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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r 03. 2023

더러운 아들

50대 백수일기

 더러운 아들     

 토요일 연말이라서 별 특별 할 게 없다. 백수 생활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되었다. 

오전 은파 유원지 반 바퀴 돌고 오전에 배드민턴 전용구장에서 동호인들이 모이기로 해서 여자 5명이 모여서 돌아가면서 땀 흘리면서 운동을 하였다. 건강을 위해서 성인병을 없애기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재미있게 하고 왔다. 나가기 싫어서 밤에도 퇴근 후 소주 한잔 먹고 바로 잤는데, 나가서 운동 시작하면 땀 뻘뻘 흘리면서 즐겁게 운동한다. 나가기가 힘들지 나가면 아주 신이 나서 한다. 이부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든 것이다.      


며칠 전부터 거실 욕실을 사용하는 아들의 칫솔이 안방 세면대 앞에 있다.     


“이 칫솔 누구거니?”

“제 거예요.”     


그 후로도 그 칫솔이 계속 그 자리에 있다. 거슬린다. 오늘도 산책 가기 위해서 양치를 하는데, 파란색 칫솔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배드민턴을 열심히 하고 와서 씻으려고 욕실을 들어가기 전에도 파란색 칫솔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제는 이를 금요일부터 계속 안 닦는 거야?’     


아들은 거실 욕실에 칫솔이 또 있다고 하는데, 믿음이 안 간다. 또 하나 있다고 해도 아들이 칫솔질을 했을까?

어젯밤에 아들의 다리에 눈을 가까이 대로 바라보면서


“이거 털 때문에 이렇게 까맣게 보이냐? 아님 때냐?”

“때야”


큰딸이 옆에서 대답한다. 아침에 아들의 목에서 발견한 때를 보고 목욕탕에서 물 받고 담가다가 타올로 쓱싹쓱싹 문지르라고 했다.

더럽다. 요즘 세상에 때가 있는 사람은 우리 아들을 처음 보았다. 매일 샤워하러 들어가서 씻더만, 장발의 머리만 감는 건지? 몸에 물만 뿌리고 나오는지? 궁금하다 궁금해? 성장기 때 유독 호르몬 냄새도 많이 나고 땀이 많았는데, 창문을 안 열어 둘 수가 없었다. 그 땀이 다 때가 되었으니 박박 문질러서 벗겨야 하는데, 매일 감추기만 하고 보여주질 않으니 아빠가 사춘기 때 같이 있으면서 목욕탕도 같이 다니면서 사춘기를 같이 보내고 했어야 하는데, 그런 소통이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 엄마의 자리와 아빠의 역할이 따로 있다. 

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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