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안개 Feb 25. 2021

어떤 견종이 좋을까?

우리에게 잘 맞는 강아지 찾기

하루에도 여러 번씩 블로켓을 체크하고 관심 가는 곳엔 전화도 걸고 메일도 보냈지만, 낚시로 치면 입질마저 오지 않던 수많은 날들. 마지막으로 예산을 올려가며 기대감을 키웠던 라브라두들마저 답이 없었고,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전화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고, 우리가 보낸 장문의 정성스러운 이메일에 거절의 답변 한마디 없이 포스팅을 지워버리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포스팅 하나에 들어오는 메시지가 100통이 넘는 경우도 많다더라. 그러다 보니 분양자 입장에서도 그 중 누군가 한 두명을 선정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름의 고충이 있구나.


 

그렇게 또 다른 포스팅을 찾고 연락을 기다리고 하는 동안 강아지를 입양하겠다는 모든 계획에 먹구름이 낀 것만 같았다. 스웨덴의 계절적 특성상 많은 브리딩이 주로 여름 시즌에 맞춰 이뤄진다고 생각할 때 이 시점에 답이 없으면 앞으로 일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 가면서 강아지를 만나고 픽업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최소한 두 번 이상 왕복해야 하는 롱 트립에 대한 부담도 커져갔다.  



그래서 우리는 그간 열을 올리던 개인 분양자에 대한 접촉을 접고, 지역적으로 근처에 있는 브리더 위주로 다시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그동안은 털 타입과 사이즈에 대한 선호 때문에 미들사이즈의 푸들 믹스종을 찾으려고 블로켓을 이용했던 것인데, 그게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을 바꿨다. 특정 견종이어도 우리와 생활패턴이 잘 맞고 우리가 충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종이라면 괜찮다, 라는 생각으로 다시금 둘의 의견을 조율했다.



우리는 가장 먼저 스웨디시 케널클럽 웹사이트(https://www.skk.se/sv/kopahund/)를 살폈다. 이 곳은 스웨덴에서 브리딩이 이뤄지고 있는 수 백건의 견종 리스트가 소개 되어 있는데, 리스트뿐 아니라 그 견종에 대한 자세한 정보(어떤 가정에 적합한 견종이며, 주요 신체적 특징 혹은 유전적 질환은 무엇인지, 성격은 어떤 편인지,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과거에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브리딩된 견종인지 등)와 함께 현재 브리딩이 진행 중인 케널 링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견종 리스트 중에서 우리는 푸들과 닮은 곱실거리는 털을 가진 미디엄 사이즈의 견종을 위주로 들여다봤고, 그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처음 보는 견종이 있었다. 그 이름은 Pumi. 마침 근처의 케널 중 한 곳에 막 태어난 푸미 한 마리가 아직 남아있다는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었기에, 일단 전화로 상담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때부터 우리의 강아지 찾기 여정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브리더와는 약 40분간 통화를 한 것 같다. 파트너가 진지한 얼굴로 긴 통화를 이어가는 동안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통화를 마친 그가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더 이상 블로켓에서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렇지만 푸미도 아니야." 이어서 구체적인 통화내용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파트너와 통화한 푸미의 브리더는 푸미종의 기질이 우리와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푸미라는 견종은 직업이랄까, 일상의 역할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는 종이라서 적정한 일거리를 주지 않으면 주인이 없는 동안 온 집 안을 헤집어버릴 만한 성질을 가졌기에,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주인보다는 강아지를 다루고 훈련하는데 능숙한 주인이 잘 어울리는 종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입양할 경우 자칫 서로 힘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해준 것이다. 우리도 그녀의 의견과 조언에 동의하는 마음이었다. 우리는 강아지에 대해 공부하고 있고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으로 진지하게 이 상황에 임하고 있지만, 경험이 적은 만큼 까다로운 종을 잘 다룰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브리더는 또한 블로켓에서 강아지를 만나게 될 경우 감당해야 할 리스크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일단 전문 브리더에게서 나온 강아지들은 조부모 이상까지도 족보가 분명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피지컬한 리스크 혹은 성격적인 리스크까지 미리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반면에, 블로켓의 강아지들은 그런 부분이 충족되지 않아 블로켓에 나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또 블로켓은 케널로서 충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해 케널 클럽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임의로, 정부의 허가 없이 강아지를 판매하는 루트로 작용한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다 가려내기 어려운 일반인 구매자 입장에서는 케널, 혹은 모견의 주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리스키 하다는 것.


 

어디까지나 전문 브리더와 케널클럽 측 입장이므로 듣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기 나름인 측면이 있겠지만, 견종을 결정하기 이전에 케널과 가정 분양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우리로서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얻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근 한 달간 블로켓에서 강아지를 찾으면서 썩 좋은 인상을 얻지 못한 데다, 이 브리더가 마침 한 마리 남은 자기 강아지를 우리에게 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40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해 충분한 설명을 해주었다는 점에도 신뢰가 갔다. 우리는 이 날의 통화를 계기로 스웨디시 케널 클럽에 등록된 케널에서 강아지를 찾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이 브리더는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 하나를 제안해 주었다.
 


푸미 같은 털을 가진 강아지를 찾는다고 했더니, 푸미와 흡사한 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푸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종이 있다면서. 그 종은 바로, Lagotto Romagnolo(라고또 로마뇰로) 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강아지를 만나기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