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평범한 직장인이 제일 부럽다고. '

by 임세규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힘든 거야.


열등감의 시작은 평범함이 깨지는 순간이다. 한때 남들은 잘 사는 거 같은데 나만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 적이 있다.

중학교 동창 B는 결혼을 할 때 부모님이 사주신 30평대 아파트부터 시작을 했다. 그는 나와 자라온 배경부터 달랐다. 전세 3000으로 시작한 나는 출발선이 다른 그를 항상 부러워했다.


학창 시절 내게는 불 보듯 뻔한 집안 환경에 '대학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B는 재수 끝에 서울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나는 고교 졸업 후 군입대와 취업 사이에 공백 기간이 있었고 다양한 사회 경험을 했다.

12월 새벽 4시 구로동 인력 사무소 앞의 드럼통에는 폐목이 '활활' 타올랐다. 청년. 학생. 중년의 아저씨,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불을 쬐러 모였다. 옹기종기 손을 '호호' 불어가며 호명을 기다렸다.


김 씨. 이 씨가 불려 가고 바퀴에 오래된 흙이 뭍은 봉고차에 실려 그들은 공사 현장으로 떠났다. 누군가 바닥에 널브러진 폐목 몇 개를 드럼통 안에 던졌다. 반쯤 식어버린 까만 드럼통에 불꽃이 살아나고 동쪽 하늘이 밝아왔다.

여름에는 얼음 공장에서 일을 했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쇠 갈고리로 한 번에 찍어 얼음을 넘어 뜨렷다. 깨지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다. 나름대로 기술이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몇 번을 깨 먹었지만 일주일을 하고 나니 요령이 생겼다.

벼룩시장 광고를 봤다. 24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
모집. 집에서 가까웠다. 면접을 보고 야간 시간에 일을 했다. 조금 이상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나와 동갑이고 다음 주에 군입대를 한다고 했다. 인수인계를 받았다.


상품 진열과 바코드 스캔, 계산하는 법 등을 배웠다. 그는 '시시껄렁' 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실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을 했다. 점장이 어제 마감을 해보니 5만 원이 빈다고 했다. 일을 가르쳐준 그는 몸이 아프다며 출근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초보자라 하지만 그날 밤 별 무리 없이 잘한 것 같았다. 손님이 적어서 바쁘지도 않았다. 그가 의심됐지만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

결국 나는 하룻밤만 일을 했고 더 이상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억울했다. 점장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려 하자 그가 그랬다. '' 네까짓 게 무슨 말을 한다고 그래. 필요 없어. 당장 나가.'' 주위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졸지에 '5만 원'을 훔친 놈이 되었다. 충격이었다. '돈 벌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언성을 높였던 점주의 음성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세차장. 경마장. 물류센터 상. 하차. 식당 보조를 하며 6개월 동안 설거지를 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러 직업을 경험했다.

친구 B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전자 공학을 전공했고 대기업에 들어갔다. 역시 큰 회사는 달랐다. 그는 내가 받은 성과급의 3배를 받았다. 연말이면 다음 해외 여행지를 물색했다. 버는 만큼 쓴다 했다. 친구들과 만나면 씀씀이가 컸다. 그가 부러웠다.

그런 그에게 얼마 전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이들이 한참 커가는 나이,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해야만 했다. 두둑한 퇴직금이 있었다. 대기업에서 배운 노하우가 있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화를 불러왔다.


사업을 했는데 쫄딱 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식에 손을 댔는데 역시 큰 손해를 봐야 했다. 그는 40대 퇴직자가 범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길을 걸었다. 심지어 집사람과 '이혼'을 고려한다고 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하지 않았는가.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면 일이 잘 풀릴 리가 없다. 그는 건강까지 안 좋아졌다.

나는 공무원으로 재직 한 지 올해로 20년 차다. 많은 돈은 못 벌지만 혼란스런 시대에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산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조차 잡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B는 여전히 잘 나갔고 나는 그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삶이란 게 참 묘하다.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열등감에 시달렸던 내가 지금은 그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출근을 하러 집을 나선다. 얼굴에 와 닿는 맑은 공기의 느낌이 좋다. 사무실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갖는 30분의 여유 시간이 좋다. '보글보글' 끓는 아내표 된장국이 기다리고 있고, 퇴근 버스가 조금 늦으면 딸아이는 아빠 빨리 오라며 아우성이다. 등 따시고 훈훈한 집이 있어 좋다.

20대를 시작으로 직장생활을 한지 30년이 흘렀다. 균형 잡힌 삶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보통으로 살아왔다.

누군가 그랬다. ' 평범한 직장인이 제일 부럽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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