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꽃집 아가씨가 그런다 / 임세규
우리 동네 꽃집 아가씨가 그런다 이틀에 한 번씩 밑동을 잘라주세요 사람으로 말하자면 숨을 쉬는 구멍이거든요
우리 동네 꽃집 아가씨가 그런다 밑동을 잘라내야 꽃이 썩지 않는다고..
갓 피어난 프리지어 한 묶음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고 밑동을 자른다 그래야 썩지 않고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단다
호리호리한 꽃병 주위로 노란 향기가 퍼진다
사람 사는거 똑 같지 않은가 사느라 살아내느라 켜켜이 쌓인 밑동을 잘라낸다 진작에 잘라낼걸 그랬다.
[ 시 해설 ]
마트에서 딸아이와 장을 보고 집으로 걸어오다가 꽃집을 봤어요. 머리를 깡똥하게 묶은 우리 동네 꽃집 아가씨가 분주하게 꽃다발을 묶고 있었지요.
" 우리도 꽃 사갈까? "
노란 프리지어 다발이 우리 집에 왔습니다. 뭔 날이냐고요? 아닙니다. 꼭 뭔 날이어야만 꽃을 사나요. 그냥 사고 싶었습니다.
" 아빠! 예식장에서 많이 맡아본 향기네~ "
봄은 역시 노란색입니다. 호리호리한 와인잔으로 꽃병 삼아 덩그러니 식탁 위에 놓아두었더니 은은한 향기가 거실, 방안 구석구석에 스며듭니다. 노란 봄이 우리 집에도 왔습니다.