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ckars liten
어제는 하루가 좀 얌전히 지나가는가 했더니만, 점심 먹고 파트너랑 둘이서 산책 나갔던 강아지가 그만 한쪽 다리를 벌에 쏘여 돌아왔다. 그 때 나는 전날 못 잔 잠을 채우려 딱 20분만 눈 붙이려고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파트너가 급하게 나를 불러 깨우는 소리에 놀라 잠든 지 10분 만에 거실로 나와야 했다.
거실에 나와보니 강아지는 벌에 쏘인 왼쪽 다리를 들여다 보려고만 해도 비명을 지르며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깽깽이로 걷는 이 가여운 퍼피를 어떻게 도와줘야 좋을지 몰라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우선 침을 빼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털에 뒤덮인 다리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거니와 또 보여주지도 않는다는 게 난감했다. 가장 안 좋은 케이스는 48시간 이내 심각한 알러지 반응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파트너는 반려동물 원격 검진 앱으로 30분 후에 수의사와 전화 상담 약속을 잡았다. 그걸 기다리는 동안 강아지는 아픈 다리를 스스로 핥다가 지쳐서 잠이 들동말동 했다. 그러다가도 통증이 느껴질 때면 갑자기 소스라치듯 놀라 벌떡 일어나서는 경련하듯 몸을 떨었다. 그 때마다 시계를 바라보며 곁에서 지켜만 보는 우리도 놀라고 마음이 아팠다. 이 어린 강아지가 9주 하고 며칠 더 되는 짧은 생애의 가장 아픈 경험을 하고 있는데,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쓰다듬어 주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었으니.
그 후 저녁이 깊어갈 때까지 강아지의 한쪽 다리에서는 뜨거운 열이 느껴졌다. 서 있을 때도 아픈 다리 한쪽은 들고 있는 모습이긴 했지만, 다행히 그 이외에는 평소처럼 먹고 쉬고 잘 지냈다.
영상 전화로 연결된 수의사님은 24시간 이내에 틈을 봐서 상처부위를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 사이에 스스로 견뎌낼 만한 고통으로 지나가는 것 같으면(호흡곤란, 고열, 경련 등이 없다면) 알러지 반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했다.
하룻밤 지난 다음 날인 오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가서 감지한 변화는, 이 아이가 이제 벌만 보면 자리를 피하고 다리에 나뭇가지만 감겨와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몸을 비틀어 떨쳐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 애도 나름대로 삶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