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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May 30. 2023

내 이름은 시균이야


ㅡ 반세기 후 내 나이 되어 "시균이 할아버지가 이래서 그랬군." 기억하고 공감한다면 지금 불리지도 않은 까짓 이름쯤이야 ㅡ




ㅡㅡㅡㅡㅡ




고교 반창 밴드



고마와 시균~~


고마워 ㅅㅎ~~

이름 불러줘서

그게 어디여

환갑 지난 나를 누가 감히 시균이라 부르겠어

점점 더 아무도

비석에서나 써먹겠군




ㅡㅡㅡㅡ




다음날



가게에서 써먹을까

아이들 코너명

친구들 안녕


말로만?

알림판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얘들아,

친구들 안녕 코너 와줘서 참 고마워!

내 이름은 시균이야

앞으론 사장님, 아저씨 말고

시균이라고 불러줄래

함 해보자

시균아~

뭐 어때. 나 62세.

60년 한 바퀴 돌아서 이제 두 살이거든

친구들아 안뇽~^^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 이거 괜찮다

사실 팻말 달 때부터 친구라 생각했고 그렇게 대했거든

누가 날 감히 시균이라 부를까

점점 더 그러다 아무도

화장해 나 태나 자란 가매기 산에 뿌리면

비석마저 없겠군


어때요

해요? 마요?



ㅡㅡㅡㅡㅡ



다음날



이거 보통일 아님

잘 따져봐야겠다


1.감성적 관점

2.이성적 관점

3.사업적 관점




ㅡㅡㅡㅡ




다음날



1.감성적 관점


내가 즐겁고 아이들 좋아하니 오케이

근래 아이 몇에게 친구하자니

엥? 하더니 이내 신기해 하며 좋아라고


2.이성적 관점


할배와 애가 친구?

애가 먼저 하자면 매 맞을 일

내가 하자는 건데 뭔 문제


3.사업적 관점


3-1.장사에 도움 될 것인가


이게 영업이여, 마케팅이여 뭐여 대체

마침 써둔 게 있으니 다음으로


3-2.영업에 나는 없다. 마케팅에 내가 있다


오호라, 바로 이거네. 영업이자 마케팅!

사업 30여 년에 드디어 도가 트는 듯 생각놀이에서 극과 극이 통하면 철학이구만 비지니스에서 영업과 마케팅이 한몸될 줄이야!

세상에 이런 영업 마케팅은 없다


3-3.게다가 돈이 들어, 공을 들여


그냥 애들하고 노는 거

땅 짚고 헤엄치기는 힘깨나 들겠지만

누워 떡 먹기는 까딱하면 사래 걸려 죽는 수도 있지만 이거야 뭐


그래서 효과는?

당근 있겠지

나를 파는건데

혹시 입소문 좌악. 시 전체로. 나 구경하러 매장 바글바글?

혹시 없어도 원가 제로라 한 톨 밎지는 거 없음

쪽 팔리지 않니?

본래 비지니스는 쪽 파는 거 아님?


4.게다가 짱이 넝쿨로


동갑 친구는 짱 먹기 무쟈게 어려움

나이들어서 그러다간 킹왕따

허나 아이 친구들 중 누가 나보다 덩치 커

누가 나보다 많이 알어

누가 나보다 나이 많어

짱짱짱

게다가 300원짜리 과자도 퍼줌

킹왕짱


나이 폼만 포기하면 얻는 건 무진장이었네

조목조목 따져보니 무조건 해야 하는 거였어

이걸 왜 지금에야 깨달았지?

진짜 도 튼 거 아녀?ㅋㅋㅋ


근데 이상하다

아이들보고 내 이름 부르라는 게 보통일 아닌데 왜 긍정 필연으로 귀결?

자가당착 아전인수?

논리 비약?

관습 고정관념이 그만큼 깨기 어려운 거?

다시 처음부터 짚어보자

에이, 괜히 벌려가지고는

안 해도 그만이구만



ㅡㅡㅡ



ㅡ나이 제한은 있어야겠다


머리 좀 큰 녀석은 놀려먹으려 할 거

순수를 잃지 않은 초등학생까지

너무 어리면 의미, 재미를 모르니 초딩이 적당


ㅡ친구되 상호 존대말


현재 나는 반쯤 그러는데 완전체

아이들이야 원래 존대

반말은 멀쩡한 관계도 깨기 쉬워



ㅡㅡㅡ



에베레스트 등정하는 거 아니고

죽느냐 사느냐 아니고

진짜 함 해 볼까?ㅋㅎㅎ


https://brunch.co.kr/@sknohs/406




ㅡㅡㅡㅡㅡ




다음날



오, 반응 베리 베리 굿

설문 조사


ㅡ초4 남 6명


내 이름은 시균이야 읽어보라하고

1.아주 찬성 양손 번쩍

2.그냥 찬성 한 손 들고

3.반대 가만 있기


벌써 시균아 안녕하는 녀석

찬성, 반대 외치니

올 두 팔 번쩍

과자 하나씩 증정

가면서 몇은 시균아 안녕!

둘은 안녕히 계세요 꾸벅

얏, 시균아 안녕하자니까

시균아 안녕

응, 잘 가. 또 와


오가는 인사만 내 이름 부르기로

대화까지 서로 반말이나 존대는 너무 어색

얘들도 그게 낫겠다고


ㅡ초3 여 둘과 중1 오빠


이름은 시균이야

읽어 주고 여아 둘에게

함 시균아 불러볼래

주저. 쑥스러워서

괜찮아 함 해봐

시균아

둘 다 배시시 웃으면서

응, 안녕

어때, 찬성, 반대 방법 일러주니

셋 다 두 팔 번쩍


중학생은 아니겠지. 나 놀려먹을 거 같지 않니?

그럴 거 같아요.

초등은 괜찮겠지?

재밌을 거 같아요


9명 모두 대찬성

허긴 아이들은 놀이라면 뭐든 좋아하니까

나 놀림감?

누가 그리 생각할까ㅎㅎㅎ


규칙은 간단

매장서 나 보거나 나갈 때

시균아 안녕

나머진 원래대로


ㅡ초5  남 셋


팔 하나


ㅡ40대 녀 옆  부동산 중개인


좋은데요. 해보셔요.

학부가 항의하지 않을까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죠, 재미로 하는 겁니다. 기왕 하는 거 재밌게

녀 함박웃음


50대 부동산 중개인


야자네요

맞아요 야자


다 하잔다. 묻는 족족


ㅡ초3 여 셋


1 한 팔

1 잘 모르겠어요

1 어른에게 반말 어색해요


ㅡ학부모. 초3 남의


찬성

혹시 학부모가 이거로 항의하진 않을까요?

저희는 아닙니다


ㅡ중3 여


양팔. 함박웃음


ㅡ초3~초5 남녀 10명


양팔  7

한팔  3

가만  0


ㅡ위 첫째 초4 남 여섯. 놀다 다시 와서


매장 들어오면서 모두

시균아 안녕

가면서

시균아 안녕

시균아 잘있어.응용

그래, 잘 가. 또



ㅡㅡㅡ



설문 계속



ㅡ중2의 학부모 둘


찬성 재밌어요 호호

찬성 재밌겠어요 ㅎㅎ


ㅡ중3 녀 초4남 누이와 동생


찬성 초

반대 중


엇, 첫 반대다!

이유는?

저는 아니예요.

아, 중학생은 아니고 초등만 하는 거

음, 그래도 저는 반대예요

왜?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음...초등학교 고학년은...

머리가 좀 커서 나를 놀려 먹을 거 같지?

예, 버릇이 없어질 거 같아요

맞아, 초6은 좀 그래. 내가 적절히 선 그으면 될 거 같아. 초3,4,5는 무척 좋아해. 초1,2는 잘 모르고. 30여 명 설문 중 너가 유일한 노야. 의견 고마워



ㅡㅡㅡ



오늘


확연히 다르네


ㅡ초6 남


반대

이유ㅡ어른 이름을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예요.

머리에 위계질서가 벌써 콱 박힌 거


ㅡ초2 여 둘


대찬성

초3~6까지다, 1년 기다려야 한다니까

나쁜 아저씨라며 삐침+애교

이래서 딸 아이 키우는 재미인가봐



ㅡㅡㅡ



ㅡ초6 남 넷


대찬성 1

찬성 3


재밌는 건 대찬성한다며 막상 시균아 안녕 해보라니 못 한다

찬성 셋도 무척 어색해 한다. 그중 하나는 변성기 지나 목소리 굵으니까 살짝 징그럽게 느껴진다


ㅡ초6 여 셋


대찬성 all


ㅡ초6 여 둘


찬성 all


ㅡ초6 남 둘


대찬성 all


6학년 집중 설문 결과 아무래도 위 1명이 예외적

인듯. 엄청 예의 바르고 고지식한


ㅡ초6 남


대찬성


삐친 초2 단서 2항 바꿔야겠다


변경 후ㅡ초2~초6

변경 전ㅡ초3~초6


하건 말건 자유니까 각자 알아서


문화란게 이런 거

미국은 이름, 반말이 일상이구만

그렇다면

어쩌면 여기서도 자연스럽게 반말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중고대학생 되면?

날 보면 절로 시균아 안녕

언어 습관은 바꾸기 어려운 법


아이는 장난칠 권리가 있고

여기는 반도 최초 야자 특구다!





50 명 반응 테스트 결과


대상ㅡ초등 전학년, 중고등, 학부모, 이웃 부동산 중개인


찬성 47명

반대 1명

유보 2명


내용


대찬성ㅡ가장 다수ㅡ엄청 재밌어 한다

찬성ㅡ다수ㅡ재밌어 한다

반대ㅡ1명ㅡ예의가 아니다

잘 모르겠다, 어색하다ㅡ2명


초1은 못 알아 듣고 혼돈

중고등은 유치하다고 느끼나 초등에겐 좋다고


나ㅡ오, 재미나다. 반응 예상보다 훨씬 좋다


설문 후 모두에게 300원 인기 과자 증정




나 꼬맹이 때와 하나 다른 게 없어

국민학교 1,2는 엄마, 선생님 시키는대로

3,4,5 점점 개구짖다가

6쯤이면 세상이 위험하다는 걸 직감하지

중2 때 처음 거웃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

먹는 거만으론 결코 성이 차지 않는 유전자의 노예 스타트

주욱 죽주욱 평생

이제야 좀 해방되는 듯하나

그건 이 소진한다는 신호겠지

아이 되어 아이들과 하나 되어 즐겁다면

자그마한 추억을 선물한다면

반세기 후 내 나이 되어

"시균이 할아버지가 이래서 그랬군."

한 녀석이라도 기억하고 공감한다면

지금 불리지도 못 하는 까짓 이름쯤이야




시행


2023년 5월 30일


알림판에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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