면
돈 써서 도울까.
조금이면 되는데.
기초수급자 1급이 많아요. 예를 들어 82세 양눈 못 보고 하지 장애 할머니. 월 60만 원 받으면 빚 원금, 이자 40만 원 내고 20만 원으로 한 달 살아요. 86년형 수건 한 장으로 한여름을 버티고 있어요. 전기료 아끼려 벽걸이 에어컨, 선풍기 못 켜니까 수건으로 땀을 훔쳐요. 손빨래. 세탁기는 전기뿐 아니라 수돗물도 먹잖아요. 반찬도 못 사 먹어요. 틀니 없는데 무료 조건이 까다로워 2년 기다려야 합니다. 당장 씹지도 뜯지도 못 하는데. 식도, 위까지 병이 생긴 거 같아요. 병원 갈 때 장애인 택시 1,100원인가도 신경 써야 해요. 자부담이 있는 검사나 약이면 몇 만 원이라며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어요. 유혹. 만 원만 드려도 이분에겐 큰돈인데. 10만 원이면 급한 불 여럿 끄는데. 난 그 돈 없어도 불편 없는데.
안 돼!
선 넘지 마!
다급, 위급할 때 아니면 제도로 풀어야 합니다. 있는지 알아보고요. 없으면 건의하고요.
몸 쓰면 도움될텐데.
어려울 거 없는데.
90세 평안도 OO 할아버지의 경우. 다리가 아프고 많이 불편해요. 중심 잃을까 불안 불안. 앉을 때 일어설 때, 문 여닫을 때, 마루에서 내려올 때. 체중 중심이 이동할 때마다. 그래도 지팡이를 쓰거나 손으로 기대거나 잘 해내세요. 유혹. 손 잡아 드려야 하는데, 부축해야 하는데.
안 돼!
선 넘지마!
다급, 위급할 때 아니면
스스로 하도록 두어야 합니다.
그분에겐 그거도 훌륭한 운동입니다.
밥 하고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잠깐 골목 산보 외에는 종일 눕거나 앉아서 테레비 보시거든요.
ㅡㅡ사귀기 전에
천 원 음료나 500원 하드 하나라도 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훨씬 부드럽잖아요.
안 돼!
선 넘지마!
홍보 자체에 집중해야 해. 먹히는 지 아닌지 확인해야해.
안내문 만들어 보고, 수정 보완하고.
말도 짧게 조리있게 알아듣기 쉽게 내용, 순서 정하고.
ㅡㅡㅡㅡㅡ ㅇ ㅡㅡㅡㅡㅡ
그러면서도 막상 현장 가면 매번 흔들립니다.
도와주고 싶고, 쉽게 가고 싶고.
인지상정이죠 뭐.
매니저 한 분. 돌봄 대상자 방에 바퀴벌레가 드글드글. 땀 뻘뻘 대청소하고 뿌리는 바퀴약 사다가 숨은 놈 들춰서 박멸. 사진 보니 방 가운데에 수북히 쌓여. 그 정도면 밤마다 바퀴 축제. 자는 이 타고 넘나들 터. 더듬이로 더듬어 움직임 없으니 손으로 팔 타고 얼굴로. 으아악! 이 고문이면 나는 다 분다. 꿈에 같은 장면. 몸과 팔다리 옴쭉달싹 못 하게 묶였다. 얼굴을 잔그물 쇠망으로 둥글게 덮는다. 턱쪽을 살짝 들고 틈으로 커다란 갈색 바퀴 한 마리. 입술 쪽쪽 키스. 콧구멍 들어가려 머리 디밀어 보고. 눈 밟고. 이마에서 쉬었다 내리락 오르락. 안 불면 두 마리 더 투입. 다음엔 넷, 여덟, 열여섯이라고 예고하면서.
오오, 바퀴라니! 현실 또한 단 한 마리만도 소름 쫙. 질주하는 차에서 덜커덕 빠진 바퀴가 튕기듯 퍼드득 날기까지. 닭살 쫙. 심장이 반으로 콱 쪼그라든다. 기는 건 어찌어찌 밟지만 나는 건 대책 없다. 앉았어도 날아오르는 순간 방향을 알지 못 하기에, 순간 얼굴 덮칠지 모르기에. 한 번 비행한 바퀴는 건드리면 날아 오르는 법. 사마귀가 무섭긴 해도 결코 안 분다. 지상에 어떤 곤충도 바퀴처럼 끔찍하진 않다. 그는 원룸에 고립되어 바퀴 군단에 점령 당한 비참한 한 인간을 구하고자 행정에 보고, ASAP 조치 요청했다. 하세월 뻔하고 당장 앉아서 면담조차 못 할 지경. 고심 끝에 몸, 돈 둘 다 써서 긴급 조치. 어찌나 방 쾌적하고 속 후련한지. 그간 당한 고문을 몰아서 복수한 기분. 엄지 척, 짝짝짝짝짝짝. 절로 이모티콘 박수가 터져나온다.
저는 돈과 몸 얼마나 버팅겼는지 오히려 제가 받네요. 86년형 수건 할머니. 첫 만남부터 극한 내핍에도 최정성 커피 두 번. 안테나맨 3호 마당발 할아버지. 초면인데 힘내라며 활기력파워 건강음료를 편의점서 사다 주시고. 안테나맨 4호 할머니. 다섯 번째 조우에 BTS 콜드브루 고급 커피 한 병 냉장고에서 꺼내어 주시고.
낯선 사람 만나서 접근하고, 홍보하고, 대상 찾아내고, 정기 방문하고, 애로 파악하고, 해결하고. 사람 상대하는 거, 일종의 영업이라 만만치 않습니다. 영업은 상품 파는 게 다지만 G-케어 매니저는 마음을 열어야 하는데다 문제 해결 능력까지. 영업은 판촉이 있지만 일부러 하지 않아야 하고.
돈, 몸 안 쓰고 해내야 합니다. 이게 시범사업이라서 해본 사람 없어요. 온갖 경우를 다 겪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매뉴얼화. 후임자 누구든 수이 따라할 수 있게요. 그래야 시범사업이 본사업 될 때 해야 할 거, 금지, 보완할 거, 지원할 거 이런 게 나오겠지요.
G-케어 매니저 양성 선도 모델 시범사업.
정함이 없는 일.
이게 애로이자 매력입니다.
처음 시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제가 이런 거에 흥분되거든요.
돈과 몸.
그 진득한 유혹을 얼마나 더 버틸지.
돈은 곧 무너질 거 같아요.ㅎㅎㅎ
♤ ASAP
as soon as possible. 40여 년전 80년대 텔렉스 용어. 상업용 전신.해외 통신이라 비싸서 약어를 흔히 썼다. 인터넷 이전 시대. 지금은 카톡 거의 무제한 무료라니. 기왕 글 만난 김에 통신 발달사 제공하려는 거지 영어 자랑 아니다. 그 시대와 달라서 영어 좀 쓰는 게 내세울 거도 아니고. 문자는 인류 역사의 보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