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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Feb 24. 2021

내 강아지를 만나기까지

결코 쉽거나 간편하지 않은 이 여정, 그래서 마음에 들어.

언젠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마음먹기 시작한 지 2년. 그러다가 유기견 입양을 돕는 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서를 읽게된 것을 계기로, 구체적인 마음의 준비를 마친 것이 두 달 전의 일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의 강아지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지 다시 두 달여가 지났다.



우리의 강아지를 만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간결하지 않은 여정이었다. 물론 즉각적이지 않은 이 과정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게 맞는지 우리가 가진 물리적/정신적 조건들을 충분히 돌아보고, 강아지를 들인 이후에 예상되는 구체적인 지출내역과 역할분담, 시간 관리 계획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고, 틈틈이 트레이닝 공부를 하는 이 모든 단계가 정말로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마음을 굳힌 이상,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것도 사실. 어떤 강아지가 언제 우리에게 찾아와 줄지 궁금해 애가 타는 심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이 날도 일찍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블로켓 접속. 전날 메일 보낸 광고를 클릭해 봤더니 역시나, 이미 몇 번 겪은 것처럼 포스트는 또 삭제되고 없었다. 한참 후에 답장 온 내용을 보니 이미 예약자가 많다며 그들 중에 캔슬 건이 생기거든 연락 주겠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봄이 이사철이라면 여기선 여름을 앞둔 지금 시기가 새 강아지를 들이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 겨울, 봄이 죄다 비 내리는 날씨이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실컷 산책시킬 수 있고 사람들 활발하게 만나며 사회성 기르기에 적합한 시즌은 오직 짧은 여름뿐이다. 입양 시기를 그 여름에 맞추기 위해 다들 이 주말에 활발하게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답변이 오지 않는 이전의 공고들은 이미 체념했고 간밤에 새 공고들이 올라온 게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라브라두들의 새 공고를. 



가격대는 한화 약 사백만 원으로 우리 예산을 초과했지만, 사이즈가 우리의 일 순위 조건인 미들 사이즈여서 좋았다. 게다가 성장 후 모습을 가늠하기 쉬운 멀티 제네레이션이라는 점도(레트리버와 푸들의 조합으로 나온 라브라두들이 아니라, 부모 모두 라브라두들인 조합). 그리고 또 하나, 강아지의 현재 위치가 가까웠다. 그렇다면 가격이 좀 올라가더라도 다른 지역을 오고 가는 데 드는 차비를 강아지 가격에 보탤 수 있으니, 다른데 책정했던 예산을 옮겨서 사용하면 된다는 계산이 얼추 나왔다.



이 광고가 또 내려가버리기 전에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그 시각 오전 6시. 나는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며 생각했다. 파트너가 일어나기 전까지 일단 나가서 걷고 올 생각이었다. 허나 그러는 동안 머릿속에 ‘그러다 또 놓칠 것 같아’ 하는 생각이 차 올랐다. 그랬다. 나는 당장 이 판매자에게 메일을 보내지 않고는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파트너가 자고 있는 침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굿모닝. 일어나봐. 어제 우리가 메일 보낸 그 광고 또 지워졌어! 대신 내가 다른 광고를 발견했어. 이번엔 스톡홀름이야. 이걸 봐!”



눈도 다 못뜬 파트너를 붙잡고 방금 읽은 내용을 신나게 설명 했다. “일단 어제 쓴 자기소개서를 살짝 고쳐서 메일이라도 보내 놓자, 그리고 나서 난 운동하러 갈 거고 넌 더 잘 수 있어!” 토요일 오전 6시 반.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메일을 보냈다. 이게 마치 구직과정처럼 한 번 두 번 이력서 보낸 것으로 결정나기 어려운 일이라면, 이 강아지 또한 우리 강아지가 아닐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하지만 시도가 많아질수록 우리 강아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다. 적어도 움직이고 있으니까. 찾아 나서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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