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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r 02. 2023

백수는 처음이지?

50대 백숙일기

백수의 여유로움

백수 첫날

뭐가 변한 것은 없다.

출근하는 시간에 일어나서 공원 산책을 다녀왔다. 오늘까지 출근해야 하지만, 복지관에서 종무식 마무리로 공로상 추천받아서 덕분에 포상 휴가를 하루 받아서 어제까지 업무인수인계를 아주 빠르게 진행하면서 1월 초에 시작해야 할 정산보고를 마무리하고 23년 1분기 예산까지 끝내주고 나의 흔적들을 사무실에서 정리하였다.

6권의 다이어리를 파쇄기에 넣고 개인정보가 있는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파쇄기에 잘게 자르면서 나의 묵은 마음에 지고 있는 나쁜 기억 들을 잘게 잘게 자르면서 잊어버리고 복지관에서 3년 동안 행복했던 기억만을 가지고 가리라.   

  

3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배울 점도 많았고 사회복지란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늘 배워간다는 생각으로 일할 때도 열심히 했다.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하니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재는 왜 저리 오버하고 나댈까? 하면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부담스러운 열정 때문에 복지관 첫해도 공로상을 받았고, 2번째 해에도 시 지자체 추천으로 도지사상을 받았다. 달랑 종이 한 장이지만, 나의 열정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3번째 해 퇴사를 결정한 시점에서 받는 상은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함께 열심히 일한 팀원을 대신해서 내가 대표로 받아서 더 팀원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함께 가자고 더 노력하고 갈등 등은 풀어 가면서 지내보자고 잡는 동료의 마음이 따뜻하고 고맙지만, 밀어내고 퇴사를 결정하는 내 마음은 모를 것이다. 우선 쉬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여기저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지만, 참고 견딘다. 우리는 월급의 노예이다. 한 달을 바라보고 월급날 하루를 보고 정거장처럼 스쳐 가는 통장의 숫자를 보고 참고 살아간다.

그런데, 마음의 병이 오고 몸에 이상 신호가 1년 동안 계속 오고 있었다.

잠시 쉬면서 몸을 추슬러 봐야겠다.

살을 빼야 술을 끊어야 몸에 염증이 사라질 것 같다.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이다.    

 

백수가 되기 전부터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했다. 우선 백수 일기를 써볼 것이다.

하루도 빼지 않고, 그런데, 조금 힘들 것 같다. 여행을 가고 싶다.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지만, 그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서 며칠씩이라도 계속 여행을 다닐 것이다. 예전에 타로를 보고 신년 운수를 보러 갈 때마다 나라는 사람은 아프다가도 여행 콧바람만 쐬고 다니면 아픈 곳도 다 낫는다고 했다. 이제 치유하는 시간이다.     


“자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백수 첫날 난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사서 시립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공부가 되지는 않는다. 집중되지 않아서 책 구경하러 내려가서 김훈 산문집을 빌렸다. 내가 쓴 ‘다시 찾은 골목길’ 책을 찾아보았더니 군산 작가 코너에 있었다. 쑥스럽지만 내가 내 책을 빌려 보았다. 누가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보고 나서 반납하는 자리에 잘 보이게 났다. 독립출판 한 작가의 소박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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