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안개 Feb 24. 2021

우리는 준비된 보호자일까?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에 생각해 볼 것들

언젠가는 강아지를 키우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더욱 하게 되는 요즘.


어제는 새로운 가족을 찾고 있는 유기견들이 소개된 사이트를 둘러 보게 되었다. 스웨덴의 경우 국내의 유기견은 드물고, 주로 아일랜드에서 구조된 개들을 스웨덴으로 데려온다고 한다. 그 외의 경우는 강아지를 혼자 키우던 주인이 죽거나 병들어 강아지를 돌봐줄 수 없게 되었을 때, 부득이하게 새 가족을 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제 우리가 본 강아지는 아키타 믹스종이었다. 아일랜드 코크(Cork)의 길가에서 발견된 이 다섯 살 쯤으로 추정되는 하얀 강아지는, 얌전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순한 아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소개글과 함께 동영상도 하나 올라와 있었는데, 임시로 보호하고 있는 시설에서 목욕을 마친 후 털을 말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내가 알기로 대부분의 강아지가 헤어드라이어의 소리와 바람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이 아이 역시 그 상황이 싫은 기색은 뚜렷했지만 그래도 의젓하게 참아 내고 있는 얼굴이었다. 함께 사는 나의 파트너는 말했다. "아기 강아지를 처음부터 키우는 것도 좋지만, 저렇게 정말 도움이 필요한 강아지를 데려다가 사랑으로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나도 강아지 훈련에 지식이 많지 않고 너에게는 인생 첫 강아지가 될 테니, 우리에게는 어쩌면 이미 성격이 다 형성된 어른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이 괜찮은 일일 지도 몰라."


 

이전에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는 나는, 다른 것보다도 성격이 무난한 강아지를 만나고 싶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첫 강아지는 퍼피 때부터 직접 키우면서 처음부터 교육하고 생활습관을 맞추는 편이 수월하다는 이야기와, 또 아예 퍼피 시기가 지난 성숙하게 성장한 강아지를 데려다 키우는 편이 더 쉬울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들이 보였다. 둘 다 그럴듯했지만 나로서는 엄마 아빠에게서 받은 유전적 성향을 확인하고 종에 맞는 성향을 비롯해 교육방향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일찍부터 할 수 있다면, 그쪽이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들의 사정을 살펴보며 파트너의 말을 듣다보니, 좋은 강아지가 있고 그 강아지에게도 좋은 주인이 필요하다면, 그게 우리가 될 수 있다면, 아기강아지를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했다고 해서 입양이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에서 유기견 입양은 아기 강아지를 맞이하는 것과 비교해 비용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을뿐더러(보통 9000kr/한화 약 백이십만 원 정도에서 출발한다) 애초에 분양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덜컥 입양을 결정했다가 무책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또 강아지에게 두 번의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어쩌면 일반적인 퍼피 분양보다 더 복잡해 보이는 절차들이 준비 되어 있었다.


 

입양을 마음먹는다고 하면 일단 해당 단체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담당자가 직접 집을 방문해 인터뷰하는 시간을 갖는다. 희망자가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가정의 분위기는 어떤지 등에 대해 직접 확인하는 절차라고 한다. 경제적 능력을 포함하여 집 내부 환경, 보호자의 인성, 강아지에 대한 지식, 마음의 준비 등 모든 여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비로소 입양을 허락받게 되는 것이다.



아래는 우리가 확인한 신청서의 질문 항목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강아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미리 다음 항목에 대한 답변들을 함께 생각해보기로 했다. 여기에 대한 답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입양을 서두르면 안 되고, 모든 답변이 완성되었을 때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우리의 강아지를 찾아 나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기견 입양 신청서 질문 항목>

1. 어떤 타입의 강아지를 찾고 있나요? (성별, 크기, 나이, 털, 성격 등)

2. 어느 정도 수준의 활동량을 가진 견종이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3. 집에 다른 반려동물이 있나요? 고양이가 아닌 경우 어떤 동물인가요?

4. 집에 어린아이가 있나요? 연령대를 알려주세요.

5. 어린아이가 있다면, 아이의 건강상태나 그 외 다른 특징에 있어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으면 자세히 적어주세요.

6. 어떤 형태의 집에 살고 있나요? 단독주택/ 아파트/ 마당 혹은 집 근처 공원의 유무, 조용한 지역 혹은 시내 중심가 등.

7.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는 경우, 강아지가 집안 모든 곳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나요?

8. 당신의 강아지는 소파 위에 올라갈 수 있나요?

9. 가족들이 외출한 시간에 강아지는 어디에서 머물게 되나요?

10. 강아지는 밤에 어디에서 자게 되나요?

11. 강아지는 하루 중 얼마만큼의 혼자 보내게 되나요? 괄호 안에서 골라주세요.

(전혀 혼자 두지 않는다/ 하루에 0-4시간/ 6시간 이상/ 점심 산책을 포함해 5-8시간)

12. 당신의 직업과 근무형태(재택근무 혹은 출근여부) 및 근무시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13. 가족 중 누군가가 현재 학생이거나, 무직 혹은 병가 상태인 경우, 향후 5-10년 사이에 공부 혹은 일 하는 시간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나요?  

14. 강아지에게 위급상황이 생길 경우 당신 외에 누군가 대신 보호자 역할을 해줄 사람이 있나요?

15. 가족 중에 강아지 혹은 다른 동물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나요?

16. 강아지에게 생각지 못한 치료비가 발생할 경우 반려견 보험 혹은 다른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나요?

17. 기존에 키웠던 강아지에 대해 어떻게 대했는지, 본인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18. 새 강아지에게 어떤 점을 기대하는지 설명해주세요. 예) 명민함, 순종적인 강아지, 혹은 단순히 함께 있어줄 존재

19. 당신은 강아지의 훈련에 익숙한 사람인가요? 1-10 사이의 숫자로 숙련도를 말해주세요.

20. 당신은 강아지의 심리 혹은 문제행동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1-10 사이의 숫자로 대답해 주세요.

21.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강아지 주인의 리더십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강아지에 대한 리더십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어떤 주인이 좋은 리더십을 가진 주인이라고 생각하나요?

22. 강아지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낼 때, 강아지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 일까요?

23. 강아지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할까요? 강아지가 당신이 가르치려 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 당신은 어떻게 알려주고 싶나요?

24. 강아지의 등이 바닥에 닿도록 강아지를 눕혀본 일이 있나요? 어떤 상황에서 그런 일이 생겼나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면 이유가 있나요?

25. 당신은 왜 유기견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싶은가요?

26. 강아지를 입양한 후 처음 몇 달간은 강아지를 집에 혼자 두지 말고 함께 지내야 합니다. 당신은 그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또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27. 주변에 유기견을 입양한 다른 사람이 있나요?

28. 그 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