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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Feb 25. 2021

Lagotto Romagnolo

드디어 찾았다, 우리의 강아지를

언젠가 강아지를 키우자 생각해 오던 지난 2년 간, 우리는 길을 지나다가도 관심있는 종이 나타나면 보호자에게 견종에 대해 질문하고는 했었다.




그렇게 관심 견종을 좁혀가면서 우리가 원하는 견종이 대략적으로 자리가 잡혔으며, 호감 가는 견종을 발견했을 땐 집에 돌아와 견종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첫째는 운동량/훈련량 측면에서 우리 생활패턴에 잘 맞는 강아지인지, 둘째는 우리가 제공하게 될 생활환경이 이 견종에게도 쾌적할 지, 셋째는 강아지 훈련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도 충분히 잘 훈련하며 키워낼 수 있을 만한 견종인지 였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의 항목들을 살폈다.

1) 성견이 되었을 때의 사이즈. 키는 대략 어느 정도까지 자라며 몇 kg까지 나가는지: 집 크기에 맞는지 뿐 아니라 필요시 내 힘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이즈인지 알고 싶었다.

2) 기존에 사람과 소통하며 특정 역할을 해오던 견종인지: 소위 말하는 생존지능보다 학습지능이 발달한, 역사적으로 인간과 함께 움직이며 특정 역할을 수행했던 견종에 호감이 있었다.

3) 아기와 함께 키우기 쉬운 견종인지: 혹시라도 언젠가 아기를 갖게 될지도 모르니까.

4) 사람 혹은 다른 동물에 대한 사회성은 어느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지: 강아지를 맞이하기 전 트레이닝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참고 하고 싶었다. 이웃들과 어울려 도시생활을 해야 하니까.

5) 독립적인 견종인지 아닌지: 이 또한 트레이닝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하고 싶었다. 

6) 털은 얼마나 빠지며 털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트리밍 숍에 보내지 않고 직접 관리해줄 생각이므로.

7) 유전적으로 흔한 질병은 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보험을 드는데도, 트레이닝할 때 주의점을 생각할 때도, 향후의 예산을 설정하는 것에도 필요했다

8) 평균수명은 어떻게 되는지: 함께 살아가기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푸미 브리더와의 전화 통화를 계기로 우리는 그녀가 추천해준 Lagotto Romagnolo(라고또 로마뇰로, 이하 라고또)에 대해 집중해서 알아봤다. 찾아본 바에 의하면 라고또는 이탈리아종으로 라고또 로마뇰로라는 이름 자체는 이탈리아어로 Romagna의 water dog이란 의미. 코가 매우 발달한 덕에 현재는 땅 밑에 숨겨진 트러플(truffles/송로버섯)을 찾는데 쓰이는 강아지라고 한다. 그보다 이전에는 오리를 사냥할 때 물을 헤치고 나가 죽은 오리를 집어오는 리트리버 역할을 했단다. 이중모의 두꺼운 털을 가져서 북유럽의 추운 겨울 날씨를 견디기에 적합하고, 털이 워터프루프라서 비가 많이 내리는 가을에도 털 관리가 비교적 쉽다고 했다.


라고또의 크기는 (우리가 찾던) 미디엄 사이즈로 친구네 소형견 요크셔 테리어(6kg)보다 두 배 이상 크고, 파트너가 어릴적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키웠던 옛 강아지인 골든 리트리버(36kg)보다는 훨씬 작다. 털은 푸들처럼 꼬불꼬불한게 특징이며, 잘 빠지지는 않지만 쉽게 엉키기 때문에 일상에서 빗질을 성실하게 해줘야 하고 눈두덩의 털이 덥수룩하게 자라서 곧잘 눈을 가리게 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운동량이 보더콜리처럼 많은 종은 아니지만, 수영을 하고 산을 타며 특정 역할을 수행해온 견종인지라 요크셔나 말티즈 같은 견종보다는 많은 활동이 필요하다. 최근에도 땅 속에 묻힌 트러플을 찾는데 쓰이고 있는 종이므로, 냄새에 특히 민감할 뿐 아니라 디깅(digging)능력도 출중해서, 집 안에서라면 소파 등을 집밖에서라면 마당의 풀을 금새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했다. 개 특유의 냄새가 적은 강아지라는 것은 장점이지만, 성격이 다소 고집세고 낯선 이에게는 경계심을 드러내는 편이라고도 했다. 짖음이 많은 편에 속하는 견종이고, 어릴 때 최대한 많은 사람과 강아지에 노출시켜 사교적으로 키우려는 노력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 역시 우리가 찾아본 대부분의 웹사이트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https://dogbreedatlas.com/dog-breeds/lagotto-romagnolo



라고또는 맨 처음 푸들믹스를 찾는 동안에 스치듯 알아본 적이 있었던 종이었다. 그래서 돌고 돌아 푸미를 거쳐 라고또로 마음을 돌리게 된 것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라고또의 신체적/정신적 특질이 다소 염려되는 부분(특히 잘 짖는다는 것)까지 포함하여 우리가 감당할 만한 강아지란 결론에 도달했고, 이제 라고또를 브리딩하는 케널을 콕 집어 찾아보기로 했다.



며칠 후 그렇게 찾은 케널 한 곳에 메시지를 남겼고 그들은 우리가 메시지를 남긴 그날 즉각 답신을 주었으며 우리는 4월 말에 태어날 강아지, 혹은 그다음인 5월에 태어날 강아지 중 한 마리를 분양받을 수 있게(서로 다른 두 마리의 모견이 출산예정이라고 했다) 정식으로 분양 대기 리스트에 줄을 서게 되었다.
다만 정확히 몇 마리의 강아지가 태어날지, 성별은 어떻게 될지, 털 색깔이 어떨지 등은 강아지들이 태어나 봐야 알기 때문에, 강아지가 태어난 다음 줄을 선 순서대로 케널을 방문한 후에야 완벽한 예약이 성사될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원래는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전에 케널을 한 차례 방문해 인터뷰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 라는 특수상황에 방문 횟수를 줄이기 위해, 인터뷰는 강아지들과의 만남을 위해 캐널을 방문할 때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참고로 스웨덴에서 강아지 입양을 생각할 때, 강아지와의 첫 대면을 위해 케널을 방문하는 것은 강아지가 태어난 지 4-5주 됐을 무렵이다. 그때 직접 만나본 후에 특정 강아지에 대한 예약을 마치게 되면 태어난 지 8주를 넘기고 엄마 젖을 떼고 나서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어찌 됐든 비로소 우리는 아마도 올여름 중으로, 라고또 한 마리를 입양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파트너와 나는 이날 각각 각자의 엄마 아빠에게 서둘러 이 기쁜 소식을 전한 후, 이어서 파트너의 할머니에게도 따로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에게 강아지 소식을 전하게 된 것은 우리로서도 무척 행복한 일이었다. 강아지가 생기면 강아지를 핑계로 할머니를 더 자주 찾아가고 싶고, 또 이 작은 생명이, 만으로 아흔다섯 살을 맞으신 할머니로 하여금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 날의 예약을 끝으로 우리는 퍼피 트레이닝 공부에 들어갔다. 마치 내 배 속에 아기가 생긴 것처럼 기다림의 시간이 설레고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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