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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Feb 24. 2021

우리가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을까?

강아지 입양 자격을 얻기 위한 자기소개

과연 우리가 강아지를 얻을 수 있을까?


 

두 달전 유기견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기본 질문항목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게 된 것을 계기로 우리는 강아지를 찾는 것에 있어 한층 더 진지한 마음이 되었다. 이때가 1월. 여름쯤 강아지를 집에 데려올 수 있으려면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기견 입양단체 홈페이지와 SKK(스웨덴 케널 클럽) 홈페이지, 블로켓(개인분양에 관한 정보들이 상시 올라온다) 등을 번갈아 살펴보면서 어떤 강아지를 만나야 좋을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스웨덴에서 퍼피를 분양받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전문 브리더로부터 분양받는 경우, 그리고 개인이 가정에서 교배시킨, 엄마 개에게서 태어난 새끼 강아지를 분양받는 경우다. 전문 브리더에게 분양을 받으면 퍼피의 수 세대 위까지 유전자 정보를 알 수 있으므로 건강/성향에 관한 정보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강아지를 분양받을 수 있다(스웨덴에서는 정식 케널 출신 강아지에게 SKK 인증번호를 부여하는데 이들 강아지들은 유전자 정보가 분명하므로, 강아지 보험을 들 때 금액적으로도 일부 유리하다). 반면  케널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까다로운 자격심사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고, 케널의 계획에 따라 강아지가 임신되고 출산할 때까지 순번을 기다려야 하므로 실제 입양 시기에 있어 즉각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다는 난점이 있다. 또, (수세대에 걸쳐 전문적으로 브리딩된 하이브리드 종이 있기는 하다만) 브리더들은 기본적으로 믹스견을 취급하지 않는 반면 우리는 푸들 믹스종에 이미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블로켓에 올라온 개인들의 분양 공고를 보면서 우리에게 적절한 강아지가 나타나 주기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블로켓은 개개인 간에 가구나 취미용품, 심지어 집 대여까지도 오고 가는 개인간 매매 웹사이트다. 강아지 분양 전문 사이트는 아니지만 강아지 관련 글도 적지 않게 올라오며, 전문 브리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다만 개인이 필요시 광고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는 견종을 원하는 타이밍에 만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의 희망사항과 딱 맞아떨어지는 강아지가 나타날 때까지 성실하게 최신 업로드 내용을 확인하면서 한 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또, 자동차가 없어 거리에 제약이 있는 우리의 경우, 가격과 견종뿐 아니라 강아지 주인이 사는 곳과 우리 집 사이의 거리 혹은 이동수단 유무도 중요했다. 입양에 앞서 면접 및 강아지와의 만남을 겸하여 적어도 한번, 그리고 입양 당일 픽업을 위해 다시 한 번 직접 주인집에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린 최근에 연습 삼아 블로켓을 자주 살펴보고 있었는데 막상 진행하려 해보니 쉽지 않았다. 강아지를 얻기 위한 경쟁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치열했다.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언제나처럼 블로켓에 새로 올라온 강아지 광고들을 살피다가 오 이건 너무 완벽한 것 아닌가! 하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골든 레트리버와 보더콜리의 믹스견이었는데 옅은 브라운 헤어의 강아지 사진이 우리 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격도 12000kr(우리돈 백오십만 원선)로 낮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모견의 가정이 전철만 타면 가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점도 좋았다. 보더콜리와의 믹스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다른 조건이 이렇게나 잘 맞는 강아지는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는 생각에 우리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파트너와는, 오늘 일이 끝나는 대로 연락을 취해보자! 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시간에 다시 한번 그 강아지의 분양 공고를 보면서 “Aww” 하고 그 사랑스러움을 눈에 새겼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직 오늘의 업무가 채 끝나기 전에 공고가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클릭했을 때 “이미 거래가 완료되었거나 게시자에 의해서 삭제된 광고입니다”라는 경고문이 떴다. 우리는 슬펐다. 그냥 전화만 해보자, 보러 갈 수 있는지 물어나 보자 했었던 것인데도 막상 우리 손에서 영영 멀어졌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낮에 혼자 7km를 걸으며 조만간 강아지와 함께 걸을 광경, 그리고 자라면서 변할 그 애 얼굴까지 상상해 봤었는데...무척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추스른 나는 다시 블로켓에 접속해 이전에 지나쳤던 광고들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골든 레트리버는 우리 집에서 키우기엔 너무 큰 것 같고, 그보다 작은 사이즈가 좋다는 생각에 지나쳤던 골든 두들 입양 공고 하나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강아지만 생활하기 지장 없다면 큰 개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엄마가 골든 레트리버이고 아빠가 대형 푸들인 골든 두들의 페이지를 진지하게 한 번 더 같이 읽었다. 주인은 정말 좋은 곳에 아이들을 입양시키고 싶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상세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 마당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또 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예테보리 근처 보로스까지 기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인연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일단 메시지를 보내 보기로 결심했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서 자기 소개문을 썼다.



눈을 질끈 감고서 송신 버튼을 눌렀다.

과연 대답이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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