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하하 - 3월 18일

하루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곤 한다

by 설규을

1. 자율 출퇴근하는 연구실의 금요일이란 pre-주말의 의미가 아니라, 주말처럼 쉬는 사람들도 많다. 연구실에서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출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는 이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해서 좋아하는 연구를 위해 연구실에 있는 것인데, 자신의 사정에 맞춰서 언제는 월요일에 나오고, 금요일에 나오고 나쁘지 않다. 어차피 강제로 있게 둔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싶은 사람은 일요일에 나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나부터도 보통 금,토 놀고 일요일에 출근하는 편이다. 일,월,화,수,목 이렇게 5일 나오곤 한다. 그러나 금요일 한시에 실험실이 가지고 있는 실험 공간 청소가 잡혀 있어서 도우러 갔다. 쓸고 닦고 옮기고 하면서 깨끗해지는 공간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이 실험 공간은 내가 학부 4학년때 실험과목을 듣던 곳이다. 제어에는 PID 제어라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실습하기 위해서 자그만한 실험용 자동차 장난감을 tracking하는 문제였다. 이걸 수행하면서 아 여길 누가 청소하려나 싶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과녁에 꼿힌 화살처럼 내가 하게 됐다. 시간은 인생을 우연하고 재밌게 만들곤 한다.

2. 그러나 하루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다. 며칠 전에 항공과 친한 후배 두 명과 술을 마셨는데 그 둘 중 한명이 어제 확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괜찮겠지 싶었다. 왜냐면 그렇게 술자리를 가진 후에 바로 자가검진키트로 검사했기 때문이다. 괜찮겠지 싶다가 갑자기 확진된 소식을 알고, 몸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 열은 안 나지만 피곤하고, 결정적으로 나는 늘 5km 달리기를 실외에서 하는데 기숙사 헬스장에서 뛰었는데 너무 힘들었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진건가 싶기도 하고 별별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히 교내 PCR검사소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PCR검사는 하던대로 였다. 코를 아프게 하고 입을 긁고 제출하고 기다림이었다.

코를 아프게 하지만 그건 순간이다. 나에게는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힘든 것 같다. 기다리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공동체에 피해를 주면 어떻게 하지 혹은 내일이나 다음주에 약속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부모님도 아들이 건강하게 있는 줄 알다가 갑자기 확진 되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코로나가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누군가는 죽기때문에 부모님은 걱정하실 것 같았다.

3. 검사를 마친 후에는 급히 기숙사로 가야했다. 왜냐하면 30분 후에 리더십 강좌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창업에 관심이 많다. 나는 본래 큰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동기부여가 잘 된다. 나의 큰 목표는 UAM의 상업화이고, 그걸 이루기 위해 나는 창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과거의 학계의 정보를 이용한 현재의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학계가 앞서가있다면, 그걸 상용화하고 유통하고 더 좋게 개발하는 것은 기업, 인더스트리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논문 한 편이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realization하는 기업쪽에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에 나는 기업을 언젠가 꼭 차리고 싶다고 생각하여 리더십 강좌를 듣기로 결심했고, 4시부터 6시까지의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좋은 말도 메모했다. 어디에 기업을 차려야하는지,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야하는지, 기업의 비전설립과 어떻게 투자자를 설득하고 증명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까지는 하루가 알차게 흘러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과목은 출석이 중요하다. zoom 웹비나에 들어갈 때 한번, 질의응답시간이 끝나고 한번, 채팅방에 나의 학번,이름, 그리고 학과를 써야한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에 갑자기 잠이 들었다. PCR검사를 하고나서 긴장이 그때 풀린 것인지 정말 내 생각에는 딱 30분정도 잔 것 같다. 근데 눈을 뜨고 나니 이미 웹비나는 호스트에 의해 종료됐다. 즉, 나는 열심히 듣고 채팅을 못 쳐서 출석체크가 안 된 것이다. 참, 억울했다. 이럴꺼면 아예 확 째버릴걸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생각해도 억울했다. 7번의 강의 중 5번의 강의를 들으면 통과인데 야무지게 2번의 기회 중 한번을 버렸다. 이 스노우볼이 어떻게 흘러갈지 무섭긴하지만 이걸 객관화해보면 하루는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흘러간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달리기도 PCR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못한다. 당황스러운 하루다.

4. 하루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지만 일주일은 그래도 안정감있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하루 예상치 못하면 그 다음 커버하는 것이다. 재즈에도 "세상에 틀린 음은 없다. 그건 그 다음에 오는 음이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그 다음 날에 보충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일주일은 예상했던 계획했던대로 살면 내가 멋진 모습으로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하루를 돌이켜봤을 때 바쁘게 수업듣고 공부하고 논문이라도 한 문단 본 하루가 그냥 멍하니 있다가 밥 먹고 유튜브 본 하루보다 뿌듯하고 좋다는 것은 명확하다. 알면서 안 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난 2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하루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갈 수 있지만 그 여파는 다음날에 끝내야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멋진 하루보다는 멋진 일주일을, 멋진 일주일 보다는 멋진 1년,2년을 보내고 싶다. 그게 쌓이다보면 멋진 인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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