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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r 03. 2023

50대 갱년기 운동으로 극복 중

50대 백수일기

백수 생활 딱 두 달째하고 있는 50대 주부이다. 두 달 전만 해도, 워킹맘으로 분주하게 대학생, 고등학생, 초등학생, 자녀와 전쟁 같은 아침 준비를 하면서 직장을 다니던 싱글맘이었다.     


바쁘게 직장 다닐 때는 이제 중학생이 되는 작은딸의 사춘기 반항에 대해서 가볍게 지나갈 수 있었던 문제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남들은 여유가 생기면 아이들을 더 이해하고 포용해 준다고 하던데, 맞다 나도 사춘기보다 더 무서운 50대 갱년기가 찾아온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누가 말 만하면 예민해지고 우울해지고, 아직 열이 오르지는 않지만, 10대 딸에게 시작된 생리가 이제 50대 엄마에게선 곧 사라지겠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도 슬퍼진다. 폐경이 되면 축하해 줘야겠다. 요즘은 초경이 올 때 꽃과 향수 케이크로 축하를 해준다. 폐경도 40년 동안 애썼다고 축하를 해줘야겠다.  

    

요즘 퉁퉁거리는 딸에게 


“너 사춘기야 엄마 갱년기야, 건들지 마라”

“엄마는 뭔 갱년기가 10년이나 해”


옆에서 듣고 있던 큰딸은 막내딸과 10년 차이다. 큰딸이 사춘기 때 퉁퉁거릴 때 갱년기가 더 무섭다고 했더니 순진한 큰딸은 말이 통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안 넘어간다. 인제 그만 써먹어야겠다.     


갱년기가 진짜 온 것이다.

책만 읽고 있고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 더 우울해졌다. 

공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공원 산책을 꾸준히 하기로 했다.

가벼운 산책은 심신의 안정을 주었다. 아직은 추웠지만, 찬바람 속에서도 가슴을 뻥 뚫어주는 상쾌함이 있었다.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청설모와 이야기도 나누고, 알아듣기라도 하는지 한 번씩 쳐다보고 간다.

한 번은 고라니가 우리 앞에 가로질러 달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포동포동 살찐 고라니를 바로 코앞에서 본 것이다. 월명산에 고라니가 살다니 역시 산은 우리에게 신선함을 준다.   

   

차를 타고 가다가 프랜 카드 10주년 기념 3개월 파격 세일 골프 선착순 20명. 골프는 나하고는 거리가 먼 세계라고 생각했다. 왜 비싸다고 생각했으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산책하는 동생은 10년 전부터 골프를 친동생이라 3개월 가격이 1달 가격밖에 안 된다고 해서 망설이다 등록했다. 남들도 다하고 이번 기회에 폼이라도 한 번 잡아보자. 일주일에 4번 레슨 가서 오전 두 시간씩 연습하고 온다. 처음에는 뚝딱도 못하고 자세도 구부정 어색하고 이제는 제법 자세도 나오고 ‘퍽’ 치는 소리도 난다. 운동하는 것처럼 옆구리도 아프고 치는 폼도 난다. 배드민턴을 해서 그런지 다른 여자분들보다 2달 정도 빠르게 나간다고 듣기 좋은 말을 해 주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골프 가격도 모르고 남편 골프채를 집에서 안치고 몇 년씩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길래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있는데,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안 배우고 있길래 이사 다닐 때 짐 되길래 버렸다. 이렇게 비싼 줄 알았으면 안 버렸을 것이다. 모르면 용감하다.     

골프 돈 많이 안 드리고 배우고 있다. 난 친구가 안 쓴다고 주고, 골프신발 골프가방 중고 마켓 이용하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난 친구들 덕분에 돈 안 들고 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2년 쉬었던 배드민턴을 월, 수, 금 저녁에는 다시 시작했다. 골프는 혼자서 집중하고 골프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쳐야 하지만, 배드민턴은 4명 이서 팀을 맞춰서 역동적으로 게임을 하므로 땀이 뻘뻘 난다. 7시~9시 사이 운동을 서너 게임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의 몸은 노곤노곤 해진다.


낮에 산에 안 가는 날이나 틈이 나는 시간에 아파트 안에 주민들이 만원으로 이용하는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과 러닝으로 한 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온다. 이러고 오면 나의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가 없다.      

갱년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불규칙한 생리이다.


여성 호르몬의 결핍에 의한 증상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여성 중 50% 정도는 안면 홍조도 나타나고 빈맥, 발한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함께 나타나는 피로감, 불안감, 우울감, 기억력 감퇴, 질 건조증, 수면장애 등이 많이 나타난다.

나에게 나타난 것은 불안감과 우울 기억력 감퇴 수면장애, 피로감 등이 나타났던 것 같다. 짜증이 동반하였다. 두 달 운동을 온종일 하면서 우선 잡생각을 안 나게 하였다. 내 몸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지쳐 쓰러져 잘 수 있게 하였고, 운동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내니 밤에 나쁜 생각들이 덜 나서 그런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갱년기 운동으로 이길 수 있어요. 돈 많이 안 들고 할 수 있어요. 

갱년기로 불어난 살도 빠지면서 중년 여성의 자신감도 살아났습니다.

[영화처럼~서경숙] [오후 3:46] https://omn.kr/22x3c

오마이뉴스 시민기사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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